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에서 진행중인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간의 새 휴전협상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이스라엘은 전쟁 종식도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이고 하마스도 긍정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 양측은 29일(현지시간) 협상대표단을 이집트 카이로에 파견해 새 협상안에 머리를 맞댈 예정이다.
◆새 협상안 어떤 내용 담겼나
이번 협상에서 이스라엘이 내놓은 새로운 제안에는 전쟁 종식을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이 처음으로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이스라엘이 제시한 새 협상안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여성과 어린이, 50세 이상 남성과 병자 등 생존 인질 33명을 석방하는 내용이 담겼다"고 전했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이집트 당국자를 인용, "하마스가 인질 20명으로 구성된 첫 번째 그룹을 석방하면 이스라엘은 휴전 기간과 관련한 장기적 논의에 들어가겠다고 약속했다"고 보도했다.
석방될 인질은 여군을 포함한 여성과 미성년자, 급히 치료가 필요한 노인 등이며, 이스라엘은 인질 석방의 대가로 약 500명의 팔레스타인인 수감자를 풀어주게 될 것이라고 이 당국자는 말했다.
이런 내용의 인질-수감자 교환이 성사되면 양측은 10주간의 휴전에 돌입한 채 이른바 '지속 가능한 평온의 회복'을 위한 추가 협상을 진행하게 된다.
협상안에는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 남부와 북부를 분리하는 '넷자림 회랑'에서 병력을 철수시키고, 가자지구 최남단 도시 라파에 있는 수십만명의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피란 생활을 끝내고 귀가할 길을 열어준다는 내용도 담겼다.
이와 관련, 하마스도 긍정적 반응이다. 하마스는 28일 이스라엘이 제시한 새 휴전협상안을 검토한 결과 '큰 문제(major issues)'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제사회, 휴전 성사 위해 총력전
국제사회는 휴전 협상 성사를 위해 외교력을 총동원하고 있다. 하마스 궤멸을 목표로 항구적 휴전을 거부하던 이스라엘이 한발짝 물러섰기 때문이다. 또 라파에 대한 이스라엘의 공세가 본격화하면 막대한 수의 민간인이 목숨을 잃을 것이란 우려도 배경이 됐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28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전화 통화를 하고 휴전 협상과 라파 지상전 등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
백악관은 이날 바이든 대통령이 라파 공격에 대한 '분명한 입장'을 전했다고 밝혔다. 미국은 그동안 가자지구 최남단인 라파에 가자지구 피난민 100만 명 이상이 체류 중이기 때문에 이스라엘이 대규모 지상전을 전개할 경우 상당한 인명 피해가 있을 수 있다며 우려를 제기해왔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도 29일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 도착해 세계경제포럼(WEF) 회의를 계기로 모인 아랍 각국 당국자들과 휴전 협상 성사를 위한 논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아랍권의 맹주인 사우디아라비아의 파이살 빈 파르한 알 사우드 외교장관은 전날 요르단, 이집트, 카타르, 아랍에미리트(UAE),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 당국자들과 진행한 회의에서 가자지구 휴전과 팔레스타인 독립국가 건설을 논의하기도 했다.
마무드 아바스 PA 수반은 WEF 특별회의에서 이스라엘군의 라파 공격은 "팔레스타인 역사상 가장 큰 재앙이 될 것"이라면서 "이스라엘이 그런 범죄를 저지르지 못하게 할 수 있는 유일한 나라는 미국"이라고 강조했다.
◆협상 와중에도 가자지구 공습
가자 휴전 협상이 이뤄지는 와중에도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 최남단 라파를 공습했다. 로이터통신은 29일 이스라엘이 전날 라파의 주택 세 채를 공습해 13명이 사망하고 여러 명이 다쳤다고 보도했다. 하마스 측은 이번 공습으로 인한 사망자가 15명이라고 집계했다.
이와 별개로 가자 북부의 가자시티에서는 이스라엘 전투기가 주택 두 채를 공습해 여러 명의 사상자가 나왔다고 하마스 측은 밝혔다.
한편, 이스라엘군이 예고한 라파 지상전 강행도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지난 25일 라파 인근에 이스라엘군 탱크와 장갑차 수십대가 집결한 데 이어 전날에는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를 관할하는 남부사령부의 전투 계획을 승인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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