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문학상 수상작치고 대중적 찬사를 받는 경우는 흔치 않다. 사회적 울림이나 가치가 있다고 평가받은 작품인 데다 발랄하게 독자를 끌어당기는 문체를 쓰는 경우가 드물어서다. 오죽하면 독자를 빨리 잠들게 하는 순으로 수상작을 선정한다는 우스갯소리까지 있을까. 지겹고 어려운 문장들을 마주할 용기는 독서 모임에 나가 여럿이 함께해야만 생겨난다는 자조도 있다.
김희선 작가의 단편소설 '18인의 노인들'에는 노벨문학상 수상작 선정 과정에 의문을 품은 주인공이 몰래 심사장에 숨어 들어가는 장면이 나온다. 그곳에서 노인 18명을 목격하게 되는데 이들이 토끼였다는 것이다. 실제 노벨문학상 수상자 120명의 작품 모두가 흥미와 거리를 둔 건 아니다.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 주제 사마라구의 '눈먼 자들의 도시'처럼 영화로 만들어진 것도 있다.
갓 들어온 초임 기자에게 주문하는 것 중에는 '읽기 쉬운 글'이 있다. 독자의 문해력을 시험하면 외면당하기 십상이다. 제아무리 사회적 파장이 세도 읽히지 않으면 무소용이다. 단문으로 써 내려가라는 조언이 붙는다. 김애란 작가는 "부사 안에는 뭐든 쉽게 설명해 버리는 안이함과 그렇게밖에 설명할 수 없는 안간힘이 들어 있다"고 했지만 꾸밈말을 줄이는 게 잘 읽히는 기사의 요건이다.
독자층을 감안하지 않으면 쉽게 써도 읽히지 않는다. 관심 분야 밖에 있으니 간택될 리 없다. 투병 중인 이가 색조 화장품 사용법 기사를 읽는다면 기사를 쓴 기자가 지인일 가능성이 높다. 그들이 눈에 불을 켜고 찾는 것은, 논문 수준이라 해도 꼼꼼히 읽는 것은 질환 치유와 관련 있는 섭생법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최근 참모들에게 "이제 '정치하는 대통령'이 되겠다. 국민께 친근하게 다가가는 대통령이 돼야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말이 나오기 무섭게 일각에서는 "대통령이 원래 정치하는 사람인데 이제야 뭐라도 하겠다는 이야기냐"며 비아냥댄다. 지금 국민들이 읽고 싶고, 듣고 싶어 하는 것은 민생 관련 콘텐츠다. 총선에서 야당에 압승을 안긴 요인이 민생이었다는 데 이견이 없다. 알아듣기 쉽게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피부에 와닿는 민생 대책이 먼저다. 국민은 어렵게 이야기해도 옳게 이해할 준비가 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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