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영주공설시장 안 10평(약 33㎡) 남짓한 식당. 점심시간을 맞아 서너 명의 손님들이 들어서자 김병국(46) 씨의 어머니와 아내의 행동이 부산스러워지기 시작한다. 식당 한편에는 오전 밭일을 마친 병국 씨의 아버지가 점심 식사를 하고, 그 옆으로는 손자 태우(2)가 어리광을 부리고 있다.
병국 씨는 말없이 이들을 지켜보기만 했다. 가장으로서 이들을 돌봐야 하지만 할 수 있는 건 일주일에 한두 번 아르바이트에 나가는 게 전부다. 아프고 나서부터는 몸무게가 14㎏이나 줄어든 데다, 조금만 움직여도 쉽게 피곤해지기 때문이다. 빨리 건강을 찾아 일을 제대로 하고 싶지만 몸속 불청객을 언제쯤 쫓아낼 수 있을지, 기약 없는 시간이 흐르고 있다.
◆ 평범한 삶 꿈꿔…일자리 찾아 베트남서 정착해
천안, 부산 등을 떠돌던 병국 씨네 가족이 경북 영주에 정착한 건 그가 중학교에 막 올라갈 무렵이었다. 아버지와 어머니의 직장이 자주 바뀌면서 이사가 잦았고, 수입도 일정치 않았다.
경제적으로 여유롭지 않은 환경이었지만 가족은 화목했다. 3남매 중 장남인 병국 씨와 동생들은 큰 다툼 없이 커왔고, 부모님도 양육에 최선을 다했다. 아버지 월급날에 돈가스를 다 같이 먹으러 가는 것이 가족들에겐 가장 큰 행복이었다.
안정된 직장을 얻은 뒤 단란한 가정을 꾸리는 것이 목표였던 병국 씨는 공고를 졸업한 뒤 서울, 인천 등에 있는 여러 공장을 전전했다. 적성에 맞는 일을 찾기가 어려웠던 그는 지인과 함께 수족관 사업도 했지만 생각대로 일이 풀리진 않았다.
그러다 35살 때쯤 다녔던 안테나 제조 회사가 그의 마음에 쏙 들었다. 계약직 인턴 신분으로 처음 입사를 한 그는 곧 정직원이 될 수 있다는 기대를 품고 일에 전념했다. 5년쯤 후 이 회사에서 정규직 신분 베트남 주재원을 뽑았고, 병국 씨는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오랜만에 느꼈던 안정감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베트남에서 생활한 지 4년쯤 될 무렵 회사에서 한국 직원을 대상으로 명예퇴직을 받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사실상 회사의 제안을 거절할 방법이 없었던 그는 능숙한 베트남어 솜씨를 바탕으로 이직에 성공했다.
이 회사에서 병국 씨는 비로소 꿈을 이뤘다. 직장동료였던 즈엉티껌띠엔(28) 씨와 2022년 결혼식을 올린 데다 그해 11월에는 아들 태우도 태어나면서 가정을 꾸릴 수 있게 된 것이다. 그저 평범하게만 살고 싶었던 그는 아무 일 없이 삶의 평온이 유지되기만을 바랐다.
◆ 갑자기 찾아온 간암…일상 뒤흔들어
비극은 금세 찾아왔다. 2023년 4월의 한 토요일 아침, 병국 씨가 눈을 뜨자마자 생전 겪어보지 못한 통증이 배에서 시작된 것이다. 복통이 너무 심각해 어깨와 허리도 도저히 펴지 못할 지경이었다. 몇 달간 속이 더부룩한 느낌은 있었지만 통증을 느낄 정도는 아니었다.
다급하게 구급차를 타고 인근 병원으로 가니 간세포암 4기라는 검사 결과가 나왔다. 얼마 전 세상을 떠난 남동생과 같은 병명이었다. 암이 이미 상당 진행돼 수술이 어려울 정도였고 병원에서는 진통제 처방 외에는 해줄 수 있는 게 없다고 했다. 병원 몇 군데를 더 다녀봐도 돌아오는 답은 비슷했다.
더 나은 치료를 받기 위해 한국으로 왔지만 수술이 어렵긴 마찬가지였다. 대구의 한 대학병원을 찾은 그는 암세포 전이를 막기 위해 5번의 시술을 거친 뒤 올해 1월부터는 항암치료도 받고 있으나 건강은 호전되지 않고 있다.
급기야 최근에는 암세포가 폐까지 전이돼 항암치료를 중단하고 '렌바티닙'이라는 약물치료를 받고 있다. 다행히 이 약을 먹은 뒤로는 암세포가 조금씩 줄어들고 있고, 눈에 띄는 부작용도 없는 상황이다.
문제는 돈이다. 베트남에서 결혼식을 하고, 병원비 등을 내느라 모은 돈을 다 써버린 병국 씨는 사실상 빈손으로 한국으로 왔다. 지금까지 병원비는 보건복지부와 대학병원 의료비 지원을 통해 충당했지만 앞으로가 막막하다.
특히 '렌바티닙'은 비급여 약물로 보험 혜택도 받지 못한다. 이에 한 달 약물 치료비만 약 170만원에 달하는데, 언제까지 치료를 받아야 할지도 알 수 없다. 병국 씨 가족들의 수입원은 최근 기초생활수급자로 등록돼 한 달 생계비 150만원을 지원받는 것과 매출 기준 월 150만원 안팎에 그치는 식당 수입뿐이다.
칠순이 넘은 몸을 이끌고 밭에 나가시는 아버지, 관절염을 달고 살면서 식당 일을 하는 어머니, 남편 따라 한국에 건너와 외로움을 느끼는 아내, 이제 곧 어린이집에 가야 하는 아들까지.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는 병국 씨는 반드시 건강을 되찾아 보통의 삶으로 돌아가겠노라 매일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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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픈 부녀 뒷바라지 류가영 씨에게 2,189만원 전달
거식증 앓는 딸, 뇌출혈 겪었던 남편 뒷바라지하는 류가영 씨(매일신문 4월 30일 10면 보도)에게 2천189만9천418원을 전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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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병으로 생계 위협 몰린 조창호 씨에게 2,334만원 성금
치매 앓는 어머니 돌보다 우울증·공황장애 시달리는 조창호 씨(매일신문 5월 7일 10면 보도)에게 43개 단체, 128명의 독자가 2천334만3천12원을 보내주셨습니다. 성금을 보내주신 분은 다음과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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