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새와 물고기 산란기에 대구시가 신천 둔치를 중심으로 대규모 하천 준설 공사를 벌이면서 제대로 번식할 수 없다는 환경단체의 지적이 나왔다.
30일 오전 10시 찾은 대구 중구 수성교. 다리 아래로 흐르는 신천의 가장자리에 봉긋한 둔덕이 여럿 만들어져 있다. 일부 구간에는 물길보다 흙더미가 덮인 부분이 훨씬 넓어, 개울처럼 강이 좁아진 상태다. 둔덕 위에는 뿌리가 다 드러난 수초 건더기, 주먹만 한 자갈 따위가 이리저리 섞여 말라가고 있다. 오리 한 마리는 잔뜩 쌓인 흙더미를 피해 다니며 개천 위를 떠다녔다.
지난해와 달라진 것은 흙더미가 쌓인 물가의 풍경뿐만이 아니다. 물고기와 새들도 사뭇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신천 일대에서 미화 활동을 하는 김태선(75) 씨는 "작년 이맘때에는 몇십 마리의 잉어들이 수초에 몸을 비비며 알을 낳는 모습을 봤는데, 올해는 통 볼 수가 없다"며 "오리와 물새들이 날아다니는 것도 보기가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이는 지난 1일부터 진행된 신천의 퇴적토를 제거하는 준설 공사의 흔적이다. 수성교, 대봉교, 상동교 인근에 퇴적토를 모아두고 일시에 수거할 계획이다. 해당 공사는 수십 년 동안 신천 아래에 쌓인 모래를 걷어내, 집중 호우에도 신천이 넘치지 않도록 강의 수위를 낮추기 위해 추진됐다. 침산교부터 가창교까지 약 13㎞ 구간을 대상으로, 장마철인 6월 이전 마무리될 예정이다.
환경단체는 산란기 공사는 부적절하다며 중단을 요구했다. 물새와 물고기는 4월부터 자갈과 수초에 알을 낳는데, 공사로 알을 낳을 공간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정수근 대구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흰뺨검둥오리, 잉어, 피라미 등 신천에서 번식하는 다양한 생명체들에게 가장 중요한 시기가 번식기"라며 "설사 공사를 강행하더라도 구역을 나눠 순차적으로 진행해 알을 낳을 수 있는 최소한의 공간을 보장해야 한다"고 했다.
공사를 진행하기 전에 관련 전문가와 다각도로 논의해야 한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이진국 영남자연생태보존회장은 "당장 공사를 멈추더라도 준설 공사 탓에 알들이 이미 유실돼 돌이킬 수 없는 상태다. 신천의 생태계에 큰 손실을 끼친 것"이라며 "앞으로는 환경 전문가와 함께 공사 현장의 실정에 맞는 공사 방법과 시기를 결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구시는 공사 전 수달 관련 환경단체에 자문을 구한 바가 있으며, 공사를 중단할 계획은 없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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