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 소멸 위기가 심상치 않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농림어업조사 결과'에 따른 농가 수가 99만9천 가구로 처음으로 100만 가구 아래로 내려갔다.
전체 농가 인구도 2022년 216만6천 명 대비 3.5% 줄어든 208만9천 명이다.
농촌 소멸이 먼 미래가 아니라 눈앞에 닥친 위기임을 느끼게 하는 통계다. 굳이 줄어든 농가 수가 아니더라도 면 단위 지역에서 자그마한 농협을 경영하는 필자는 매일 소멸 위기에 직면한 농촌 현장을 직접 확인하고 있다.
인구가 줄어드니 농촌 지역이 의료와 복지 혜택의 사각지대로 남게 되는 악순환이 되풀이된다. 소멸 위기에 처한 농촌을 지켜볼 수만 없기에 절박한 심정으로 평소 생각한 몇 가지 의견을 제시하고자 한다.
첫 번째, 농촌 일손 부족 문제 해결이 가장 시급하다. 농사를 짓고 싶어도 일손을 구할 수 없고, 급등한 인건비는 농업 경쟁력을 약화시켜 결국 농촌 소멸로 이어진다.
최근 들어 일손 부족 문제 해결을 위해 일부 농협에서 외국인 근로자를 활용한 계절형 공공근로제를 시행하고 있지만 미봉책일 뿐이다.
장기적으로는 도시 농부를 일손 부족 문제 해결에 적극 활용할 것을 제안한다. 농림축산식품부가 발표한 '도시 농업 현황조사'에 따르면 2022년 기준으로 196만 명이 18만5천524개 텃밭에서 도시 농업에 종사하고 있다.
도시 농부에게 농협 조합원 자격을 부여하고, 이들에게 농촌 지역 일손 부족 문제 해결을 위한 도농 상생 프로그램에 적극 참여할 수 있는 인센티브를 제공한다면 도시 농협의 정체성 문제와 농촌 농협의 일손 부족 문제를 한꺼번에 해결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둘째, 시행 2년 차에 접어든 고향사랑기부제를 활력 넘치는 농촌 만들기의 마중물로 삼아야 한다.
고향사랑기부제가 농촌 소멸 위기 극복에 도움이 된다는 것은 인구 4만4천여 명에 불과한 담양군이 고향사랑기부금 모금 실적 전국 1위를 달성한 데서도 찾아볼 수 있다. 특히, 기부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답례품이 농축산물이었다는 점도 고무적이다.
필자가 근무하는 농협에서도 전통 장류를 안동시에 답례품으로 제공하고 있다. 지자체별로 특색 있는 우수한 품질의 농축산물 답례품을 발굴해 적극 홍보한다면 소멸 위기에 직면한 지자체의 재정 확충과 농촌 경제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셋째, 농협을 지역센터로 재설계할 필요가 있다. ICA 협동조합 원칙 중 제7원칙인 '지역사회에 대한 기여'에서도 알 수 있듯이 협동조합은 기본적으로 조합원의 이익을 추구하는 조직체이지만 조합원들이 속한 지역사회와도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
고령화 속도가 도시보다 훨씬 빠른 농촌 지역에서 농협이 지역센터 역할을 제대로 수행해 다양한 지역 밀착형 사회 서비스를 제공한다면 '요람에서 무덤까지'라는 말처럼 지역 주민의 복지와 삶의 질 향상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경북도는 전체 농가 99만9천 가구의 16.6%인 16만6천 가구가 거주하는 농도(農道)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최근 10년간 경북도로 유입된 귀농 인구가 전국에서 가장 많다는 것이다.
올해 선정된 청년 농업인 5천여 명 중 1천 명이 경북도에 거주하고 있다는 사실도 고무적이다. 농촌은 우리 모두의 고향이고 농업은 생명 산업이기에 농협도 위기 극복에 힘을 보태야 한다.
각 농협이 지역 특성에 맞는 지자체 협력사업을 통해 농촌 소멸의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하고 활력 넘치는 농촌 사회 만들기에 적극 동참해야 한다. 왜냐하면, 농촌과 농업인이 없는 농협은 존재할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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