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불법 공매도 원천 차단, 첫 단추 끼웠다

공매도는 주가 하락이 예상될 때 주식을 빌려서 판 뒤 실제 주가가 떨어지면 싼값에 다시 사들인 주식으로 되갚아 차익을 내는 투자 기법이다. 현행법상 빌린 주식도 없는 무차입 상태로 공매도를 하고 나중에 빌리는 것은 불법이다. 무차입 공매도, 즉 불법 공매도는 자본시장을 교란하기 때문에 대부분 국가에서 금지하고 있다.

지난 3월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 불법 공매도 수사팀은 글로벌 투자은행 HSBC 홍콩 법인과 소속 트레이더 3명을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주식도 빌리지 않은 상태에서 한 국내 지점 증권부에 차입을 끝냈다고 허위 통보한 뒤 9개 상장사 주식 32만8천여 주(157억여원)를 공매도 주문한 혐의를 받는다. 국회는 지난 2020년 12월 무차입 공매도에 대해 1년 이상 징역 또는 부당 이득의 3~5배 벌금을 부과할 수 있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는데, 이번 기소는 법 개정 후 첫 적용 사례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11월 대규모 불법 공매도가 적발되자 오는 6월까지 공매도를 한시 중단했다. 이어 공매도를 원천 차단할 대책 마련에 나섰는데, 25일 금융감독원이 불법 공매도 차단 전산 시스템 초안을 공개했다. 주문 전과 후 2차례 빌리지 않은 주식의 매도 여부를 검증하는 것이다. 이런 시스템 도입은 우리나라가 최초다.

지난 2018년 삼성증권 유령 주식 배당 사건과 골드만삭스 무차입 공매 사태 후 금융당국은 '주식 잔고 모니터링 시스템' 도입을 예고했고, 2020년 실시간 모니터링 시스템 구축 계획을 밝혔으나 결국 무산됐다. 이번에 내놓은 시스템도 실시간 모니터링은 아니다. 공매도 주문 전후 실제 주식을 빌렸는지 확인하는 방식이다.

일단 무차입 공매도를 원천 방지할 수 있는 첫발을 내디뎠다는 의미가 크다. 다만 공매도 한시 중단이 6월로 끝나는데, 업체 선정과 실제 도입까지는 1년 이상 걸릴 전망이다. 시장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각계의 의견 수렴을 서두르고 시스템 구축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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