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가는 사람을 붙잡고 말했다. "흔들리지 않는" 그러니 상대방이 답변했다. "편안함?". 물론 이것은 나의 상상이다. 그러나 이 상상은 현실일 것이다. 이제는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알 법한 시몬스의 대표 카피이다. 왜 사람들은 이 카피를 외우고 다닐까? 강제로 외우게 된 것일까? 아니면 외울 수밖에 없을 정도로 광고를 많이 한 것일까? 정답은 시몬스가 그만큼 한 가지 문장을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말하고 다닌 것이다. 시몬스는 지루할 만큼 한 가지 이야기를 수십 년에 거쳐서 한 것이다. 그러니 상대방이 기억할 수밖에 없다.
비즈니스와 자영업의 차이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모범정답은 '시스템'이다. 시스템이 있으면 사업이고 시스템이 없으면 자영업이다. 이 역시 맞는 말이지만 조금 재미없는 답변이다. 어쩌면 한 가지 이야기를 지루하리만큼 오래 할 수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가 사업과 자영업을 나누는지 모른다. 예를 들어, 소상공인의 컨설팅을 하다 보면 정말 콘셉트를 자주 바꾸는 사장님을 흔하게 만나게 된다. 특히 음식점 사장님이 그렇다. 가게 안이 그간 사장님이 내셨던 아이디어들이 총망라되어 있다. 유명 스포츠 스타의 싸인부터 조잡한 현수막, 맛있는 게 먹는 방법과 해외에서 사 오신 기념품 등등 정신이 없다. 식당을 나오면 내가 어떤 단어를 섭취하고 나왔는지 분간이 되지 않는다.
자영업 하시는 사장님 가게에 숱한 아이디어가 많은 이유는 트렌드 때문이다. 해마다 트렌드가 바뀌니 그걸 따라가다 보면 그 가게만의 고유한 콘셉트가 사라지는 것이다. 반면 시몬스는 어떠한가? 세월이 지나며 트렌드가 바뀌며 내세우고 싶었던 콘셉트의 유혹이 정말 많았을 것이다. 그러나 시몬스는 흔들리지 않았다. 시몬스가 흔들리지 않은 건 침대뿐이 아니었던 것이다. 진짜 중요한 콘셉트가 흔들리지 않으니 시몬스는 살아남았던 것이다.
'흔들리지 않는 편안함'이라는 카피를 활용해 TV에서도 지속적으로 광고했다. 인쇄 광고 역시 마찬가지다. 시몬스는 침대 위에 볼링핀을 두고 볼링공을 떨어트려도 흔들리지 않는 실험의 원리를 인쇄 광고에 담기도 했다. 즉, 한 입으로 두 말을 하지 않았던 것이다.
11년 동안 광고 회사를 운영하며 나의 마음속에는 늘 이런 질문이 자리했다. 정말 좋은 마케팅 방법은 과연 무엇일까? 나는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그것은 지속적으로 한 가지 메시지를 어필하는 것이다. 너무 단순해서 허탈한가? 그렇지 않다. 한 가지 주장을 계속하는 것에는 엄청난 용기와 철학이 필요하다. 기업을 운영하며 만나게 되는 더 좋은 콘셉트가 왜 없었을까? 기존의 콘셉트가 올드하다는 느낌이 왜 들지 않았을까? 이런 숱한 유혹을 이겨내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그러면 당신은 이렇게 묻고 싶을 것이다. "기업은 늘 트렌드에 맞게 변화해야 가야 되는 것 아닌가요? 이건희 회장님도 자식하고 마누라 빼고는 모두 바꿔라고 하셨는데" 라고 말이다. 물론 이 역시 멋진 질문이다. 하지만 이것은 하상욱 시인의 글처럼 '변화와 변함'은 매우 다른 영역이다.
이는 2020년 시몬스의 150주년 기념 광고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분명 시몬스의 광고인데 침대가 등장하지 않는다. 대신 지하철 쩍벌남의 모습이나 새치기하는 사람을 등장시켜 매우 불편한 상황을 연출한다. 이에 시몬스라는 알파벳이 나오며 상황은 종료된다. 편안함이라는 개념을 150주년을 맞이하여 색다른 관점으로 표현한 것이다. 불편했던 상황이 시몬스가 나타나며 편안해진 것이다. 시몬스 광고에 침대가 등장하지 않으며 편안한 이야기를 하니 정말 변화는 있었지만 변함은 없었던 것이다.
강연할 때 나는 종종 이런 질문을 받는다. 포지셔닝의 개념이 어렵다고 말이다. 그런 분들께는 시몬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끊임없이 한 가지 이야기를 하는 것. 그리고 사람들이 그 단어를 흡수해 그 브랜드를 마음속에 두는 것. 그것이 바로 포지셔닝이라고 말이다. 용기와 철학이 있다면 누구든 포지셔닝에 성공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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