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의 4·10 총선 패배 이후 대구경북(TK) 정치권이 갈 길을 잃고 헤매고 있다. 수도권 선거 참패가 영남당 탓이라는 책임론에 휩싸이며 급기야 영남 보수당과 수도권 보수당을 분리해야 한다는 극단적인 주장에 직면하고 있어서다.
지난 2015년 김무성 전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대표가 "경상도 국회의원은 동메달이고, 수도권 국회의원은 금메달이다"는 망언을 내놓은 지 9년 만에 수도권 선거 승리를 위해 TK 거리두기가 필요하다는 얘기가 최근 당내에서 공공연하게 나오는 중이다.
윤석열 정부 탄생의 주역이자 이번 총선에서 대통령 탄핵·개헌 저지선을 가까스로 지켜줬음에도 TK 정치권은 이제 보수진영에서도 찬밥 신세로 전락할 위기에 처한 것이다. 이미 차기 원내대표 경선에서 TK는 배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등 '텃밭' 홀대가 현실화하고 있다.
"물에 빠져 익사 직전인 당을 구해 준 영남 국민에게 보따리 내놓으라고 하고 한술 더 떠서 물에 빠진 책임까지 지라고 한다."(권영진), "수도권 선거 준비의 문제이지 영남의 문제는 아니다."(홍석준) 등 TK 정치권의 반박도 있었지만 중과부적인 상황이다.
정치권에선 이 같은 고립의 전조가 있었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2019년 김광림 전 최고위원 이후 전당대회에서 전국의 당원으로부터 지지를 받아 당 지도부에 입성한 TK 현역 의원이 없다는 것이다.
TK를 넘어 전국적으로 소구력을 가진 정치인이 지난 5년 간 전무했던 결과, TK 정치권 전체를 싸잡아 '뒷방 늙은이'이나 '샐러리맨 정치인'과 같은 비아냥거림이 심화됐고, 이번 총선 패배의 원흉으로까지 덤터기를 쓰고 있다는 설명이다.
일각에서는 침묵을 금과옥조처럼 여기는 TK 특유의 보수성과 대세 및 주류 지향적인 순종적 정치문화 탓에 실제로 '할 말은 하는' 정치인을 좀처럼 찾기 힘들다는 지적도 내놓는다.
국민의힘 일당독점 구도 하에서 TK 정치권은 공천에 매달릴 수밖에 없고 당 지도부나 대통령에게 바른 소리를 전달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일부 설득력을 갖는 이유다.
보수의 심장에서 보수의 계륵으로 추락한 정치적 위상을 회복하기 위한 방안으로는 일단 영남당 책임론의 부정확한 사실에 대한 정교한 대응이 선행돼야 한다는 주문이 나온다.
정치평론가인 김철현 경일대 특임교수는 "엄밀히 말하면 이번 총선 패배는 TK의 문제가 아니라 지난해 '김기현 체제'에 있었다. 영남당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김기현 전 대표로부터 시작됐는데 현재 영남당 책임론에서 TK 정치권이 가장 먼저 언급된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경색된 정치문화를 개선해 '될성부른 떡잎'인 정치 신인을 집중 육성하고 이들이 지역을 대표하는 것은 물론, 전국적인 지명도를 갖춘 거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주문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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