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체납과의 전쟁도 못 할 판이다

지난해 말 기준 상속·증여세 체납액이 1조원에 달한다. 그나마 징수가 가능한 '정리중 체납액' 얘기다. 전년 대비 55.4% 늘었는데, 통계 작성 이후 최대 폭이다. 체납액은 독촉·재산압류 등으로 징수 절차 중인 '정리중 체납액'과 체납자의 소득·재산이 없거나 체납자가 행방불명돼 받기 힘든 '정리보류 체납액'으로 나뉜다.

지난해 말 기준 누계 국세 체납자는 133만7천 명, 체납액은 106조600억원으로 모두 꾸준히 증가세다. 누계 체납액 중 '정리보류 체납액'은 3년 만에 다시 늘었다. 정리보류 체납액은 지난해 88조3천억원으로 1조4천억원 증가했다. 88조원 아래를 유지하다가 지난해 다시 넘어섰다. 그만큼 체납의 질이 나쁘다는 뜻이다.

규모는 훨씬 적지만 상황은 더 심각한 학자금 대출 체납도 있다. 취업 후에도 갚지 못한 학자금 비중이 11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대출자 100명 중 16명꼴이다. 체납 학자금 규모는 지난해 말 661억원으로 전년보다 20%가량 증가했다. 지난달 기준 청년층(15∼29세) 취업자는 13만1천 명 줄었다.

지난해 50조원 이상 대규모 세수 결손이 발생했고, 나라 살림은 87조원 적자를 기록했다. 정부가 올해 1분기 한국은행에서 빌린 돈이 33조원에 육박한다. 코로나19 발병 직후인 2020년 1분기의 2배가 넘는다. 정부는 올해 예산안에서 국세 수입을 367조3천억원으로 예상했다. 지난해 대비 33조2천억원(8.3%) 줄였다. 올해 법인세 감소만 27조3천억원으로 내다봐서다. 그런데 상장사 결산 마감 결과, 이것도 채우지 못할 상황이다. 심지어 삼성전자는 영업손실로 법인세를 한 푼도 못 낼 수 있다.

악성 체납은 반드시 정리해야 하지만 세금 낼 돈이 없는 법인과 개인이 갈수록 늘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윤석열 대통령을 만나 '전 국민 1인당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을 요구한다는데, 예산 13조원 마련 방안도 제시하면 좋겠다. 이대로 가다가 나라 곳간이 텅 비게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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