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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전환 수술' 안한 남성에…법원 "女로 성별 바꿀 수 있다"

지난해 7월 1일 서울 을지로 일대에서 열린 제24회 서울퀴어문화축제에서 퀴어문화의 상징인 무지개 현수막이 펼쳐져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7월 1일 서울 을지로 일대에서 열린 제24회 서울퀴어문화축제에서 퀴어문화의 상징인 무지개 현수막이 펼쳐져 있다. 연합뉴스

성전환 수술 여부를 성별 정정 허가 기준으로 삼는 것은 위법이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청주지법 영동지원은 성전환수술을 받지 않은 성전환자 A씨 등 5명에게 가족관계등록의 성별을 남성에서 여성으로 정정하는 것을 허가한다고 8일 밝혔다.

이들은 남성으로 태어났지만 어렸을 때부터 여성으로서 성정체성이 확고해 수년 이상 꾸준히 호르몬 치료를 받았다.

재판부는 "대법원은 성전환자의 호적 기재와 관련한 사항을 정하기 위한 사무처리 지침에서 성전환 수술 여부 등을 '허가 기준'에서 '참고 사항'으로 개정했다"며 "하지만 일부 법원이 재량에 따라 성전환 수술에 관한 서류를 요구했고 이를 제출하지 못할 경우 성별 정정의 불허가 판단 근거로 삼아 왔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가 언급한 대법원 예규인 '성별 정정사무처리 지침' 제6조에선 ▷자격 있는 의사의 판단과 책임 아래 성전환수술을 받아 외부 성기를 포함한 신체 외관이 반대의 성으로 바뀌었음이 인정될 것 ▷수술 결과 신청인이 생식 능력을 상실했고 종전의 성으로 재전환할 개연성이 극히 희박하다고 인정돼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규정은 참고 사항일 뿐이지만 일부 법원에서 사실상 '성별 정정 허가 기준'으로 활용해왔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경제적인 이유로 수술이 어려운 트랜스젠더들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훼손한다는 비판이 있었다.

이어 재판부는 "(성 재전환 가능성 등은) 성전환 수술이라는 하나의 수단만이 아니라 호르몬 치료 기간, 성호르몬 수치 등을 살핌으로써 충분히 달성할 수 있다"며 "이들은 어린 시절부터 여성으로서 귀속감을 갖고 있었으며, 이를 토대로 여성의 목소리를 갖추고 의복·두발 등 외관이 여성으로서 성역할을 지속적으로 수행했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주변 사람들은 물론 모르는 사람들도 신청인들을 여성으로 인식한다"며 "가족관계등록부에 남성으로 공시돼 그 불일치가 극명하므로, 신청인들의 성을 여성이라고 평가하기에 충분하다"고 판결했다.

또한 재판부는 "인간은 누구나 자신의 성 정체성에 따른 인격을 형성하고 삶을 살 권리가 있고, 성전환자도 우리 사회의 동등한 구성원으로서 행복을 추구하며 살아갈 수 있어야 한다"며 "성전환자에게 외과적 수술 등까지 받도록 강제하는 것은 신체의 온전성을 스스로 침해할 것을 강요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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