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뉴스In] 폭탄 돌리기에 좌초된 국민연금 개혁

◆여야 연금특위에서 합의 무산…보험료율 합의, 소득대체율 이견
◆22대 국회에서 다시 논의키로…지선, 대선 탓에 쉽지 않을 듯
◆미래세대에 부담 주는 개악은 안 돼…신중하게 논의해야

주호영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장(가운데)과 국민의힘 유경준(오른쪽), 더불어민주당 김성주 여야 간사가 7일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연금개혁특별위원회 종료 및 출장 취소 등과 관련해 입장을 밝힌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주호영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장(가운데)과 국민의힘 유경준(오른쪽), 더불어민주당 김성주 여야 간사가 7일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연금개혁특별위원회 종료 및 출장 취소 등과 관련해 입장을 밝힌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21대 국회에서 국민연금 개혁이 좌초했다.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연금특위)는 보험료율(내는 돈) 인상에는 여야가 합의했지만 소득대체율(받는 돈)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고 지난 7일 발표했다.

◆보험료율 인상 합의, 소득대체율 이견

연금특위는 현행 9%인 보험료율의 13% 인상에는 합의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평균 보험료율(18.2%)의 절반가량인 현행 보험료율을 그대로 둬서는 연금재정 고갈이 불가피해서다.

소득대체율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여당은 현행 42.5%에서 43%로 올리자는 반면 야당은 최소 45%를 고수했다. 소득대체율 2% 포인트 차이를 극복하지 못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연금 개혁이 1년 지체될 때마다 수십조원의 국가재정이 투입돼야 한다고 경고한다. 이런 상황을 뻔히 알고도 22대 국회로 개혁안을 넘겼다.

22대 국회는 2026년 지방선거, 2027년 대선이 예정돼 있다. 연금 개혁 동력이 살아나기 쉽지 않다는 얘기다.

연금 개혁 실패는 정부와 국회 모두의 책임이다. 논의 과정을 되돌아보면 폭탄 돌리기를 연상케 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공적연금개혁위원회를 대통령 산하에 두고 국민연금, 공무원 등 특수직역연금 개혁도 추진하겠다고 공약했다. 인수위 단계에서 국회에 특위를 두는 쪽으로 방향이 바뀌었다. 2022년 7월 출범한 국회 연금특위는 국민연금만 대상으로 했다.

정부는 지난해 10월 국민연금 장기 재정 전망과 제도 개선안을 포함한 제5차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을 발표했다. 하지만 기금 고갈 시기, 노후소득과 맞물린 보험료율, 소득대체율, 연금 수급 연령 등 중요한 목표치는 모두 비워두는 맹탕 계획이었다. 국회 연금특위 결정을 지켜보겠다는 의도였다.

연금특위도 속도를 내지 못했다. 두 차례 활동 기간을 연장하며 12차례 회의를 했지만 구체적 성과를 도출하지 못했다. 대신 지난 1월 말 시민대표단 논의가 중심인 공론화위원회에 개혁안 도출을 떠넘겼다.

시민대표단은 ▷보험료율을 13%로 인상하고 소득대체율을 50%로 올리는 1안 ▷보험료율을 12%로 올리고 소득대체율은 현행 40%를 유지하는 2안 중에서 1안을 선택했다.

1안은 고갈 시점을 2061년으로 6년 늦추지만 누적 적자를 더 키운다. 국회 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적자를 2093년까지 702조원 증가시킨다고 했다. 보건복지부 최신 분석에서는 적자 증가 규모가 1천4조원으로 늘어났다. 미래세대의 부담을 가중하는 만큼 지속 가능성 측면에서 문제가 많은 안이다.

1안이 선택되자 그제야 정부가 다급해졌다.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는 "재정을 더 어렵게 하고 미래세대에 부담을 줄 수 있다"며 사실상 반대 의사를 밝혔다. 정부가 재정 안정에 방점을 뒀다면 처음부터 연금특위를 설득했어야 했다. 연금 개혁이 물 건너 간 데는 정부가 방향성을 명확하지 하지 않은 탓이 크다.

[그래픽] 국민연금 개혁안 2개 압축 (서울=연합뉴스)
[그래픽] 국민연금 개혁안 2개 압축 (서울=연합뉴스)

◆22대 국회 숙제로 넘겨져

연금 개혁은 22대 국회로 넘겨졌다.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 "21대 국회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조급하게 하는 것보다 22대 국회로 넘겨 더 충실하게 논의하고 국민이 깊은 관심을 갖게 해 폭넓은 공론화 과정을 거쳐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 내는 것이 맞다"고 했다. 그러면서 "다만 임기 안에는 확정할 수 있도록 정부도 적극적으로 협력할 생각"이라고 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회담에서 연금 개혁에 대해 "차기 국회로 넘기자"고 제안했다.

문제는 22대 국회에서 21대보다 더 진일보한 결론을 도출할 가능성이 많지 않다는 데 있다. 여소야대 국회가 여전히 지속되면서 정부와 여당의 '재정안정론'과 야당의 '소득보장론'이 지속적으로 충돌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번에 연금 개혁이 불발된 배경도 재정안정파와 소득보장파 간 해묵은 논쟁이 깔려 있다.

해묵은 논쟁이 반복되는 동안 연금 개혁은 2007년 이후 아무런 진척이 없다. 국민연금법에 따라 정부는 5년마다 재정수지를 계산하고 이를 바탕으로 장기 재정이 균형을 유지하도록 보험료율과 연금액을 조정해야 한다.

하지만 보험료율은 1998년 9%로 올린 후 26년째 손을 대지 못하고 있다. OECD 회원국의 공적연금 평균 보험율은 18.4%(2022년 기준)로 우리의 두 배 수준이다.

보험료율 인상이 가장 시급한 과제다. 22대 국회에서는 여야가 잠정적으로 합의한 보험료율 인상안(13%)을 논의의 시발점으로 삼아야 한다. 반면 미래 세대에 과도한 부담을 안겨줄 우려가 있는 소득대체율 인상은 신중해야 한다. 22대 국회에서 최우선적으로 논의해야 할 게 연금개혁안이라는 것을 여야 모두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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