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도시) 쥐와 시골 쥐'는 익숙한 이솝 우화다. 서울 쥐의 화려한 도시 생활 이야기에 혹한 시골 쥐가 그를 따라 서울에 가 화려한 생활, 맛있는 음식에 마음을 빼앗긴다. 하지만 사람과 고양이를 피해 다녀야 하는 삶에 실망, 다시 시골로 돌아간다. 소파 방정환 선생은 이 우화를 번역, '시골 쥐의 서울 구경'이란 동화로 꾸미기도 했다.
화려함을 좇는 삶보다는 마음이 편한 게 중요하다는 이야기다. 소확행(小確幸·일상 속에서 작지만 확실히 느낄 수 있는 행복), 시골의 낭만을 얘기하는 듯도 하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너도나도 서울로 향하고, 인적·물적 자원은 서울에 집중된다. '지방 균형 발전'이란 말은 공허한 메아리일 뿐이다.
서울(에 사는) 사람에게 지방은 유배지다. 고위 공직자가 지방으로 발령받으면 '좌천'됐다고들 한다. 그들에겐 서울 외 지역은 그냥 시골, 촌(村)이다. 지방 출신인 서울(에 사는) 사람이라면 그런 생각이 더 짙다는 말도 들린다. 차별받는 축으로 엮이지 않으려고 더 그러는지도 모른다. 그렇게 편견과 홀대가 지방 차별을 심화시킨다. 대통령 직속으로 설치됐다는 지방시대위원회가 뭘 하는지도 의문이다.
지방 차별에선 체육계도 예외가 아니다. 매일신문은 오랫동안 올림픽과 아시안게임, 월드컵에 소속 기자를 파견해 현지 취재를 진행해 왔다. 하지만 그때마다 취재권(쿼터) 확보 문제를 두고 대한체육회, 대한축구협회와 줄다리기를 해야 했다. 다른 지방지와 한목소리로 떠들고,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등 곳곳에 도움을 청한 뒤에야 뒤늦게 취재 쿼터를 겨우 받아 왔다.
7월 말 프랑스 파리에서 올림픽이 열린다. 당연히 매일신문은 취재 기자를 파견한다. 필자가 파리로 간다. 하지만 이번 준비 과정 역시 순탄치 않았다. 앞서 네 차례 해외 대회 취재를 준비하며 겪었던 과정을 '또' 반복한 끝에 일부 경기장만 출입하는 쿼터를 겨우 받았다. 지난해 9월 항저우 아시안게임 때 올림픽 취재 쿼터 신청이 시작되면 알려 달라 신신당부했건만 대한체육회는 알려 주지 않았다. 늘 그랬던 것처럼.
취재 쿼터 배분은 한국체육기자연맹에 위임했다는 게 대한체육회의 변명. 하지만 1년 넘게 매일신문의 연맹 가입 신청에 대한 승인 여부는 감감무소식이다. 결국 지방 언론사로선 아예 취재 쿼터를 받을 기회가 막혀 있는 셈이다.
그렇다 해도 대한체육회의 처신은 어이가 없다. 연맹과 직접 협상해 볼 테니 취재 쿼터 신청 날짜만 알려 달라 했는데도 모르쇠로 일관했다. 윗선을 통해 압박하자 그제야 '늘 그랬던 것처럼' 이미 신청 날짜가 지났다고 전해 줬다.
대한축구협회도 다르지 않다. 출입 미디어 신청 대상에서 지방 언론사는 제외했다. 대구에서 대표팀의 평가전이 열려도 기자회견 등 협회 주관 이벤트에 대구 언론사가 참가할 자격이 없다는 뜻. 하기야 정몽규 회장이 엉성하고 황당한 일 처리로 수차례 논란을 부르고도 여전히 자리를 지킬 수 있는 조직이니 그렇게 일할 법도 하다.
지방에 있으면 사람도, 언론사도 2등 국민인 모양이다. 대한체육회와 대한축구협회에 요구한다. 한국지방신문협회 소속사를 출입 언론사로 등록해 주고 서울 외 지방 몫으로 취재 쿼터를 최소 서너 장은 배분해 주길 바란다. 이 협회엔 매일신문을 비롯해 ▷강원일보 ▷경남신문 ▷경인일보 ▷광주일보 ▷대전일보 ▷부산일보 ▷전북일보 ▷제주일보 등 전국 주요 지방신문 9개사가 속해 있다. 다만 서울 언론사는 여기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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