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대 총선은 예상대로 국민의힘 참패로 끝났다. 그나마 108석으로 개헌 저지선 100석을 확보하고, 지난 총선 103석보다 5석 늘었고, 지역구 득표에서 45.08%로 민주당(50.56%)에 조금 뒤졌고, 비례대표는 36.67%로 민주당 26.69%보다 더 높았으니 국민의힘은 이를 위안하며 혁신보다는 시간에 맡겨 현 국면을 넘어가려는 분위기다.
그러나 이러한 위안도 이준석 개혁신당 3석을 뺀 야권 189석에 비해 절반 남짓 108석과, 비례대표 지지율에서 더불어민주연합(26.69%)과 조국혁신당(24.25%)을 합한 범민주계 지지율 50.94%에 비해 국민의힘(36.67%)이 14.27%포인트(p) 뒤졌으며, 지역구에서도 0.73%p 앞선 지난 대선에 비해 이번 총선에서는 4.48%p 뒤져 5.21%p 더 지지율을 잃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참패한 선거다.
특히 지역구의 전국 득표에서 4.48%p 뒤졌는데, 의석수는 민주당 161석( 58.33%)에 비해 국민의힘은 90석(36.0%)으로 지역구 당선자 수에서 22.33%p 더 적었고, 비례대표 범민주 전체 득표(50.94%)에 비해서는 14.94%나 뒤진 것은 선거제도 협상, 선거 전략, 선거 캠페인 모두 실패였다는 것을 보여준다.
만약 이번 총선에서 한 선거구에 2명을 선출하는 중선거구제였으면 어떠했을까? 아마 국민의힘은 수도권 122석 중 절반인 61석 또는 61석 가까이 얻었을 것이다. 물론 한 선거구에 2명을 선출하는 선거구제에 민주당이 반대했겠지만 국민의힘은 협상 시도라도 했어야 했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제대로 선거구제 논의조차 하지 않았다.
국민의힘이 선거구제 협상을 하지 않은 이유 중 하나는 소선거구제도 승산이 있다는 판세 분석 때문이었던 것 같다. 그러나 대통령 국정 평가에서 긍정보다 부정 평가가 더 많고, 무당층에서 민주당 후보 지지가 국민의힘보다 2배 이상 많았던 상황에서 국민의힘 참패는 예정되었지만, 보수 유튜버의 위세와 보수 평론가의 낙관론에 의존해서 선거구 협상조차 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상황에서 보수의 중심이라는 대구경북(TK)은 오히려 소선거구제의 최대 수혜자였고, 국민의힘 선거 전략, 선거 캠페인과 무관한 무풍지대임을 한 번 더 확인했다.
그런데 분위기는 이상하게 돌아간다. 25명 전원이 당선되었지만 TK 당선자의 역할이 없어 보인다. 먼저 원내대표 후보에 TK 의원은 거론조차 되지 않는다. 그리고 곧 있을 당대표 후보에도 TK 의원은 국민 여론조사에서 후순위다. 또한 총리도 마찬가지다. 분명 TK 의원은 현 정부에서 역할론과 거리가 멀어지고 있다. 이런 분위기에 더해 과거 JP의 충청 자민련과 같이 영남 자민련이 되지 않을까 하는 비관론이 등장한다.
왜 대구경북은 국민의힘 후보를 전원 당선시켜 주었는데 국민의힘의 정치 앞날이 비관적이고, 오히려 TK 정치에 선거 패배의 책임론을 씌우는 분위기로 갈까? 그 이유는 대구경북 정치가 혁신 동력을 잃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필자가 2월 8일 자 칼럼 '공천에서 을(乙)인 영남좌도(嶺南左道) TK 정치인'에서 TK 정치인이 공천에서 을일 수밖에 없는 이유를 지적했는데, 총선 이후 TK 정치의 현재 처지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TK 정치는 지금 시대에 맞는 철학과 비전이, 그리고 혁신의 동력이 보이지 않는다. 공화(共和)의 책임과 시장의 공정에 대한 성찰과 문제의식으로 정치 철학과 비전이 명확해야 국가 미래를 제시하고 국민을 이끌어가는 리더가 된다. 그렇지 않으면 시대정신, 즉 트렌드라도 제대로 읽어야 민심에 부합하는 현실 정치인이라도 된다.
지금 TK 정치의 현실은 정치 철학과 비전으로 국민을 이끌어가는 정치적 리더가 안 보일 뿐만 아니라 국민의 정치 요구를 읽는 트렌디한 현실 정치인도 잘 안 보인다. 그래서 이번 총선에서도 TK 정치인들은 을이 되었고, 전원 당선시켜 주었지만, 선거 후에는 TK 다선 의원조차 수도권 초·재선에 밀린다.
혁신의 동력을 잃은 TK 정치인의 자업자득이다. 그 후과는 혁신성을 잃은 TK 정치의 미래뿐만 아니라 국민의힘의 미래를 두고 보수 자민련, 영남 자민련의 우려가 나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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