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경주에서 기원전 1세기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청동거울 조각이 출토됐다. 이 청동거울 조각은 그간 한반도 지역에서 출토된 적 없는 전한(前漢) 대의 것으로 추정돼 눈길을 끈다.
한국문화재재단은 경주시 서면 사라리 124-2번지 일대에서 널무덤 2기와 덧널무덤 2기, 청동기 및 삼국시대 생활 흔적을 발굴 조사했다고 8일 밝혔다.
조사 결과 덧널무덤 1곳에서는 청동거울 조각과 나무로 된 칠기, 옻칠한 나무 칼집에 철검을 끼운 형태의 칠초철검(漆鞘鐵劍) 등이 출토됐다.
청동거울 조각은 무덤에 묻힌 피장자의 가슴 부근에서 확인됐다. 피장자는 당시 상당한 권력을 가졌던 인물로 추정되며, 거울의 마모된 흔적으로 볼 때 피장자가 상당 기간 소유했던 것으로 추정된다는 게 재단 측 설명이다.
거울 조각에선 '승지가'(承之可)라고 새긴 명문 일부가 확인됐다.
명문 분석 결과 일본 규슈 후쿠오카현 다테이와(立岩) 유적의 독널무덤에서 출토된 중국 전한시대(기원전 202년∼기원후 8년)의 청백경(淸白鏡)과 유사한 것으로 추정된다. 중국의 청동거울을 본떠 한반도 지역에서 만든 방제경이 아닌 전한의 청백경이 한반도에서 출토된 것은 처음이다.
무덤에서는 이밖에도 기원전 1세기쯤부터 확인되는 청동거울인 성운문경(星雲文鏡) 조각 1점과 옻칠 흔적이 남은 칠기류 등이 나왔다.
재단은 이번에 조사한 무덤들이 원삼국 시대에 조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수장급 무덤인 경주 사라리 130호 무덤보다 최대 100년 앞서 조성된 것으로 보고 있다.
재단 관계자는 "경주 북서쪽 일대에 최소 기원전 100년 이전에 정치 세력 집단이 존재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초기 신라의 정치집단 세력을 연구할 때 중요한 자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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