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 보이는 것이 보는 것, 프랭크 스텔라

정연진 독립큐레이터

정연진 독립큐레이터
정연진 독립큐레이터

미국의 유명한 화가이자 조각가이며, 20세기 현대미술의 혁신에 큰 역할을 한 프랭크 스텔라(Frank Stella·1936~2024)가 지난 4일 림프종 투병 중 영면했다. 미국 미술을 추상표현주의에서 미니멀리즘으로 이끈 그는 색상과 형태에 관한 끊임없는 연구를 통해 다양한 작품을 보여줬다.

1936년 미국에서 태어난 그는 특이하게도 프린스턴대에서 역사와 미술을 공부했다. 이미 20대 때 '블랙 페인팅' 연작으로 당시 미술계에 신선한 충격을 준 그는 일찍이 명성을 얻었다. 이 시리즈는 스텔라가 당시 돈을 벌기 위해 주택 페인트공으로 일하며 사용하던 붓과 한 통에 1달러짜리 가정용 페인트로 그렸다. 그는 캔버스에 같은 폭과 균일한 간격의 검은 줄무늬를 그렸고, 그 사이의 캔버스의 얇은 띠는 칠하지 않고 그대로 남겨놓는 방식으로 작업했다.

하지만 그는 단순함과 신비감으로만 작업을 멈추지 않았다. 1960년대 초, 그는 다채로운 색과 모양의 캔버스를 사용해 자신의 줄무늬 작품에 생기를 불어넣었다. 그리고 약 10년 동안, 그는 '각도기' 시리즈를 선보이기 시작했다. 100개 이상의 벽화 크기의 작품은 밝고 때로는 형광색의 반원이 겹쳐 있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1970~80년대, 스텔라는 평면적인 회화 대신 페인트칠 된 알루미늄, 섬유 유리 등을 사용한 곡선 및 소용돌이로 가득 찬 콜라주를 통해 벽에서 튀어나오는 입체적인 작품을 선보이기 시작했다. 이러한 작품들은 조각과 회화의 장르 구분을 무너뜨리는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관람하는 이에게도 색다른 경험을 선사했다.

누군가가 아무런 정보 없이 스텔라의 회고전을 본다면, 여러 명의 작가가 전시를 꾸몄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렇게 미니멀리즘 회화에서 시작해 맥시멀리즘 조각까지 그의 예술은 변화무쌍했다. 비교적 어린 나이의 성공에도 불구하고 스텔라는 지속해서 탐구하고 변화를 꾀했다. 이런 그의 끊임없는 노력이 결국 그를 전 세계적인 미술가이자, 대가로 만든 것이다.

엄격한 형식주의자이기도 한 스텔라는 그의 작품을 해석하려는 모든 시도를 거부했다. 그가 한 말 중에 "당신에게 보이는 것이, 당신이 보는 것 그 자체(전부)이다(What you see is what you see)"라는 말이 있다. 이는 보이는 것 이면의 것을 보기 위해 집중하는 관람객들의 모습을 비꼬는 것처럼 보일 수 있으나, 실은 자신의 예술에서만큼은 미술적 지식 또는 배경 지식에 따라 관람객이 차별되지 않도록 그저 보고 느끼기만 하면 되는 평등한 감상을 원했던 것으로 해석된다.

어쩌면 이 또한 관객에게 '보는 것'의 전권을 맡긴 그이기에, 다채로운 것을 '보여주고자'한 것이 아닐까. 그렇기에 그 안의 숨은 뜻을 찾기보다 단지 '보는 것'에 집중하는 것만으로도 그의 작품은 눈이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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