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5일은 어린이날. 조카가 콕 찍어준 장난감을 사러 마트에 간다. 용돈 선물이 대세라지만 조카의 지령에 움직이는 것이 어쩔 수 없는 이모의 숙명이다. 하지만 장난감 코너에서 펄떡대는 것은 다름 아닌 기자의 심장. '귀여운 게 왜 이렇게 많지… 사실 나도 이런 거 좋아하는데…'
"어른은 장난감 좋아하면 안 되나요? 어른이들이 저희 카페에서 위로를 받고 가면 좋겠습니다" 대구 중구 계산동에서 '제리집'을 운영 중인 강보람·조소영 씨가 말한다. 카페이자 소품샵인 '제리집'은 어른이들을 위한 공간이다. 어린이날과 어버이날 사이에 끼인 어른이여, 휴식이 필요하다면 '제리집'을 찾아보라.
◆ 문 열자 펼쳐지는 동심의 세계
지도를 찍고 찾아온 제리집. 2층에 위치해 있지만 1층부터 그 존재감이 엄청나다. 입구에 앉아 있는 펭귄 인형과 가볍게 눈 인사를 나누면 올라가는 계단을 따라서는 캐릭터 그림이 덕지덕지 붙었다. 삐뚤빼뚤 크레파스로 그려진 그림은 만화를 따라 그리던 어린시절 기억을 불러 일으킨다. 그리고 문을 열자 본격적으로 펼쳐지는 동심의 세계. 오래된 티비에서 디즈니 만화가 나오고, 그 주변으로는 다양한 캐릭터 소품들이 꾸며져 있다.
제리집은 '어른이' 사장님 덕분에 탄생했다. 2020년 제리집을 개업했다는 강 씨와 조 씨는 어린 시절 유명한 디즈니 덕후였다고. "어떻게 보면 제가 좋아하는 것들로 카페를 차린 거죠. 2020년에 경대 정문 쪽에 제리집을 열었습니다. 그때도 물론 이런 컨셉이었고요. 그곳에서 이름을 많이 알렸고 작년 여름 계산동으로 확장 이전 했습니다"
제리집의 상호명도 입소문에 한 몫 했다. 디즈니 소품이 워낙 많은 터라 대부분 사람들이 톰과 제리에서 제리를 따왔다고 오해를 하지만, 제리집의 제리는 영어가 아니라 한자다. 끌 제(提)에 퍼질 리(摛). 널리 알려지라는 뜻을 담은 제리집은 전국 각지에서 몰려오는 핫플이 됐다.
◆ 물 건너온 장난감, 캐릭터 종류만 수십가지
커피를 시키기 전 가게부터 한 바퀴 둘러본다. 인형부터 키링, 컵, 가방, 식기용품, 시계, 스티커, 장난감까지. 일일이 나열 못할 만큼 다양한 종류의 소품들이 비치 돼 있다. 맙소사! 캐릭터 종류도 수십 개다. 디즈니 픽사·세서미스트리트·심슨·마루코는 아홉살·짱구·호빵맨·외계인et·지브리굿즈·세일러문·햄토리 등. '내가 좋아하는 캐릭터가 없으면 어쩌지' 라는 걱정은 접어둬도 된다.
고백하자면 기자는 유명한 짱구 덕후. 짱구 용품 위주로 구경을 시작한다. 그때 저 멀리서 반짝이는 짱구 알람 시계. 그 영롱함에 홀려 가격을 확인해 보는데… '헉! 6만원 이라니!' 가격표에 놀란 기자는 알람시계를 조심스레 내려 놓는다.
"고전 제품들은 가격이 꽤 나갑니다. '이 작은 게 이 가격이야?' 정도로 놀라는 상품은 전부 고전 제품이라 생각하면 돼요. 예를 들어 86년도에 나온 캐릭터 새 상품이라든지, 지역 한정으로 오래전에 출시 돼 지금은 구하기 힘든 상품이라든지. 다 이유가 있지요. 저희 가게에서 제일 비쌌던 건 미키마우스 런치 박스였는데 80만원이었어요"
미국과 일본에서 수입해 오는 제품들이라 가격은 당연히 비쌀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제리집은 웬만하면 고가의 상품을 취급하지 않는다. "제리집은 카페 겸 소품샵이기 때문에 비싼 제품을 되도록이면 안 두려고 해요. 가볍게 구매해 가실 수 있는 가격대의 소품을 비치하려고 노력하는 편입니다. 레어템(구하기 힘든 아이템)을 가져다 놓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지만요. 물론 그런 것들은 다 저희 집에 모셔 놓고 있죠. 하하"
카페 한 켠에는 사장님의 소장품 코너도 있다. 20년 동안 모은 소장품인 만큼 구매는 불가하다. 십 여년전 우연히 발견해 구매했던 외계인 et 인형과 피자를 들고 말하는 엘모 인형이 특별히 아끼는 소품이라고. 레어템의 등장에 어른이들의 눈도 모처럼 반짝반짝 댄다.
