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안 받았으면 아무 일도 없다’는 최재영 목사의 궤변

김건희 여사에게 디올 백 가방을 건넨 최재영 목사가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출석했다. 최 목사는 취재진을 향해 "본질은 명품 백 수수가 아니라 김 여사의 국정 농단"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아무것도 받지 않았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함정을 파서 인간 양심을 농락한 자의 궤변이라고 본다. 최 목사의 논리대로라면 누가 최재영을 초대하고, 그가 걸어오는 길목에 함정을 파고, 그 안에 쇠가시를 박아놓고 그가 함정에 빠졌을 때 "내가 초대해도 최 목사가 응하지 않았더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해도 된다. 이 말도 안 되는 헛소리와 다를 바 없는 궤변을 목사라는 자가 떠들어대는 것이다.

김건희 여사는 대통령 부인으로 행동에 대단히 주의해야 했다. 상대가 그간의 인정을 들먹이며 선물을 건네더라도 받지 않았어야 옳다. 정치적 정파성의 추악함과 위험성을 평소 몰랐다고 하더라도 김 여사가 가방을 받은 것은 잘못이다. 그럼에도 이 문제를 '최재영의 공작'이 아니라 '김건희 여사의 잘못'에 초점을 맞추는 것은 정략적 목적에 눈이 어두워 인권을 부정하는 행위라고 본다.

최 목사는 자신의 행위를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서는 얼마든지 가능한 것이며, 범죄가 아니다"고 주장했다. 만약 그가 이미 벌어지고 있는 범법 행위를 목격하고 그것을 촬영해 보도했다면 '국민의 알 권리'에 해당하고 고발 영상으로 인정될 것이다. 하지만 최 목사는 인연과 성의를 앞세워 '받지 않겠다'는 김 여사에게 선물을 하면서 그 장면을 손목시계 몰래카메라로 찍어 보도했다. 가방 구입부터 철저히 기획한 음모였다. 정말 이래도 된다고 생각하나.

수사기관이라고 하더라도 함정수사로 확보한 증거는 증거능력이 없다. 오히려 그 수사기관은 불법 행위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 몰래 촬영한 영상 역시 증거능력이 없다. 민간인이라고 하나 최 목사는 도촬한 내용을 정치적 목적으로 유포시켰다. 어떤 이유를 붙이더라도 최 목사의 행위는 인간의 선의를 농락한 비열한 인권 범죄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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