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속속 들어선 대구의 구도심인 중구가 아파트 입주민과 원주민들 간 갈등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아파트 건설과 인구 늘리기에만 집중해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도시계획이 부족했던 탓에 새로 유입되는 인구와 기존 주민 및 상인들 간 마찰이 심각하다.
대구 북성로 공구골목 상가들은 최근 불법 주정차 민원으로 아파트 입주민과 마찰을 빚고 있다. 지난해 11월 800가구 규모의 신축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아파트 단지와 접한 북성로에서 종로초등학교까지 약 400m 구간에 불법 주·정차 신고가 빗발치고 있기 때문이다.
아파트 주민들은 통학로인 인도를 침범한 물품 상하차와 밤낮을 가리지 않는 불법 주정차로 학생들의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고 호소하고 있다. 반면 상인들은 생계와 직결돼 있다고 반발하면서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인근의 달성공원 새벽시장도 마찬가지다. 달성공원 새벽시장은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 사이 채소를 파는 노점이 하나둘 생기면서 형성된 비공식 번개시장이다. 지난해 6월 1천500가구 규모 신축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새벽 음주와 불법 노점상을 문제 삼는 민원이 쇄도하고 있다.
이에 앞서 지난 2017년에는 '북성로 연탄불고기'로 알려진 북성로 일대 포장마차 상인들과 1천 가구 규모의 주상복합아파트 입주민이 갈등을 빚은 바 있다. 당시 무허가로 운영되던 많은 포장마차가 허가를 받기 위해 건물 내로 이전하거나 사라져 버렸다.
대구의 대표적인 구도심이었던 중구의 지난해 인구 순유입률은 전국 지자체 가운데 1위를 기록했다. 지난 2001년 이후 23년 만에 인구 9만명을 회복했고 2025년에는 인구 10만명을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갈등 상황은 더욱 확산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아파트 입주민과 원주민 등 당사자 간 소통과 대구시·구청의 적극적인 중재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갈등 중재 전문가인 전형준 한국조지메이슨대 연구위원은 "어느 한쪽의 손을 들어주는 방식과 누가 법적으로 옳은지를 따지는 논의로는 합의점을 찾기 어렵다"며 "상대방의 이해관심사를 파악하고 양측의 이해관심사를 공통으로 충족시켜 줄 수 있는 새로운 대안을 찾아내는 소통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구청의 중재로 이해 당사자가 합의안을 도출하려는 시도는 적절한 접근"이라며 "논의하는 과정에서 긴 시간이 걸릴 수 있지만 장기전이라 생각하고 갈등 상황을 새롭게 정의해 해결할 의지를 보이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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