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범죄도시 4' 스크린 독식에 불만 터져나와…"영화계 망가뜨려"

하하필름스 대표, 토론회서 공개적으로 비판

5일 오전 서울 시내의 한 영화관에 걸린 범죄도시4 포스터 앞으로 관람객이 지나고 있다. 연합뉴스
5일 오전 서울 시내의 한 영화관에 걸린 범죄도시4 포스터 앞으로 관람객이 지나고 있다. 연합뉴스

700만 관객을 넘기며 흥행몰이 중인 '범죄도시 4'의 스크린 독식이 심각하다는 지적이 공개적으로 제기됐다.

6일 영화계에 따르면 지난 2일 '한국 영화 생태계 복원을 위한 토론회'에서 발제자로 나선 제작사 하하필름스의 이하영 대표가 '범죄도시 4'의 스크린 독과점 문제를 거론하며 "해도 해도 너무하지 않은가. 내버려 둬도 될 사안인가"라고 지적했다.

한 참석자는 "이런 상황에서 영화 제작을 활성화하면 뭐 하나. 한두 편만 살아남고 나머지는 다 죽는 판이 되고 있다"며 스크린 상한제를 주장했다.

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을 포함한 5개 영화단체 주최로 열린 이날 토론회에는 이달 1일 개막한 전주국제영화제에 참가 중인 영화계 관계자들이 다수 참석했다.

범죄도시4는 개봉 후 7일 동안 80% 이상의 상영 점유율을 차지하며 스크린 독과점 논란에 불을 붙였다. 상영점유율은 영화관의 전체 상영 횟수에서 한 영화가 차지하는 비율을 가리킨다.

스크린을 독차지하다시피 한 '범죄도시 4'는 개봉 11일째인 이달 4일 누적 관객 수 700만명을 돌파하면서 흥행 중이지만, 나머지 대다수 영화는 스크린 확보 경쟁에서 밀려 관객의 선택을 받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 대표는 "이것이 배급사와 제작사의 잘못인가. 극장들이 서로 경쟁적으로 관객을 끌어들이려고 한 결과가 아닌가"라며 "왜 영화계를 망가뜨리고 있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준동 나우필름 대표도 "(스크린) 독과점 문제를 논의한 지 10년이 넘었지만, 달라진 게 없다"며 "영화계의 (문제들을 논의하는) 합의 단위에서 극장은 배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티켓값이 올랐음에도 객단가(관객 1인당 매출) 상승률은 낮아 제작과 투자가 위축됐다는 지적도 나왔다. 극장 간 출혈 경쟁으로 무료 초대권, 통신사·신용카드 할인을 남발하면서 제작사가 그 비용을 떠안고 있다는 주장이다.

이 대표는 "(이 과정에서) 극장들이 제작사나 배급사와 상의했는가 하면 그렇지 않다"며 객단가 하락의 부담이 제작사와 배급사에 전가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영화 '파묘'의 경우 객단가 하락에 따른 제작사 손실 규모를 105억원으로 추산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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