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총선 참패를 극복하고 생명력 있는 정당으로 탄생할 수 있을까? 총선에서 참패한 국민의힘이 25일 당 차원에서 토론회를 개최했다. '제22대 총선이 남긴 과제들'이 주제였다.
토론자들은 수도권 참패, 젊은층 외면, 정권 심판론 등등 참패의 원인을 분석했다. 당이 나아가야 할 방향도 모색했다. 문제는 실천이다.
한 참석자는 "문제도 알고, 나아가야 할 방향도 알고 있다. 문제는 (당이) 실천할 용기가 없다"고 솔직히 고백했다.
박명호 동국대 정치외교학 교수가 좌장을 맡았다. 박원호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 배종찬 인사이트게인 연구소장 등이 외부 인사로 참석했다. 당내에서 김종혁 국민의힘 조직부총장, 서지영 당선자(부산 동래), 김재섭 당선자(서울 도봉갑) 등이 토론자로 참석했다.
◆수도권에서 포기한 정당
수도권 패배가 참패의 가장 큰 원인이다. 수도권은 전체 지역구(254석)의 절반(122석)이 걸려 있다. 국민의힘 19석, 민주당이 102석을 차지했다. 국민의힘이 부끄러운 수준이다. 지난 총선 수도권(121석)에서 국민의힘은 17석(윤상현 의원 포함), 민주당 103석을 건졌다.
48석인 서울만 따지면 국민의힘 11석, 민주당 37석을 차지했다. 국민의힘은 4년 전에 비해 3석이 늘었다.
서울은 보수당이 승리하기 쉽지 않았다. 보수당이 차지한 의석을 보면 2002년 17석, 2004년 16석, 2008년 40석, 2012년 16석, 2016년 12석, 2020년 8석이었다. 2008년은 이명박 대통령 당시 뉴타운 이슈 덕분에 거둔 승리였다.
경기도는 애초 보수 정당이 좋은 성적을 거뒀지만 최근 들어 급격히 나빠졌다. 보수 정당 당선인은 2008년 32명, 2012년 21명, 2016년 19명, 2020년 7명, 2024년 6명이었다. 2008년에 비하면 참담한 수준이다.
앞으로도 수도권을 이기지 못하면 제1당이나 다수당이 결코 될 수 없다.
박명호 교수는 "보수 가치가 비주류가 됐다. 지지층은 고령층으로 국한돼 있고, 2030 세대에서 가치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특히 수도권을 포기한 정당이다. 당선자 3분의 2가 영남과 관련이 있어서 영남자민련이라는 소리를 들어도 할 말이 없다"고 했다.
배종찬 소장은 '경포당'(경기도를 포기한 정당)이라고 했다. 그는 "총선 전부터 경기도를 놓치면 큰 일 난다고 했다. 그런데 대책이 없었다"며 "젊은층이 서울에서 아파트 가격 탓에 경기도로 옮기면서 민주당 지지세가 강해진다는 게 세간의 평가였다. 당에서 대책 마련이 필요했다"고 지적했다.
김재섭 당선인은 수도권 중심 정당을 주장했다. 그는 "수도권 민심과 전혀 다른 이야기가 중앙당에서 나오는 상황에서 수도권 중심으로 당이 개편되고 수도권 낙선자들 목소리가 많이 반영돼야 한다"며 "3040 낙선자 모임 '첫목회'에 여러 낙선자가 모이고 있다. 이분들의 목소리가 당에 직접적으로 닿도록 통로를 마련해 달라"고 했다.
◆유권자 지형 변화
=보수 정당이 수도권에서 큰 성과를 낸 적이 있다. 2008년 18대 국회의원 선거였다. 이명박 대통령이 당선 후 치러진 선거에서 한나라당 153석, 통합민주당 81석을 얻었다. 한나라당은 서울 48석 중 40석, 경기 51석 중 32석, 경기 51석 중 32석을 차지했다.
