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3대 문화권 대해부] 대규모 시설 유치의 대가…저조한 방문객·버거운 운영비

5개 테마파크 대구 이월드 6배 달하는 규모, 방문자 감소세
한 해 평균 운영비만 30억원 수준, 영주는 지난해 63억원 지출
수입은 '쥐꼬리', 안동·영주 운영비 대비 수익 10%도 채 안돼
'문 닫을 순 없는 노릇', 체험 프로그램 신설, 유명 유튜브 합작 촬영, 힐링 브랜드 개발 노력

지난 3일 영주 선비세상의 모습. 전체 부지 면적이 축구장 38개 규모인 27만5천㎡에 달한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지난 3일 영주 선비세상의 모습. 전체 부지 면적이 축구장 38개 규모인 27만5천㎡에 달한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안동 한국문화테마파크 전경. 안동 도산면 동부리에 자리한 이곳은 시설 면적이 4만㎡(1만2천 평)에 달하며 건물은 41개가 조성돼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3대 문화권 사업의 테마파크형 관광지는 대규모 시설을 자랑하지만, 방문자가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 유교와 전통문화를 앞세운 안동과 영주의 경우 관광객 유치를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막대한 운영비 부담과 저조한 수입으로 '적자의 늪'에 빠졌다.

◆방대한 규모의 관광지, 저조한 방문객

3대 문화권 사업의 5개 테마파크형 관광지는 국내 다른 테마파크에 뒤지지 않을 정도로 방대한 규모다. 총 부지 면적은 240만3천㎡(72만8천평)로, 대구 이월드의 6배에 이르며 경기 용인 에버랜드의 1.6배나 된다. 이들 관광지에는 전시·체험관을 비롯해 야외 공원과 광장 등을 갖추고 있다.

대표적으로 안동의 세계유교선비문화공원과 한국문화테마파크는 시설 면적이 4만㎡(1만2천평)이며, 건물은 41개에 달한다. 두 곳은 사실상 하나의 관광지를 형성하고 있다. 하지만 방문자가 적어 넓은 공간에 적막함마저 느껴진다.

영주의 선비세상은 부지 면적이 축구장 38개 규모인 27만5천㎡로, 내부는 순환 열차를 운행할 만큼 드넓다. 매표소를 지나 진입하면 대궐 같은 한옥들이 맞이한다.

문제는 큰 규모에 비해 방문자가 매우 적다는 것이다. 안동의 경우 지난해 방문자가 세계유교선비문화공원 5만3천명, 한국문화테마파크 3만1천명에 그쳤다. 같은 해 영주 선비세상은 6만3천명을 기록했다.

지역의 다른 관광지와 비교하면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안동의 하회마을과 도산서원에 각각 52만9천명과 23만명이 다녀갔다. 같은 해 영주는 부석사 32만3천명, 소수서원 18만4천명이 방문했다.

영주 선비세상 내부 전경. 한옥과 초가집 등 전체적인 테마는 비슷한 모습을 띄고 있어 차별성이 느껴지지 않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안동 한국문화테마파크 전경. 안동 도산면 동부리에 자리한 이곳은 시설 면적이 4만㎡(1만2천 평)에 달하며 건물은 41개가 조성돼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지난 4월 22일 문경 에코월드 내 석탄박물관 전경. 지난 2022년 12월부터 50억원을 들여 내부 시설을 개보수해 지난 10일 재개관했다. 김우정 기자
영주 선비세상 내부 전경. 한옥과 초가집 등 전체적인 테마는 비슷한 모습을 띄고 있어 차별성이 느껴지지 않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테마파크형 관광지 가운데 문경과 군위는 선전하고 있다. 서울·경기도 관광객 비중이 높은 문경 에코월드는 석탄박물관을 중심으로 부지가 103만2천㎡에 이른다. 70만㎡ 부지에 조성된 군위 삼국유사테마파크는 대구를 배후시장으로 두고 있다. 지난해 방문자를 보면 문경 에코월드 21만2천명, 군위 삼국유사테마파크 9만1천명이었다.

군위군 관계자는 "앞으로 콘텐츠 보강과 브랜드 인지도 향상을 위해 홍보를 강화할 것"이라며 "테마파크는 3~5년마다 시설을 리뉴얼해 재방문을 유도하는 한편 새로운 킬러 콘텐츠를 계속 만들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눈덩이 운영비, 쥐 꼬리 수입…"차라리 문 닫아라"

테마파크형 관광지는 덩치만큼이나 비용 부담도 크다. 연간 관리운영비가 평균 30억원을 웃돌며, 다른 3대 문화권 사업보다 작게는 2배에서 크게는 십수 배가 더 많다.

관리운영비는 주로 인건비, 경상경비, 전기·수도 요금 등으로 구성된다. 특히 테마파크는 인건비는 물론 전시관과 체험관, 조경 등 시설 관리에도 많은 예산이 필요하다.

영주 선비세상은 지난해 운영비로 63억7천만원을 지출했다. 이 중 인건비가 절반에 가까운 27억1천만원이었다. 지난해 46억7천만원의 관리운영비를 쓴 안동도 비슷했다. 인건비가 26억8천만원으로 절반이 넘었다. 이외에 전력사용료로 5억6천만원을 냈고 조경 관리에도 1억1천만원을 들였다.

