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겨울 대표 신발 ‘어그’ 부츠, 100여 년 전 우리나라에도 있었네

국립대구박물관 개관 30주년 특별전 ‘한국의 신발, 발과 신’
고대~현대 신발 관련 역사와 문화 총망라한 첫 전시
발 보호 기능 넘어 사회·문화적 의미 담은 신발 한자리에

고영민 국립대구박물관 학예연구사가 13일 열린 국립대구박물관 개관 30주년 특별전
고영민 국립대구박물관 학예연구사가 13일 열린 국립대구박물관 개관 30주년 특별전 '한국의 신발, 발과 신' 언론공개회에서 전시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연정 기자
고영민 국립대구박물관 학예연구사가 안동 원이엄마 미투리에 담긴 사연을 소개하고 있다. 이연정 기자
고영민 국립대구박물관 학예연구사가 안동 원이엄마 미투리에 담긴 사연을 소개하고 있다. 이연정 기자

"당신은 늘 나에게 말하기를 둘이 머리 희어지도록 살다가 함께 죽자고 하셨지요. 그런데 어찌 나를 두고 당신 먼저 가십니까? 나와 어린아이는 누구의 말을 듣고 어떻게 살라고 당신 먼저 가십니까?"

1998년, 안동에서 조선시대 무덤이 발견됐다. 무덤에 묻힌 이는 31세 젊은 나이에 전염병으로 요절한 이응태(1556~1586). 무덤 안에서는 부인인 원이 엄마가 자신의 머리카락을 섞어서 만든 한 켤레의 미투리(삼·닥나무 등을 꼬아 만든 신)가 발견됐다. 그것을 싸고 있던 한지에는 원이 엄마가 쓴 한글 편지가 쓰여져 있었는데, 자신이 만든 미투리를 한 번 신어보지도 못하고 세상을 뜬 남편에 대한 애절함과 안타까움이 절절히 묻어난다.

복식문화 특성화 박물관인 국립대구박물관이 14일부터 선보이는 개관 30주년 특별전 '한국의 신발, 발과 신'은 고대부터 현대까지 신발의 역사와 문화를 다룬 최초의 전시다.

사람이 대지를 딛고 일어선 순간부터 발을 보호하기 위해 만든 신발은 원이엄마의 미투리처럼 때로는 소망을 담고 자신을 표현하며, 사회문화적 의미를 지닌 물건이 됐다. 국립대구박물관은 짚신과 나막신부터 금동신발과 왕실의 신발, 신발이 있는 풍속화까지 신발과 관련된 자료를 한자리에 모았다.

이번 전시에는 보물 23점, 국가민속문화유산 12점을 포함해 총 316건 531점이 관람객들을 맞는다. 7부로 구성된 전시의 제1부인 '발의 진화, 신발의 탄생'에서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신발과 그 재료 등을 볼 수 있고, 제2부 '짚과 풀을 엮어 만든 신발'에서는 삼한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 흔하게 신었던 짚신과 미투리를 살펴본다. 원이엄마 미투리를 포함해 상주가 신었던 엄짚신, 어린이 미투리 등이 전시됐다.

제3부 '신분마다 달랐던 신발'에서는 신분제 사회에서 권력을 나타내기도 했던 신발의 모습을 조망했다. 특히 영친왕비가 착용했던 청석(靑舃)을 적의와 함께 전시했고, 신하의 신발인 발목 높은 가죽신 화(靴)는 남구만, 이하응 초상과 함께 선보여 관람객들이 실제 착용 모습을 떠올리기 쉽게 했다.

눈 오는 날 신을 수 있게 짚을 종아리까지 오도록 엮어 만든 둥구니신. 이연정 기자
눈 오는 날 신을 수 있게 짚을 종아리까지 오도록 엮어 만든 둥구니신. 이연정 기자
제5부
제5부 '패션의 완성, 신발'에 전시된 백제 무령왕비 금동신발. 이연정 기자
성철스님이 생전에 신었던 고무신. 기워 신은 흔적이 보인다. 이연정 기자
성철스님이 생전에 신었던 고무신. 기워 신은 흔적이 보인다. 이연정 기자

제4부 '기후와 신발'은 비 오는 날 신었던 나막신부터 기름 먹인 가죽신인 징신, 눈 오는 날 신는 설피 등을 전시했다. 특히 추운 날 보온을 위해 짚으로 종아리까지 오도록 엮어 만든 둥구니신은 지금의 겨울 대표 신발인 '어그' 부츠와도 닮아있어 흥미롭다.

제5부 '패션의 완성, 신발'에서는 버선과 혼롓날의 복식을, 제6부 '죽은 이를 위한 신발'에서는 조선시대 장례용 습신과 백제 무령왕비, 경주 식리총, 나주 정촌 금동신발 등 삼국시대를 대표하는 금동신발을 살펴볼 수 있다.

제7부 '신발, 조선에서 현대까지' 전시는 우리에게 신발이 어떤 의미인지 살펴보는 자리다. 대구박물관이 소장 중인 이영희 한복디자이너의 기증품과 국가무형유산 화혜장 황해봉 장인 등의 작품을 백화점 쇼윈도처럼 벽면 가득 전시해, 전통 신발 혜(鞋)의 아름다움을 극대화시켜 연출했다.

또한 기워 신은 흔적이 역력한 성철스님의 고무신, 엄홍길 등산화, 서장훈 농구화, 이해인 수녀의 고무신, 배우 강동원과 김태리가 영화 '1987'에서 신었던 운동화 등 다양한 직업의 사람들이 신었던 신발도 조명한다.

전시는 9월 22일까지 이어지며 월요일은 휴관한다. 단체 관람(최대 60명)은 홈페이지(daegu.museum.go.kr)에서 예약 가능하다.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