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는 물론 아시아에서 처음인 '기후위기 소송' 변론이 시작됐다. 헌법재판소는 23일 한국 정부의 기후변화 대응이 헌법에 합치하는지를 묻는 기후위기 소송 공개변론을 열었다. 청소년 19명이 "정부의 소극적 기후위기 대응이 미래 세대의 기본권을 침해한다"며 헌법소원을 제기한 지 4년 만이다. 헌법재판소는 5월에 한 번 더 공개변론을 열고, 심리를 거쳐 결론을 내릴 방침이다.
이종석 헌법재판소장은 첫 공개변론에서 "이 사건의 주된 쟁점은 정부가 정한 온실가스 감축 목표가 불충분해 청구인들의 환경권 등 기본권을 침해하는지 여부"라며 "사건의 중요성과 국민적 관심을 인식해 충실히 심리하겠다"고 밝혔다. 청구인 측은 "정부가 정한 탄소 배출량 감축 목표는 책임을 외면하고 후세대에게 감축 부담을 떠넘기는 것"이라며 위헌을 주장했다. 또 "2031년부터 2042년까지는 세부 감축 계획이 없다"고 지적했다. 정부 측은 "온실가스 감축 목표는 산업구조 현실과 가용 기술 수준을 감안해 설정된 것으로 문제가 없다"고 맞섰다. 아울러 "우리나라는 제조업 비중이 높아 즉각적인 감축이 힘들다"고 주장했다.
해외에선 정부에 기후위기 대응 책임이 있다는 판결이 여러 건 나왔다. 지난 9일 유럽인권재판소는 "스위스 정부의 온실가스 정책이 충분하지 않아 고령자 인권이 명백히 침해됐다"며 배상금(8만 유로) 지급 판결을 했다. 독일 연방헌법재판소는 2021년 "미래 세대 보호를 위한 예방 조치도 국가 의무"라며 "온실가스 감축 책임을 미래에 떠넘기는 현행 법령은 위헌이다"고 결정했다.
기후위기는 미래 세대만의 문제가 아니다. 기후변화에 따른 재앙은 현실이다. 역대급 산불·홍수·폭염이 수많은 생명을 앗아가고 있고, 농산물값이 급등하는 등 '기후 인플레이션'이 나타나고 있다. 이번 기후 소송은 국내는 물론 주요 국가들의 이목을 끌고 있다. 헌재의 결정이 정부의 정책은 물론 제조업 중심의 우리 경제에 미칠 파장이 크기 때문이다. 헌재의 현명한 판결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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