지난 3월 28일 군위 삼국유사테마파크 해룡열차. 군위는 지난 4년간 16억2천만원의 누적 흑자를 기록했지만 최근 방문객 수가 줄어들면서 흑자 규모가 줄어드는 상황에 처했다. 윤정훈 기자 hoony@imaeil.com
지난 4월 22일 문경 에코월드 내 석탄박물관 전경. 지난 2022년 12월부터 50억원을 들여 내부 시설을 개보수해 지난 10일 재개관했다. 김우정 기자

개장한 지 오래된 문경과 군위는 낡은 설비 교체와 새로운 시설 도입으로 비용 부담이 큰 편이다. 삼국유사테마파크의 최근 3년간 주요 시설비 내역을 보면 잔디 식재와 수목 정비, 온열기 교체, 암반 관정 개발, 하수처리시설 교체, 쿨링포그 시스템 설치 등 곳곳에서 지출이 발생했다.

반면 수입은 매우 제한적이다. 지난해 안동의 경우 컨벤션센터 대관료(2억2천만원)를 제외하면 박물관과 테마파크의 입장료·체험료 수입(1억1천만원)이 전부였다. 결국 안동의 지난해 수입은 관리운영비의 7.3%에 불과했다.

영주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수입은 고작 2억2천만원으로 관리운영비의 3.5%에 그쳤다. 수입의 상당수는 입장료(1억7천만원)였다. 체험료와 대관료, 임대료 등 다른 수입은 미미했다.

지난달 22일 문경 에코월드 탄광촌전시관을 관람객들이 살펴보고 있다. 김우정 기자
지난 3월 28일 군위 삼국유사테마파크 해룡열차. 군위는 지난 4년간 16억2천만원의 누적 흑자를 기록했지만 최근 방문객 수가 줄어들면서 흑자 규모가 줄어드는 상황에 처했다. 윤정훈 기자 hoony@imaeil.com

문경 에코월드는 간신히 적자를 면했다. 지난 5년간 모두 87억6천만원을 투입했으나 남긴 이익은 8천700만원에 불과했다.

군위는 실적이 가장 좋은 편이다. 지난 4년간 16억2천만원의 누적 흑자를 기록했다. 하지만 흑자 규모가 줄어든다는 위기감이 있다. 2021, 2022년 연간 9억원 규모의 흑자를 내다가, 지난해 500만원을 남기는 데 그쳤다. 2021~2023년 사이 입장료 수입은 11억→8억8천만→7억4천만원으로 감소했다.

경북도의회 내 '경북 북부권 관광산업 활성화 연구회' 대표를 맡은 김대일 도의원은 "매년 수십억 원씩 예산을 쓸 거 같으면 차라리 문을 닫으라는 사람도 많다. 문제는 앞으로 몇 년이 지나면 시설 보수 비용이 더 들어간다는 것"이라며 "국비를 유치 때는 좋았지만 지금은 막대한 운영자금을 지자체가 감당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자생력 확보를 위한 고군분투

테마파크형 3대 문화권 사업의 성공을 위해서는 매력적인 콘텐츠와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중요하다. 특히 접근성이 떨어지고 배후수요가 부족한 안동과 영주는 콘텐츠 보강은 물론 홍보와 마케팅 전략을 통해 새로운 수요를 창출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안동은 우선 홍보에 집중할 방침이다. 한국문화테마파크의 경우 촬영지 대관, 사진 촬영 대회, 유튜버 협력 영상 제작 등 다양한 시도를 통해 관광객을 유치할 계획이다.

김현진 안동테마파크 기획운영실장은 "지난 4월부터 도산난장 프로그램을 도입해 관람객과 직접 호흡하는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최근엔 공중파 방송의 촬영지로 대관하는 등 관광지를 알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 올해는 인기 캐릭터 '펭수'를 유치했다"고 설명했다.

영주도 최근 어린이 선비축제를 열어 가족이 함께 참여하는 체험형 콘텐츠를 제공했다. 어린이 선비 장원급제와 어린이 상상극장, 열기구 등을 체험 프로그램을 통해 홍보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문경은 경쟁력을 유지하고자 새로운 프로그램 도입에 나섰다. 8억원을 들여 VR(가상현실) 실감콘텐츠와 실내 서바이벌 게임장을 마련할 계획이다. 야외 체험시설(자이언트 포레스트)도 새롭게 단장할 방침이다.

지난해 12월 5일 경북도의회
지난달 22일 문경 에코월드 탄광촌전시관을 관람객들이 살펴보고 있다. 김우정 기자

경북도의회도 3대 문화권 사업 활성화에 두 팔을 걷어붙였다. 경북도의회는 지난해 경북 북부권 3대 문화권 관광 활성화를 위한 연구 보고서를 내놓았다.

보고서는 "3대 문화권 사업장의 힐링 브랜드화와 더불어 적극적인 관광 수요 발굴, 힐링 콘텐츠의 지속적인 개발이 필요하다"며 "지역의 젊은 기획자(크리에이터)를 유치해 MZ세대와 소통하면서 감각적인 콘텐츠를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기획탐사팀

지난해 12월 5일 경북도의회 '경북 북부권 관광산업 활성화 연구회'(대표 김대일 의원)가 도의회 다목적실에서 '경북 북부권 관광 활성화를 위한 3대 문화권 사업장 연계 활용방안 연구 용역' 최종보고회를 열었다. 경북도의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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