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프 오르간은 단독으로 또는 조합해 사용될 수 있는 파이프 군(群)에 바람을 불어 넣어 트럼펫, 오보에, 플루트, 현 등의 다양한 소리를 내도록 하는 악기다. 각 음정의 건반은 연결된 밸브를 조절해 지정된 음의 파이프 열(列)에 바람을 공급하며, 스톱이라 불리는 장치는 그중 특정 음색의 파이프에만 바람이 들어가도록 한다. 따라서 음색이 다른 파이프 군과 스톱이 많을수록 다양한 소리를 조합해 낼 수 있다. 그러나 소리는 나지 않고 미적인 목적으로만 설치된 파이프도 있어서, 파이프 오르간의 규모를 평가할 때는 파이프 수가 아니라 음색을 조절하는 스톱 개수를 기준으로 하는 경우가 많다.
스톱을 기준으로 세계에서 가장 큰 파이프 오르간은 미국 필라델피아의 메이시 센터 시티 필라델피아 백화점(구 워너메이커 스토어) 내부에 설치된 오르간이다. 원래 이 오르간은 1904년에 열린 세인트루이스 세계박람회를 위해 제작된 것으로, 매뉴얼이라 불리는 건반은 6단이며, 395개의 스톱과 470개의 파이프 군에 달린 2만8천677개의 파이프를 가졌으며, 그 무게는 287t(톤)에 이른다. 이 오르간은 박람회 이후 캔자스시티 컨벤션 센터에 영구히 설치될 예정이었으나, 제작사가 파산하는 바람에 한 창고에 보관됐었다.
스미스소니언 박물관이 발행하는 잡지에 따르면, 1909년에 필라델피아의 유명한 백화점 소유주였던 워너메이커는 매장을 확장하면서 중앙에 그랜드 코트를 만들기로 하고 그에 어울리는 뭔가를 두고 싶어 했다. 그런 상황에서 예술이 백화점의 매력을 높일 수 있다고 믿었던 그의 아들 로드맨이 이 파이프 오르간의 설치를 제안하자, 워너메이커는 기술자를 세인트루이스로 보내 오르간의 존재를 확인하고 거의 공짜나 다름없는 가격에 이를 구입했다. 이 오르간을 새 장소로 옮기는 데에는 13대의 화물차가 필요했고 설치에만 2년이 걸렸다.
파이프 수로 볼 때, 세계 최대의 파이프 오르간은 미국 아틀랜틱 시티의 보드워크 홀에 있는 것이다. 이 오르간의 매뉴얼은 7단이며, 스톱 수는 워너메이커의 오르간보다 적은 381개이지만, 517개의 파이프 군에 3만3천112개의 파이프를 가지고 있다.
우리나라에도 세계 최고의 타이틀이 붙은 파이프 오르간이 있는데, 여수엑스포역 앞의 스카이 타워 외벽에 설치돼있다. 이 오르간의 파이프는 모두 80개밖에 안 되지만, 세계에서 가장 큰 소리를 내는 오르간으로 기네스 세계기록에 등재돼있다(유지 보수를 위해 지금은 운영되지 않는다).
아시아에 설치된 파이프 오르간 중에 규모가 가장 큰 것은 대만의 가오슝 공연예술센터에 설치돼있으며, 매뉴얼은 5단이고, 127개의 스톱에 파이프 수는 9천85개이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세종문화회관에 설치된 파이프 오르간이 가장 크며, 매뉴얼은 6단이고, 스톱 수는 97개, 그리고 파이프는 8천98개다.
최근에 아시아 지역에 개관했거나 개관할 콘서트홀에는 파이프 오르간이 설치되는 추세다. 2025년에 개관 예정인 부산국제아트센터에도 파이프 오르간이 설치된다. 아쉽게도 유네스코 음악창의도시인 대구의 콘서트하우스에는 파이프 오르간이 없다. 대구는 그저 앉아서 용만 쓰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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