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채 상병 특검법'에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할 것으로 관측되면서 범야권의 '대통령 탄핵'이 일상어가 됐다.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거부권을 행사하는 것 자체가 위헌적인 발상이다. 그 자체가 탄핵 사유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조국혁신당도 이에 뇌동해 "거부권 행사 자체가 중대한 헌법 위반이고, 탄핵 사유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 "진행 중인 수사와 사법 절차가 잘 마무리된 뒤에도 국민이 납득되지 않는다고 하면 특검을 먼저 주장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특검법 수용을 압박하며 거부권 행사를 탄핵 사유라 주장하는 건 다수의 힘을 앞세운 겁박에 다름 아니다. 거부권은 대통령의 입법부 견제 수단으로 헌법이 보장한다.
범야권의 공개적인 탄핵 언급은 특검법 수용 촉구 방식이라 하더라도 매우 위험하다. 자신들의 요구가 관철되지 않으면 대통령직에서 쫓아내겠다는 소리다. 이는 습관성이다. 김 의원은 2022년 10월 '윤석열 퇴진 촛불집회'에서 대통령 탄핵을 암시하는 발언을 해 논란에 휩싸였고, 지난해 10월 국회 시정연설에 앞서 악수를 청하는 대통령 면전에서 "이제 그만두셔야죠"라고 쏘아붙이기도 했다.
범야권은 22대 총선에서 192석을 확보했다. 마음만 먹으면 뭐든 가능하다. 권한만큼 정확한 민심 읽기가 우선임에도 '대통령 탄핵' 구호에 매몰돼 국민을 피곤하게 하고 있다. 대통령 탄핵은 중대한 법률 위반이 있을 경우라고 헌법에 명시돼 있다. 대통령이 마음에 안 든다고 꺼낼 카드가 탄핵이 아니다. 범야권은 탄핵 구호만 외칠 게 아니라 특검법 거부권 행사가 어떻게 중대한 법률 위반에 해당하는지 근거부터 제시해야 한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와 법률 위반은 전혀 무관하다는 것이 법조계의 지배적 견해다.
절대다수 의석을 얻었다고 대통령 탄핵을 함부로 입에 올리는 것은 만용이다. 그렇게 하라고 국민이 압도적 다수 의석을 준 것은 아닐 것이다. 민주당은 가당치 않은 민심 오독(誤讀)을 당장 그만두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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