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포커스On] 영남자민련으로 전락한 국민의힘, 반전의 계기 찾을까

◆영남자민련 자조와 조롱…텃밭 지킨 건 그나마 다행
◆부산도 안전하지 않아…민주당 후보 40%대 획득
◆TK 정치권이 당 변화에 힘 실어야

2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2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해병대 채상병 사망사건 수사외압 의혹 특별검사법'이 상정되자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 겸 당대표 권한대행이 본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이 '영남자민련'으로 전락했다는 자조와 조롱을 받고 있다. 4·10 총선에서 영남을 제외하고 수도권과 충청권에서 참패한 탓이다. 영남에서 일방적 지지가 아니었으면 100석도 위태로웠다. 6·25 전쟁에서 낙동강 방어선을 연상케 하는 게 이번 총선 결과다.

영남자민련이라는 말에는 자조와 조롱이 섞여 있다. 자조는 지지층에서, 조롱은 정치적 반대자들에게서 나온다. 전국적으로 고르게 당선자를 내지 못한 채 영남이라는 특정 지역에만 지나치게 많은 국회의원을 보유한 것은 비상식적이다.

보수가 대패한 상황에서 영남 텃밭을 지킨 건 그나마 천만다행이었다. 확실한 텃밭을 가지면 이를 기반으로 힘을 길러 미래를 기약할 수 있어서다.

◆안전하지 않은 부산

영남권 전체 의석은 65석이다. 이중 국민의힘 59석, 민주당 5석, 진보당 1석을 각각 차지했다. 4년 전에는 국민의힘 56석, 민주당 7석이었다. 국민의힘은 3석 늘었고, 민주당은 2석 줄었다.

대구경북(TK)은 국민의힘이 25석을 모두 싹쓸이했다. 40개 의석이 걸려 있는 부울경(부산·울산·경남)에선 국민의힘 34석, 민주당 5석, 진보당 1석을 각각 얻었다. 지난 총선에서 국민의힘 32석, 민주당이 7석을 가져갔다. 국민의힘은 2석 늘었고, 민주당은 2석 줄었다.

진보당이 1석을 차지한 덕분에 전체적으로 범야권은 1석 줄었다.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낙동강 벨트에서 선전했다. 흔들렸던 영남 민심이 선거 막판 결집한 덕분이다.

하지만 내용을 보면 PK도 안전지대만은 아니다. 국민의힘은 부산의 경우 18석 중 17석을 차지하며 4년 전에 비해 2석 더 가져왔다. 의석수는 늘었지만 민주당과 경합을 벌이는 지역은 더 늘었다.

부산에서 국민의힘이 차지한 17곳 중에 민주당 후보들은 모두 40%대의 고른 지지율을 보였다. 수영구 민주당 후보가 40.4%를 얻어 부산 민주당 후보 중 꼴찌를 했다. 4년 전에는 해운대구갑과 사하구을 등 2곳은 민주당 후보가 30%대 득표율에 불과했다.

이번 총선에서 두 지역 모두 10%가량 더 득표했다. 이제는 부산에서 어느 선거구도 국민의힘의 안전지대가 없다는 게 수치로 확인된다.

울산 6곳 중에 2곳이 범야권으로 넘어갔다. 울산 동구는 민주당이, 북구는 진보당이 차지했다. 국민의힘은 애초 6석 전석 승리가 목표였지만 4년 전 5석보다 한 석 더 줄었다.

TK는 민주당 후보 지지율이 20~30%에 불과해 국민의힘 지지세가 견고하다.

부산 동래에서 당선된 서지영 당선인은 최근 당이 주최한 토론회에 참석해 "부산도 이제 안전하지 않다. 부산의 정치 지형도 바뀌었다. 민주당 후보가 선거구별로 모두 40% 이상 득표했다. 선거 기간 여론조사상 4050대는 민주당 후보가 이겼다"고 강조했다.

서 당선인이 분석이 맞다면 장기적으로 영남자민련도 사치스러운 닉네임이 될 수 있다.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부산이 흔들리면 영남권 절반이 위태로운 상황에 몰리게 된다.

25일 국민의힘 여의도 당사에서
25일 국민의힘 여의도 당사에서 '제22대 총선이 남긴 과제들'을 주제로 여의도연구원 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TK발 당 변화, 주도해야

국민의힘이 수도권, 충청권에서 지지를 얻지 못한 국면에서 PK마저 안전하지 않다면 그야말로 비상이다. 전통적인 텃밭인 PK가 4년 후 당장 흔들리지는 않겠지만 60대 이상 세대가 저물고 4050세대가 유권자의 큰 영역을 차지하면 부산도 장담하기 쉽지 않다.

그렇게 될 경우 영남자민련에서 자칫 범TK자민련으로 추락할 수 있다. 당의 존립을 걱정해야 한다. 최악의 시나리오다.

국민의힘 일부 수도권 당선인들이 영남 정치권에 패배의 책임을 물으며 '2선 후퇴' 등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한가한 이유다. 장기적으로 영남도 안전하지 않은 데 패배의 책임론까지 나오면 영남 유권자들이 받아들일 수 있겠나? 울고 싶은 사람한테 뺨을 때리는 우를 범해선 안 된다.

우선 국민의힘이 뼈를 깎는 혁신을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수도권을 뺏어오기는커녕 텃밭조차 지키기 쉽지 않다.

특정 지역을 폄훼하거나 고립시키는 행태는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당 상황은 어수선하다. 몇 안 되는 수도권 당선인과 다수의 영남 당선인 간 소통이 잘 안 되고, 영남에서도 PK와 TK 당선인의 기류도 다른 탓이다.

이 국면에서 가장 텃밭인 TK 정치권에 주목한다. TK가 당 변화의 걸림돌이 돼서는 안 된다. 당이 가장 필요한 순간에, 가장 바람직하게 힘을 모아줘야 한다.

수도권에서 펼쳐질 재보궐, 지방선거에서 이길 수 있는 당이 되도록 TK가 변화를 추동할 수 있어야 한다.

변화의 기폭제는 6월 당 대표 선거다. 아직은 누가 당 대표 선거에 뛰어들지 알 수 없다. 다만 TK가 당을 살리는 대표를 선택해야 한다. 지금부터 심사숙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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