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택배 상자 타고 1천km 여행한 고양이…"여기가 어디냥"

"상자에 공기 통했고, 온화한 날씨 덕에 살아남아"
"몸에 내장된 마이크로칩 덕분에 고양이 신원 확인"

지난달 10일 미국 유타주에서 사라진 6살 고양이
지난달 10일 미국 유타주에서 사라진 6살 고양이 '걸리나'가 엿새 뒤인 16일 약 1014㎞ 떨어진 캘리포니아주의 한 물류 창고에서 발견됐다. AP 연합뉴스

주인도 모르게 택배 상자에 들어간 후 자취를 감춘 고양이가 집에서 1천km가 넘게 떨어진 아마존 창고에서 약 1주일만에 발견됐다. 이 거리는 서울과 부산의 직선거리인 약 325km의 3배에 이른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각) 미국 CNN 방송은 "지난 10일 미국 유타주에서 사라진 6살 고양이 '걸리나'가 엿새 뒤인 16일, 약 1천14㎞ 떨어진 캘리포니아주의 아마존 창고에서 발견됐다"고 보도했다.

당시 '걸리나'는 가로·세로 91cm 크기의 택배 반품 상자에서 아마존 직원들에 의해 처음 발견됐다. 이튿날 동물병원에서 검사를 해보니, 걸리나는 약간의 탈수 증세만 있을 뿐 건강했다. 이때, 수의사가 고양이 몸 안에서 신원을 확인할 수 있는 마이크로칩을 발견했다.

비슷한 시각, '걸리나'와 1천km 떨어져 있던 고양이의 주인인 '캐리 클라크'는 일주일 가까이 고양이를 찾고 있었다. '클라크'는 다행히 마이크로칩을 확인한 수의사로부터 고양이를 보호하고 있다는 연락을 받았고, 이내 걸리나와 재회할 수 있었다.

고양이 '걸리나'가 반품 상자 안에서 사료나 물도 없이 일주일 가까이 버틸 수 있던 이유는 상자의 이음새 한곳이 뜯어져 공기가 통한데다, 온화한 날씨가 지속됐기 때문으로 보인다.

한편, 클라크가 예상한 이 사건의 전말은 이랬다. 지난달 10일, 클라크의 남편은 방에서 반품 예정인 신발 5켤례를 상자 안에 넣고 뚜껑을 닫은 뒤 가위와 테이프를 가져오려고 방을 나섰다. 그리고 그 사이 고양이가 상자안에 몰래 들어갔고, 남편은 이 사실은 전혀 모른채 박스를 봉인했다는 것이다.

클라크는 뉴욕타임스에 "상자 무게가 13㎏이 넘어 남편이 상자에 고양이가 들어간 것을 눈치채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며 "고양이가 상자 안에 숨는 걸 좋아한다. 고양이가 상자 안에 숨어 아무 소리도 내지 않고 행복해하곤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고양이와 다시 재회할 수 있던 것은 마이크로칩 덕분"이라며 "(반려동물의 신원을 확인할 수 있게) 모든 반려동물 주인이 자신의 반려동물에게 마이크로칩을 이식해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지난달 10일 미국 유타주에서 사라진 6살 고양이
지난달 10일 미국 유타주에서 사라진 6살 고양이 '걸리나'가 엿새 뒤인 16일 약 1014㎞ 떨어진 캘리포니아주의 한 물류 창고에서 발견됐다. 왼쪽은 고양이의 주인인 캐리 클라크.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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