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달 1일 개봉하는 영화 '차이콥스키의 아내'는 이런 실화를 토대로 한 작품이다. 러시아 영화감독 키릴 세레브렌니코프가 연출한 이 영화는 비운의 여성 안토니나를 이야기의 중심에 놓는다.
러시아의 작곡가 표트르 일리치 차이콥스키(1840∼1893)는 동성애자였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차이콥스키가 명성을 얻으면서 동성애도 구설에 오르자 이를 차단하려고 그는 37세이던 1877년 자신을 추앙하던 28세의 여성 안토니나 밀류코바와 결혼했다. 두 사람의 관계는 얼마 못 가 파국을 맞았고, 차이콥스키는 도망치듯 안토니나를 떠난 뒤로 다시는 함께 살지 않았다.
'차이콥스키의 아내'는 차이콥스키의 부음을 접한 안토니나(일료나 미하일로바 분)가 그의 장례식장을 찾아가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안토니나가 빈소에 도착하자 죽어 있던 차이콥스키(오딘 런드 바이런)가 벌떡 일어나 "지긋지긋하다"며 독설을 퍼붓고는 다시 눈을 감는다. 현실과 가상이 섞인 장면으로, 두 사람의 관계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어 영화는 안토니나가 차이콥스키를 처음 만난 순간으로 돌아가 두 사람의 이야기를 시간순으로 펼쳐낸다. '차이콥스키의 아내'는 관객에게 사랑에 관한 질문을 던진다. 첫 만남의 순간부터 차이콥스키만 바라보는 안토니나는 사랑의 화신처럼 보이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그의 열정은 광기에 가까워진다.
관객은 차이콥스키와 같은 천재의 도덕성에 관해서도 생각해보게 된다. 인류에게 혜택을 가져다준 천재의 도덕적 결함은 종종 묵인되곤 하지만, 그로 인해 고통을 겪은 주변 사람들을 생각하면 그리 쉽게 판단할 문제는 아니다.
파탄이 난 결혼의 고통을 적나라하게 그려내는 '차이콥스키의 아내'는 독특한 영상미로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자기 파괴적인 사랑에 홀린 듯 빠져 결국 광기에 자신을 내맡기고 마는 안토니나를 생생하게 그려낸 미하일로바의 연기는 주목할 만하다.
차이콥스키 역의 바이런은 외모로도 차이콥스키를 많이 닮았다. 미국 출신인 그는 스무 살에 모스크바 예술극장에서 연기를 배운 걸 계기로 주로 러시아에서 활동했다.
세레브렌니코프 감독은 영화뿐 아니라 연극, 오페라, 발레 등을 넘나들며 활동해온 예술가다. 영화 '라긴'(2004)으로 데뷔한 그는 '레토'를 시작으로 '페트로프의 감기'(2021), '차이콥스키의 아내', '리모노프: 더 발라드'(2024)로 칸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네 번 초청받았다.
143분. 청소년 관람 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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