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 도심 철도지하화 정부 마중물 절실

안용모 대한민국산업현장교수(철도기술사)

안용모 대한민국산업현장교수·철도기술사
안용모 대한민국산업현장교수·철도기술사

도심을 통과하는 철도 구간의 지하화는 수십 년 된 숙원이었지만, 천문학적 건설 비용과 불확실한 사업성 때문에 그동안 진척이 없었다. 관련 특별법이 국회에서 통과되고, 대통령은 지역 민생 토론회에서 강력한 정책 추진을 약속하고, 여야도 같은 내용의 총선 공약을 제시했다. 국토교통부가 관련 협의체까지 출범시키면서 기대감이 한껏 높아졌다.

철도변 주민 생활 여건 개선을 위해 지하화는 꼭 필요한 사업이다. 단절된 도시 공간을 연결하는 등 도시 전체 균형발전 측면에서도 반드시 지하화를 이뤄야 한다. 선거 때마다 나오는 공약으로 남발할 게 아니라 정책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도심 철도 지하화와 상부 공간 개발은 도시의 판도를 완전히 바꿀 수 있는 굉장히 매력적인 프로젝트다. 법안에는 철도 용지는 기획재정부가 국유 재산을 대통령 승인 등을 거치면 정부 출자 기업체에 현물 출자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이 경우 국가 예산이 직접적으로 투입되지 않기 때문에 예비타당성조사를 받지 않아도 된다. 기존에 지하화 사업의 발목을 잡아 왔던 예타로 인해 불가능했던 지하화 사업을 추진할 수 있게 되었다.

도심 철도 지하화 통합개발 사업은 도심을 단절해 온 철도를 지하로 이전하고, 도심 공간을 혁신적으로 재창조해야 한다. 철도 부지와 인접 부지까지 함께 개발하는 패러다임 전환으로 전문가와 함께 지혜를 모아 철도 지하화 통합개발 종합계획을 내실 있게 수립해야 한다.

국토교통부는 2026년 3월까지 기한으로 '철도 지하화 사업 종합계획 수립 연구용역'에 착수했다. 국토부는 철도 지하화를 통해 도심 개발이 성공적으로 이뤄질 수 있게 하는 전략 마련을 위해 '철도 지하화 통합개발 추진협의체'를 출범시켰다. 협의체는 도심 내 철도를 지하로 이전하고 상부 부지 개발 정책을 마련하기 위한 협의 기구다.

그러나 이 사업은 정부의 강력한 의지와 지원 없이는 불가능하다. 지상 철도를 지하에 새로 건설하는 데 소요되는 막대한 비용과 철도 부지와 인접 지역 등 상부 공간을 개발하는 비용도 엄청나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부 차원의 예산 투자와 민간 사업자에 대한 수익성 보장이 필수적이다

국가가 재정을 투입하는 것과 같은 효과로, 민간 금융 기법을 활용한 철도 지하화가 실현될 수 있는 과제라고 보기에는 아직 이르다. 우선 추진 구간에 대해서 지자체 주관으로 도시개발사업 형태로 진행하는 것은 수도권 이외에는 거의 불가능한 현실이다. 비수도권은 정부의 지원 없이 철도 지하화 사업성을 확보하는 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사업 추진의 핵심은 재원 마련이다. 국가균형발전 차원에서 획기적인 금융 모델을 도입하거나 사업성 높은 수도권의 철도 지하화 개발 수익을 지방에 공유하는 방식을 취해야 한다. 역사적인 국토 개조 사업인 만큼 수도권과 지방이 함께 갈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특별법이 제정되고 협의체가 구성되었지만 민간투자를 끌어내지 못하면 착공조차 힘든 상황이다. 결국 공공 주도의 마중물이 사업의 성패를 판가름하게 된다. 민간투자를 끌어내기 위해 공공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민간 참여를 위한 마중물 사업이 필요하다. 민간투자를 끌어낼 모멘텀을 정부와 공공에서 만들어 내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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