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3대 문화권 대해부] '밑 빠진 독' 테마파크형 개발…경북 북부권 관광의 위기

안동과 영주 등 경북 북부권 투입 사업비만 7천6억8천만원
대규모 인프라 속 접근성·콘텐츠의 질 떨어져
5개 사업 누적 운영 적자 132억3천만원…안동·영주에 운영손실 집중

어린이날 연휴 바로 앞둔 지난 3일 금요일 영주 선비세상의 모습. 나들이철을 맞았지만 방문자가 거의 없이 텅 비어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어린이날 연휴 바로 앞둔 지난 3일 금요일 영주 선비세상의 모습. 나들이철을 맞았지만 방문자가 거의 없이 텅 비어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안동 세계유교선비문화공원 내 박물관의 모습. 주말 연휴를 앞둔 지난 3일 금요일에 박물관은 텅 비어있었다. 의미를 알기 어려운 맨몸 남성의 영상이 눈에 띄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아무리 평일이지만 직원보다 관광객이 더 적으면 어떡합니까?"

태지호 안동대 사학과 교수의 낙담이다. 지난해 경북도의회와 3대 문화권 사업 활성화 방안 연구를 진행한 태 교수는 유교·선비 역사문화를 자원으로 한 경북 북부권 테마파크형 관광지의 침체를 아쉬워했다. 대규모 인프라를 조성했지만, 접근성과 콘텐츠의 한계로 사람들의 관심을 받지 못하는 현실 때문이다.

태 교수가 문제로 지적한 테마파크형 관광지는 '3대 문화권 문화생태 관광기반 조성사업'(3대 문화권 사업)의 심장과도 같다. 사업마다 1천억원 이상 들인 핵심 중의 핵심이다. 45개 사업 중 5개이지만 사업비는 모두 합쳐 7천억원에 달한다. 3대 문화권 사업 전체 예산의 3분의 1수준이다. 특히 안동과 영주 등 경북 북부권에 투자가 집중됐다.

대단지 전시·체험시설과 컨벤션 기능을 갖춘 테마파크형 관광지는 지역 관광산업을 이끌어갈 기대주였다. 하지만 큰 덩치만큼 불어나는 관리운영비와 턱없이 부족한 수입으로 적자의 늪에 빠졌다. 그야말로 '승자의 저주'인 셈이다.

매일신문이 운영 자료를 분석한 결과, 테마파크형 사업 5개의 2019~2023년 누적 관리운영비는 316억원이다. 같은 기간 수입은 184억원으로 모두 132억원의 적자를 냈다.

특히 운영손실은 대부분 2022년 개장한 안동(세계유교선비문화공원, 한국문화테마파크)과 영주(선비세상)에 집중됐다. 지난 2년간 누적 적자가 안동은 66억원, 영주는 83억원에 달했다. 문경(에코월드)과 군위(삼국유사테마파크)는 흑자를 기록하며 선전했다.

안동과 영주의 운영손실은 경북 북부권 관광의 위기와 맞닿아 있다. 한국관광공사의 한국관광 데이터랩에 따르면 지난해 경북 전체 방문자는 전년보다 1.8% 늘어났다. 지역별로 보면 안동 0.4%, 영주 0.6% 증가에 그쳤다. 이는 경북 22곳 시·군 가운데 청도(0.1%) 다음으로 낮고, 경북 평균에도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다.

안동과 영주의 약점은 접근성이 떨어지고 관광 시장 규모가 크지 않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테마파크의 성공 요인으로 ▷대규모 배후시장 ▷유입인구 확대를 위한 인근 관광자원과의 연계 ▷편리한 교통 접근성 등을 손꼽는다. 특히 안동과 영주는 접근성과 배후시장에서 불리한 조건이다.

실제 지난해 방문자 거주지 분포를 보면 안동과 영주는 인구가 감소하는 경북 비중이 각각 47%와 37.8%로 가장 컸다. 서울·경기도 쪽 방문자는 안동 17.4%, 영주 26.1%에 그쳤다. 이와 달리 문경은 서울·경기도 방문자가 31.7%나 됐고, 군위는 대도시인 대구가 40.2%로 큰 비중을 차지했다.

태지호 안동대 사학과 교수는 "3대 문화권 사업 중 경북 북부권의 가장 큰 문제는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데 있다. 대중교통이 불편해 자가용차가 없으면 이용하기 쉽지 않다. 방문해도 숙박과 음식점 등 편의시설이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유교·선비 전시물도 관람객이 이해하기에 어렵고 쉽게 와닿지 않는다. 체험들도 너무 단순하다. 전체적으로 콘텐츠가 유행의 변화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기획탐사팀

어린이날 연휴 바로 앞둔 지난 3일 금요일 영주 선비세상의 모습. 나들이철을 맞았지만 방문자가 거의 없이 텅 비어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안동 세계유교선비문화공원 내 박물관의 모습. 주말 연휴를 앞둔 지난 3일 금요일에 박물관은 텅 비어있었다. 의미를 알기 어려운 맨몸 남성의 영상이 눈에 띄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어린이날 연휴 바로 앞둔 지난 3일 금요일 영주 선비세상의 모습. 나들이철을 맞았지만 방문자가 거의 없이 텅 비어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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