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네스 세계 기록에 의하면 경매에서 팔린 가장 비싼 악기는 '레이디 블런트'라는 별명이 붙은 바이올린으로, 이탈리아의 유명한 악기 제작자인 스트라디바리우스가 1721년에 만든 것이다. 2011년에 런던에서 있었던 온라인 경매에서 미화 1천590만 달러(현재 가치로 한화 218억8천만원 정도)에 팔린 이 바이올린은 수집가와 전문가들의 보살핌을 받아 완벽한 상태로 보존되어 있었기에 그 가치가 높았다.
'레이디 블런트'라는 이름이 붙게 된 것은 1860년에 스페인에서 이 바이올린을 산 사람이 4년 후에 영국 작가인 바이런 경의 손녀 '레이디(귀족 부인의 호칭) 앤 블런트'에게 팔았기 때문이다. 일본음악재단의 고문인 앤드루 힐이 개인 수집가에게 판매한 이 바이올린 판매의 수익금은 '동북 일본 지진 및 쓰나미 구호 기금'에 전달됐다고 한다.
'레이디 블런트'처럼 경매에서 팔리진 않았지만, 세계에서 가장 높은 가격이 붙여진 악기는 '맥도널드' 비올라다. '맥도널드'라는 이름은 1820년에 이 비올라를 샀던 스코틀랜드의 귀족인 맥도널드 3세 남작의 이름에 연유한다. 2014년에 유명 경매업체인 소더비가 비공개 경매로 4천500만 달러(한화 620억원 정도)에 판매하려고 시도했으나 팔리지 않았던 이 비올라는 스트라디바리우스가 그의 황금기였던 1710년에서 1720년 사이에 한 귀족의 의뢰로 만든 것이다. 스트라디바리우스가 생전에 만든 바이올린은 960대로 추정되는데 그 중 현존하는 650대의 대부분은 개인 수집가들이 소유하고 있으며, 첼로는 55대가 오늘날까지 남아있다. 이에 비해 비올라는 15대라는 적은 수가 만들어져 현재 12대(일부는 10대 또는 11대라고 함)가 남아있는데, 대부분은 공공기관이나 재단 또는 정부 소유이며, 개인이 소유한 것으로는 '맥도널드'가 유일하다.
뉴욕 타임스에 따르면 1964년에 네덜란드의 필립스 전자는 자회사인 도이체 그라모폰(음반 제작사)에 소속된 아마데우스 4중주단의 연주와 녹음에 사용하라고 '맥도널드'를 사서 비올라 연주자인 피터 시들로프에게 줬다고 한다. 1987년에 시들로프가 사망하자 그의 상속자들은 이 비올라를 경매에 내놓기 전까지 금고에 보관만 했기에 보존 상태가 아주 좋았으며, 특히 칠의 상태가 좋았다. 하지만 현악기의 기능이 유지되려면 정기적으로 사용돼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소리가 둔탁해지고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한다고 한다. 그럼에도 '맥도널드'에 4천500만 달러라는 높은 가격이 책정된 것은 중요한 역사적 유물이면서 개인이 살 수 있는 유일한 스트라디바리우스 비올라여서 그 희소가치가 높고, 그가 만든 다른 비올라에 비해 보존 상태가 좋았기 때문인 것 같다. 2014년 경매를 앞두고 홍보대사로서 '맥도널드'를 연주해 본 비올리스트 카펜터는 나무판의 진동이 아직 완전하지 않으며, 소리가 최적화되려면 2년 또는 3년이 더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맥도널드'의 경매 실패는 턱없이 높은 가격에 부정적이었던 사람들에게 아주 짜릿한 쾌감을 준 기쁜 소식이 됐었다. 미술품과는 달리 세월이 흐르면서 기능이 떨어지는 악기에 이런 가격을 매기는 것이 정당한가에 대해 많은 사람이 의문을 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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