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연구개발(R&D) 예비타당성조사(예타) 제도 폐지를 검토하고 있다. AI 반도체, 양자 기술 등 대규모 R&D 사업의 원활한 추진을 위해서다. R&D 예타 폐지 방침이 알려지면서 경북 구미시의 기대감이 높다. 구미시는 '첨단반도체 소재·부품 콤플렉스' 구축을 목표로 정부에 예타 면제로 1조원대 국비 지원을 희망하기 때문이다.
R&D 분야의 예타는 500억원 이상인 사업에 대해 경제성을 평가한다. 그동안 과학기술계는 경제성을 지나치게 따지는 예타 제도가 적시성, 수월성, 혁신성을 우선해야 하는 R&D 사업 추진에 걸림돌이 된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이런 문제점을 인식해 예타 제도 개편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반도체 분야는 '시간의 전쟁'이다. 미국, 대만, 일본 등 경쟁 국가들은 반도체 패권 다툼에 사활을 걸고 있다.
반도체는 수출 효자 산업이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4월 수출입 동향을 보면, 지난달 반도체를 비롯한 13개 수출품이 한국 수출을 이끌었다. 반도체 수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0% 넘게 증가했으며, 6개월 연속 플러스 성장을 기록했다. 반도체 산업의 상승세를 이어가려면 정부의 대규모 R&D 투자가 전제돼야 한다. 잠시 머뭇거리면 기술 경쟁에서 밀린다.
구미시는 이달 중 산업부에 반도체 특화단지 내 '첨단반도체 소재·부품 콤플렉스' 사업을 건의한다. 이 사업은 2025년부터 2031년까지 사업비 1조2천억원을 투입해 첨단반도체 소재·부품 전 주기 지원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핵심은 K-반도체 소재·부품 R&D 컨트롤타워 기능을 수행할 '미니팹'(테스트베드) 조성이다. 정부는 2027년까지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 대규모 투자를 결정한 것처럼 구미에도 상응하는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 반도체 산업에서 구미 반도체 특화단지의 역할은 완제품을 뒷받침할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국산화 실현이다. 반도체 산업의 초격차를 유지하기 위해선 구미가 공급망 허브 역할에 충실할 수 있어야 한다. 정부의 신속 과감한 투자가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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