홍상수 감독의 영화 '여행자의 필요'는 한국의 어느 도시에서 프랑스어 개인 교습으로 돈을 벌고, 막걸리를 즐겨 마시는 프랑스 여성 이리스(이자벨 위페르 분)의 이야기다.
이리스가 프랑스어를 가르치는 방식은 특이하다. 누군가의 마음속에 있는 걸 끄집어내 낯선 언어로 재창조하고, 이로써 그 사람에게 새로운 감동을 선사한다는 점에서 이리스는 예술가를 떠올리게 한다. 사람들에게 이리스는 의구심을 일으키는 존재다.
홍 감독의 작품은 분위기나 톤이 조금씩 다른데, '여행자의 필요'는 어딘지 모르게 쓸쓸한 느낌을 준다. 엔딩 크레디트가 올라올 때 흐르는 피아노 연주도 그렇다.
프랑스의 대표 여배우인 이자벨 위페르가 홍 감독의 작품에 또 출연했다. '다른나라에서'(2012)와 '클레어의 카메라'(2017)에 이어 세 번째다.
'여행자의 필요'에서 위페르는 귀여운 매력을 발산한다. 이리스를 맞이한 한국인 가정에서 그가 프랑스인인 걸 고려해 와인을 제안하는데, 대뜸 막걸리가 있냐고 묻는 이리스의 모습은 웃음을 자아낸다.
홍 감독과 호흡을 맞춰온 배우 이혜영, 권해효, 조윤희, 하성국, 김승윤 등의 앙상블도 좋다.
'여행자의 필요'는 2월 제74회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은곰상 심사위원대상을 받았다. 홍 감독은 '소설가의 영화'(2022)로 같은 상을 받은 바 있다.
24일 개봉. 90분. 12세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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