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군소 정당으로 전락할 위기에 직면했지만 영남의 전폭적인 지지를 바탕으로 기적적으로 회생했다. 그럼에도 일각에서는 잇따른 총선 패배 등 당의 위기가 영남 탓이라며 습관처럼 영남 배제론을 주장한다. 영남 국민의힘 지지층을 모독하는 이 같은 궤변에 대해 지역 정치권이 적극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는 주문과 함께, 보수 주류로서 변화하는 유권자의 정서에 다가서는 책임감도 가질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보수 악성 습관된 영남 배제론
"영남당이라는 프레임을 우리 스스로 씌우는 일이 없어야 한다."
2021년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출마했던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매일신문과 인터뷰에서 이 같이 말하며 "영남에도 충분히 개혁적이고 젊은 사람과 소통 가능한 의원이 있고, 수도권에도 소위 꼰대라는 의원들이 있다. 이걸 지역에 기반해서 구분하는 것은 과도한 스테레오타이핑(고정관념화)"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당적을 옮긴 그는 최근 국민의힘의 4·10 총선 패인과 관련해 "영남 의원들은 왜 우리 때문에 졌냐 하겠지만 영남당이라서 진 게 맞다"고 말을 뒤집었다.
이 대표와 달리 윤상현 의원(5선·인천 동구미추홀구을)은 영남 배제론에 일관적이다.
최근 영남당 책임론에 대해 당내에서 가장 큰 목소리를 내고 있는 그는 이미 2015년 유승민 전 의원의 부친상 빈소를 찾아 "지난 (2012년) 총선 때도 (대구경북)에서 60%가량 물갈이를 해서 전체 의석이 과반수를 넘을 수 있었다"고 말해 논란을 일으켰다.
이듬해 총선에서도 TK 물갈이를 해야 수도권을 포함한 전국 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을 것이란 논리였는데, 문제는 발언 장소가 비박(비박근혜)계인 유 전 의원의 상가였다는 점이다.
친박(친박근혜)계 핵심인 윤 의원의 예고(?)대로 2016년 20대 총선에서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TK 교체율은 50%를 육박했지만 오히려 전국 선거에선 참패했다.
정치권에선 영남당 책임론과 영남 배제론이 언젠가부터 보수진영 내 악성 습관처럼 자리 잡기 시작했다고 분석한다. 3년 전 이준석 전 대표의 발언처럼 지역을 초월해 당 전반의 경직된 문화를 지적하는 것이 적절함에도, 단지 영남이 당의 다수라는 이유만으로 고정관념에 기반해 묻지마 비판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치평론가인 이주엽 엘엔피파트너스 대표는 "영남당 책임론과 영남 배제론은 곧바로 영남 유권자의 선택을 폄훼하는 뜻이 되기에 너무도 무례한 주장"이라며 "보수 주류로서 수적 우위에 있다고 해서 모든 책임을 지고 뒤로 물러나라는 건 영남 유권자에게 하는 말과 같은데, 국민의힘이 핵심 지지기반 영남을 배제하고는 당의 존립도 위태롭다"고 했다.
◆영남 폄훼에 적극 목소리 내야
영남 폄훼에 대한 지역 정치권의 적극적인 대응도 요구된다. 재선 대구시장 출신인 권영진 당선인(대구 달서구병)과 이번 총선에서 낙천한 홍석준 의원(대구 달서구갑)을 제외하면 영남당 책임론에 공개적으로 반박하는 목소리를 찾기가 어렵다.
지역 정치권 관계자는 "대다수 영남 의원들이 침묵하는 것은 일각의 영남당 책임론을 인정하는 것으로 비칠 공산이 크다"며 "지역 유권자로부터 압도적 지지를 받아 당선된 만큼, 궤변에 대해 강하게 비판하는 자세가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정치권에선 영남 배제론의 정치적 노림수에도 주목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영남 의원의 2선 후퇴를 거듭 압박하는 윤상현 의원이 대표적으로, 차기 당권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목적이 영남 배제론에 반영됐다는 게 정치권의 시각이다. 보수 내에서 신(新)지역주의를 조장하는 일부 세력에 대해 단호하게 경고의 메시지를 보내고, 위기 수습을 위해 건설적인 논의의 장을 마련하는 게 현재 영남 의원들의 책무라는 주문도 설득력을 얻는다.
아울러 영남 배제론이라는 극단적인 주장에 가렸지만, 수도권 선거 전략을 반드시 바꿔야 한다는 낙선자들의 쓴소리는 반드시 수용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주엽 대표는 "국민의힘이 수도권 유권자 마음을 읽어내는 데 실패한 건 분명한 사실이다"며 "영남이 보수 주류라면 이번 총선을 통해 더 큰 책임감을 갖고 시류의 변화에 민감하게 대처해야 한다. 그것이 민주당 20년 집권론을 막아준 영남 유권자의 지지에 보답하는 길"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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