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초반 삼성 라이온즈의 반등이 놀랍다. 개막전 2연승 후에 8연패의 수렁에 빠지더니 계속되는 연승으로 치고 올라왔다. 2일 리그에서 세번째로 20승 고지를 달성한 팀이 됐다. 4일 경기까지 20승 15패, 승률은 0.571
롯데 전 2연패 전까지 최근 10경기 8승2패로 그야말로 파죽지세(破竹之勢), 두려울 것이 없는 강팀의 면모를 보였다. 팀 분위기는 잔칫집에 가까웠고, 어떤 팀이든 붙었다 하면 승전보를 전해줬다. 상대팀이 약점을 보이면, 사자가 먹이를 잡듯이 맹렬하게 달려들어 무너뜨렸다.
이 기세로라면, 올 시즌 목표는 가을야구(플레이오프 진출)를 하는 것이 아니라 정규리그 우승을 바라볼 정도다. 4일 현재 1위 기아 타이거즈와도 3게임 밖에 차이 나지 않는다. 3연전 중 위닝시리즈는 기본이다. 시리즈 스윕(3연승)도 밥먹듯 할 정도로 투타 안정감이 돋보이고 있다.
◆연고지 대구팬 "삼성 야구가 그나마 유일한 즐거움"
뭐하나 제대로 풀리지 않는 대구에서 최근 삼성 야구의 부활이 시민들에게 큰 활력이 되고 있다. '보수의 심장'으로 불리며 지난달 총선에서 집권여당인 '국민의힘'에 싹쓸이로 몰아줬지만, 수도권에서 야당(더불어민주당)에 참패하며 이래저래 정치적으로 씁쓸한 가운데 야구 승전보가 삶의 비타민 역할을 하고 있다.
삼성의 야구팬 배모(48. 자영업자) 씨는 "경제도 바닥인데다 어딜가도 힘들다는 소리 뿐인데, 주말에 자녀를 데리고 라팍을 찾는 것이 큰 즐거움"이라며 "지난 시즌만 해도 가면 3경기 중 2경기는 패배했는데, 이제는 3번 중에 2번은 이겨서 신이 난다"고 시원하게 웃었다,
라팍의 스위트 박스도 이제는 서로 가기 위해 경쟁이 치열해졌다. 스위트 박스를 임대해 갖고 있는 회사 직원들이 삼삼오오 모여서 가자고 하면, 한참을 대기해야 가능할 정도다. 또, 주변에서 하루만 임대를 부탁하는 지인들이 늘자, 회사 식구만 스위트 박스로 쓰도록 원칙을 정해놓은 곳도 늘고 있다.
지난달까지 홈 & 어웨이 합산 경기당 평균 관중수에서도 삼성은 1만4,978명으로 LG(1만6,016명), KIA(1만5,875명), 롯데(1만5,123명)에 이어 4위에 랭크돼 있다. 삼성 팬들은 이제 원정경기를 보러가는 재미도 한층 더 배가 됐다. 라팍 개장 이후 삼성은 홈보다 어웨이 경기에 더 강한 면모를 보이고 있기 때문.
◆'푸른 피의 태인과 타격 영웅의 등장'
삼성의 마운드에는 '푸른 피의 에이스'가 있다. 왕조 시절 배영수 투수가 그 역할을 했다면, 왕조 부활을 꿈꾸는 시기에는 원태인이 그 바통을 넘겨 받았다. 원태인은 올 시즌에 확실한 에이스의 면모를 보이며, 나오는 경기마다 상대팀 타선을 꽁꽁 묵고 있다.
4일 현재 KIA 선발 크로우와 함께 리그 다승 공동 1위를 질주 중이다. 7경기에 나와 5승1패, 평균자책점(ERA) 1.79를 기록하고 있다. 현재의 페이스대로라면, 15승을 넘어설 수도 있다. 참고로 2020년대 들어서 15승을 달성한 토종 투수는 2022년 키움 안우진(15승) 뿐이다. 지난 시즌에는 LG 임찬규가 14승을 기록한 바 있다.
박진만 감독도 원태인에 대해 "지금 페이스가 10승이 아니고 15승 페이스다. 부상없이 꾸준하게 선발 로테이션을 돌았으면 좋겠다"고 "밸런스도 괜찮다. 본인이 관리를 잘하고 있다"고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하지만 두 외국인 선발투수(코너 시볼드, 데니 레예스)의 들쭉날쭉한 피칭이 다소 불안감을 안기고 있다.
[{IMG05}]타격에서는 단연 영웅이 등장했다. 김영웅은 올 시즌 삼성의 '히트 상품'으로 불리며, 경기 때마다 영양가 만점의 적시타를 쏟아내고 있다. 4일 경기까지 타율은 0.303(132타수 40안타), 8홈런, 22타점을 기록 중이다. 2022, 2023 시즌과 비교하면 괄목상대(刮目相對, 눈의 비비고 다시 봄)할 만한 장족의 발전이다.
2003년생 김영웅은 2022년 삼성의 2차 1라운드에 지명된 후 계약금 1억7천만원에 지난 시즌 연봉은 3천200만원에 불과했다. 하지만 올 시즌이 지나면 삼성 공격의 선봉장으로 '난세의 영웅'(새 별명)의 몸값은 천정부지로 치솟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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