더욱이 친박연대 14석, 무소속 25석 등이었다. 한나라당에서 친이-친박 갈등이 폭발하면서 친박연대와 친박 무소속이 등장했고, 결과적으로 성공을 거뒀다. 한나라당 내 갈등을 떠나 보수층 입장에서는 의석 수에서 압승을 한 선거였다. 한국 보수 정당의 전성기로 불릴만하다.
박원호 교수는 "당시 정두언 의원이 서울 선거를 주도하면서 3중 전략을 썼다. 중산층, 중도, 전국 및 수도권 정당을 추구했다. 현재 국민의힘이 당시와 얼마나 동떨어져 있는지 생각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한국은 전통적인 보수와 새로운 흐름의 보수가 있다. 전통적 보수는 국가주의, 박정희 등 국가주도 경제 성장 보수다"며 "하지만 2007년 이후 새로운 흐름의 보수가 나타났다. 개인적이고, 규제 완화를 요구하고, 자유주의 성향의 보수층이 새로운 형태의 흐름을 형성했다. 이번 선거에서 이들이 국민의힘을 지지하지 않았고, 심지어 반대당을 지지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장기적으로 여성, 환경, 노동, 지역 등 제3의 의제들을 자유주의적 가치와 어떻게 접할 시킬 것인가를 논의해야 한다"고 했다.
배종찬 소장은 40대 유권자를 포기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그는 "국민의힘이 '4포당'(40대도 포기한 정당)이기도 하다. 40대는 체불 임금, 직장 갑질, 주거, 자녀교육, 이직, 재테크 등에 관심이 많은 세대"라며 "김남국 의원이 비트코인 투자 때 (40대들이) 굉장히 분노했다. 그때 (국민의힘이) 40대 유권자들을 잡았어야 했다. 아쉽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명박·박근혜 정권 때는 2030 유권자들을 붙잡기 위해 당 차원에서 토론회를 정말 많이 했다. 최근에는 일체 없었다. 당에서 검토조차 하지 않은 것 같다"고 했다.
◆부산도 안전하지 않아
=부산은 국민의힘이 개현 저지선(100석)을 확보하는 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 부산 18석 중에 17석을 차지한 덕분이다.
40개 의석이 걸려 있는 부울경(부산·울산·경남)에선 국민의힘 34석, 민주당 5석, 진보당 1석을 각각 얻었다. 지난 총선에서 국민의힘 32석, 민주당이 7석 승리했었다. 국민의힘은 2석 늘었고, 민주당은 2석 줄었다. 흔들렸던 영남이 선거 막판 지지층이 결집한 덕분이다.
하지만 부산 동래구에서 당선된 서지영 당선인은 부산도 안전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의석 수는 늘었지만 내용 면에서는 불안한 승리라는 것이다. 그는 "(부산의) 민주당 후보들이 40%를 넘게 지지를 얻었다. 여론조사에서 보면 4050 세대는 민주당 후보를 더 지지하고 있다. 데이터에 입각해 지역 분석 작업해야 한다"고 했다.
부산은 노무현, 문재인 대통령을 만든 지역이라는 자부심이 강하다. 특히 민주당에서도 소수파였던 노무현 후보를 대통령으로 만들었다는 자부심이 강한 부산의 2030세대들이 지금은 4050대가 됐다. 이들이 민주당의 튼튼한 버팀목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서 당선인은 "보수 정당에서 역대 가장 좋았던 슬로건은 '경제는 한나라당'이었다. 이명박 대통령은 경제대통령이었다. 힘 있는 보수 정당이 실력 있고, 능력 있는 정당이라는 이미지를 확실하게 심어줬다. 하지만 탄핵 이후 능력도, 실력도 보여주지 못했다. 젊은층이 (이런 당에 대해) 기대가 없다는 것이 드러난 선거 결과"라고 했다.
선거는 패할 때도 있고, 이길 때도 있다. 승패보다 자세와 태도가 더 중요하다. 실수를 인정하고 반복하지 않으면 기회는 온다. 패배에도 바뀌지 않는 정치 세력은 도태될 수밖에 없다. 토론회를 계기로 국민의힘이 심기일전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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