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20·21·22대 총선에서 내리 3연패를 당한 것을 두고 소장파 모임이 실종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 내부에서 일종의 자정 역할을 할 이들이 사라지면서 개혁과 혁신의 목소리가 당 노선에 반영되지 않은 게 중수청(중도·수도권·청년) 민심 이반을 야기했다는 설명이다.
과거 보수 정당에서는 초선의 청년 의원들이 소장파 모임을 결성, 당의 미래가 결린 국면마다 결정적 역할을 했다. 미래연대(16대 국회), 새정치수요모임(17대 국회), 민본21(18대 국회), 경제민주화실천모임(19대 국회)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일명 남원정(남경필·원희룡·정병국)이 주축이 된 미래연대는 당시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의 막강한 영향력에 대항, '차떼기 사건'으로 위기에 빠진 당의 기류를 완전히 바꿔 놓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또 권영진·김성식·주광덕 등 10여명의 초선으로 구성됐던 민본21은 2010년 지방선거에서 참패하자 당·정·청의 전면개편을 요구하는 '연판장 돌리기'에 착수해 당 위기 수습에 앞장섰다.
이처럼 보수진영의 자정 역할을 해왔던 소장파 모임은 2016년 20대 국회부터 사실상 자취를 감췄다. 공교롭게도 20대 총선부터 보수는 내리 총선 3연패를 당했는데, 정치권에선 이를 인과관계로 분석하고 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소장파가 없다는 건 당이 개혁과 혁신에 무관심하게 됐다는 뜻이고 이는 곧 민심 전체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는 뜻"이라며 "소장파가 실종된 국민의힘은 진보 성향이 상대적으로 강한 중도층과 수도권, 청년들로부터 외면을 받았고 총선 3연패라는 암담한 상황에 이르게 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처음 구성된 21대 국회 초선들은 소장파 모임은커녕, 권력자의 '호위무사'를 자처해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이를 두고 홍준표 대구시장은 "초선은 늘 정풍운동의 중심이었는데, 이 당은 일부 초선조차도 완장 차고 날뛸 정도로 당이 망가져 버렸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이에 22대 국회에서 초선의 패기와 열정으로 당 위기 수습의 방향을 당당히 제시할 수 있는 소장파 모임이 반드시 재건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당 안팎에서 나온다. 실제로 일부 수도권 당선인들을 중심으로는 모임 결성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다만 당 내부에선 당 지도부와 사사건건 충돌하는 '트러블 메이커'가 아니라 윤석열 정부 후반기 안정적 국정 운영과 정권 재창출을 위한 건설적 논쟁을 촉발하는 소장파 모임이 나타나기를 기대하는 모습이 지배적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초선을 보면 그 당의 미래가 보인다는 말이 있듯이 22대 국회 초선들의 활약에 따라 각 당의 앞날이 결정될 것"이라며 "초선이 정치적 불이익을 받지 않고 할 말은 할 수 있게 하려면 공천 제도 정비가 선행돼야 한다. 또 보수 특유의 경직된 정치 풍토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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