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73년 몰리에르는 '상상병 환자'에서 건강이 좋지 않을 때 관장으로 모든 걸 치료할 수 있다고 여겨 그에 매달리는 사회적 현상을 풍자했다. 의사에게 부종이나 병든 폐, 만성질환을 어떻게 치료할지 물어보면 "관장을 하고, 피를 뽑고, 그다음에는 설사를 하게 한다"는 한결같은 대답만 있었다.
2세기 때 명의(名醫) 갈레노스의 '4체액설(혈액, 흑담즙, 황담즙, 점액)'은 19세기까지 통했다. 체액 불균형이 질병을 부른다는 주장이었다. 처방법은 입과 항문으로 체액을 배출하는 거였다. 말년에 대장암 투병을 했던 철완 최동원도 소금물 관장에 기대를 걸었던 듯하다. 그에게 소금물 관장을 강권한 이는 종교인이었다. 물론 그에게 의료 면허는 없었다.
폐암에 좋다며 펜벤다졸을 못 구해 야단이던 때가 있었다. 펜벤다졸은 강아지 구충제다. 자폐증이나 말기 암에는 현대의학도 뚜렷한 답을 주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수많은 돌팔이 의료 행위가 틈입하는 경로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의 환자와 가족들이다. 100명 중 1명, 단 1%만 치료 효과를 봤다 해도 발 없는 말이 천 리를 가는 걸 보게 된다. 호전된 소식을 복음처럼 찾고 있기 때문이다. 말기 암 환자가 기적의 생존법을 소개할 때는 대개 이런 과정을 거친다. 숱한 부작용보다 적시성이 더 강조된다. 특이한 입소문이 유력한 정설로 변환할 기회를 챙기는 것이다.
의대 교수들의 사직 릴레이, 주 1회 휴진 확대가 결정됐다. 암 환자와 가족들의 심정은 타들어 간다. 의사에겐 여러 수술 중 하나겠지만 환자는 일생일대의 수술이다. 생멸의 시간이 의사의 손에 달렸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환자와 가족들은 침착하게 수술 날짜를 기다리지 않는다.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다 써 본다. 의사들이 경멸 어린 시선을 보내는 돌팔이들에게도 눈길이 간다.
환자와 의사 간의 신뢰, 라포르(Rapport)는 인술(仁術)에서 온다. 여기에는 공감력도 포함된다. 힘들 때 손잡아 주는 것은 사람의 마음을 얻는 오래된 방식이다. 2024년의 대한민국에서 의사들의 부재를 절감하며 그들의 편을 들어주는 이들은 많지 않아 보인다. 환자와 눈을 마주치며 현실을 설득하는 건 어땠을까. 못내 아쉬워지는, 가만한 나날이 아직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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