"어른이 손님들 중에는 무언가를 사러 이곳을 방문하기 보다 그저 장난감의 존재에 위로 받으러 오신다는 분들이 더 많으세요. 구경만 해도 좋다는 손님들이 대다수인 거죠" 어른이 손님들이 제리집에 들어서면 꼭 하는 말이 있다. '동화 속에 온 것 같아요' '내 방이었으면 좋겠어요' '오랜만에 과거로 돌아간 것 같아 행복했네요' 아이처럼 좋아하는 손님들의 모습이 제리집 존재의 이유라고. 한 손님은 사장님에게 조용히 다가와 속삭였단다. "사장님, 행복하시죠? 이런 데서 일하시면 너무 행복할 것 같아요"
◆ 끓여내는 커피와 달달한 디저트에 한 번 더 위로
동심의 세계로 떠난 여행에 눈이 즐거웠다면, 이번에는 입이 즐거울 차례다. 제리집은 모카포트 전문 카페다. 모든 커피 메뉴는 모카포트로 에스프레소를 추출해 내리고 있다. 그래서 제리집은 커피를 '끓인다'라고 표현한다. 맛있게 끓여 정성껏 내린 커피는 부드러운 목넘김과 깔끔한 뒷맛을 자랑한다.
시그니처 메뉴는 가게 이름을 딴 '제리라떼'. 라떼와 크림과 브라운치즈의 조화가 가히 환상적이다. 입으로 넘길때마다 단짠 단짠이 반복된다고.
제리집은 디저트 메뉴도 허투루 준비하지 않는다. 100% 직접 수제로 만들고 있다. 특히 메그놀리아푸딩은 전국구 찬사받는 메뉴다. 동물성 생크림과 수제 커스터드 크림을 사용한 메그놀리아푸딩은 몽쉘맛, 흑임자맛, 뽀또맛, 오레오맛 등 다양한 맛으로 즐길 수 있다.
음료가 담긴 컵, 디저트를 올린 그릇도 볼거리다. 카페가 빈티지·레트로 컨셉인 만큼 플레이팅에도 공을 들였다. 할머니 집에 가면 내어주던 바로 '그 컵' '그 그릇'이다.
메뉴와 함께 나오는 캐릭터들도 귀여운 요소다. 뽀또 푸딩에는 네모네모 스펀지밥, 몽쉘 푸딩에는 쿠키 몬스터. "어떻게 보면 제리집의 화룡점정이 아닐까요? 장난감을 둘러보면서 동심의 세계로 떠났는데 음식을 먹을때 환상이 깨지면 안되잖아요. 저희는 그 모든걸 지켜드리고 싶어요. 아! 고전 컵에 담겨 나가면 좋을 것 같아 개발한 미숫가루도 있답니다. 미숫가루는 어렸을 적 추억의 맛이 있는데 그게 너무 좋았어서 '할미미숫가루'라고 이름도 지었습니다. 손님들의 반응도 참 좋아요"
제리집에는 특별한 점원도 있다. 바로 고슴도치 '도리'와 고양이 '토리'. 토리를 보니 톰과 제리의 톰이 떠오르기도 한다. 캐릭터를 닮은 점원까지 상주하는 카페라니. 동심 세계에 푹 빠져 그야말로 과몰입 됐다.
제리집 카페 사장은 "어른이 된 부모님들이 아들 딸들과 함께 오시는 경우가 많아요. 그때 부모님들의 초롱초롱한 눈망울을 보면 괜히 마음이 찡합니다. 우리가 잊고 살던 동심의 세계를 제리집이 상기시켜 주면 저는 그걸로 만족해요. 맛있는 메뉴도 있고 볼거리도 많은 제리집으로 오세요. 잊고 살던 몽글몽글한 마음들이 샘솟을 겁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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