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美대학에 다시 반전물결…60년대 '방관' 바이든, 대선 앞 부담

反유대주의 논란 속 시위 격화…'정답 없는 시험지' 마주한 바이든
선명한 입장표명 요구받는 중…젊은층·중도층 표심에 타격 불가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 탬파의 힐즈버러 커뮤니티 칼리지에서 격정적인 표정으로 연설하고 있다. 이날 바이든 대통령은 경쟁자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안방인 플로리다에서 연방 차원의 낙태권 복원을 약속하면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 탬파의 힐즈버러 커뮤니티 칼리지에서 격정적인 표정으로 연설하고 있다. 이날 바이든 대통령은 경쟁자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안방인 플로리다에서 연방 차원의 낙태권 복원을 약속하면서 '트럼프 심판론'을 띄웠다. 연합뉴스

미국 대학가에서 가자전쟁 반대 시위가 확산되는 가운데 대선을 앞둔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점차 어려운 선택으로 내몰리고 있다. 그간 바이든 대통령은 표현의 자유를 지지하면서도 반(反)유대주의는 경계하는 등 신중한 입장을 견지해왔다. 그러나 어떤 입장을 택하든 핵심 지지층인 젊은층 유권자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정치적 부담이다.

◆젊은 시절 때 시위자에 "멍청한 놈"

미 대학가의 가자전쟁 반대 시위는 1968년 베트남전 반대 시위와 여러모로 닮아 있다. 하지만 대학가 시위를 대하는 바이든 대통령의 처지는 너무도 다르다. 그래서 그의 젊은 시절 시위를 대하는 태도와 무관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30일(현지시간)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1968년 시러큐스대 로스쿨에 재학 중이었던 그는 시위와는 거리가 멀었다. 그는 젊은 시절부터 제도주의자였다. 그래서 길거리보다는 시스템 내부에서 변화를 끌어내는 방법을 고민했다.

그의 2007년 회고록에서도 방관자적 입장을 엿볼 수 있다. 그는 회고록에서 로스쿨 대학 시절 학교 건물을 점거 중인 반전시위 운동 단체를 보며 "저 멍청한 놈들(assholes) 좀 봐"라고 말했던 일화를 언급했다. 그는 "전쟁을 큰 도덕적 문제로 바라본 적이 없다"며 "(오히려) 잘못된 전제에 기초한 비극적인 실수"라고 말했다.

미 컬럼비아대가 교내 캠퍼스 건물에서 반전 점거 농성을 벌이는 시위 학생들에게 퇴학 조치를 취하겠다고 예고했다. 30일(현지시간) 컬럼비아대 해밀턴홀 옥상에서 친팔레스타인 시위자가 팔레스타인 국기를 흔들고 있다. EPA 연합뉴스
미 컬럼비아대가 교내 캠퍼스 건물에서 반전 점거 농성을 벌이는 시위 학생들에게 퇴학 조치를 취하겠다고 예고했다. 30일(현지시간) 컬럼비아대 해밀턴홀 옥상에서 친팔레스타인 시위자가 팔레스타인 국기를 흔들고 있다. EPA 연합뉴스

◆시위 확산해도 신중 노선 견지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 대학가 가자전쟁 반대 시위에 대해 신중 노선을 밟고 있다. 반전 주장이 반유대주의 논란으로 번진 가운데 시위가 폭력 양상을 보이고 학생 체포와 정학 등의 문제로 옮겨가고 있다. 공화당 일각에선 주방위군 투입 필요성을 거론하고 나섰고, 민주당 안에서도 시위의 성격을 두고 논란이 일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컬럼비아대 시위 학생들의 건물 점거가 있었던 이날도 대학가 시위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이는 일단 시위를 그냥 두고 곧 여름방학을 맞아 학생들이 캠퍼스를 떠날 때까지 기다리면서 방학이 끝나기 전까지 휴전이 성사되길 바라는 전략으로 분석된다.

다만, 존 커비 국가안보소통보좌관은 이날 기자들에게 "대통령은 캠퍼스 건물을 강제로 점거하는 것은 절대적으로 잘못된 접근 방식이라고 믿는다"며 "평화적인 시위의 사례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날밤 바이든 대통령은 5월을 '유대인 미국 문화유산의 달'을 선포하고 '반유대주의의 급증'을 비판하기도 했다.

◆젊은층-민주당 강경파 불화 키울 수도

반전 시위가 바이든 대통령에게 두 가지 정치적 위험을 안겨준다는 분석도 있다. NYT에 따르면 핵심 유권자인 젊은 층에서 민주당 강경파와의 불화를 키우고, 국내외 혼란을 주도하는 것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아닌 바이든 대통령이라는 공화당 주장에 힘이 실릴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젊은 층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도는 급락했다. 최근 발표된 하버드 청소년 여론조사를 보면 30세 이하 유권자들에게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율은 45%로, 트럼프 전 대통령보다 8%포인트 높다. 2020년 대선 전 같은 시기 같은 집단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 23%포인트 차이를 보였던 것에 비하면 격차가 크게 줄었다.

민주당에선 바이든 대통령의 보다 분명한 의견 표명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척 슈머 상원의원은 이날 의회에서 "망치로 유리창을 깨고 대학 건물을 점거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가 아니라 불법"이라고 주장했다. 조시 고트하이머 하원의원은 "대통령이 우리 사회에 대한 폭력과 증오 표현에 강력하게 맞서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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