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대 국회 개원이 2주 앞으로 다가오면서 국회 의원회관에서는 방 배정을 두고 치열한 눈치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방 배정의 과정을 보면 선수(選數)가 최우선인 국회의 특수성은 물론, 정치적 의미까지 엿볼 수 있다.
국민의힘은 최근 이번 총선 당선인 108명에게 공문을 보내 오는 17일까지 희망하는 방을 1~3지망으로 신청할 것을 안내했다. 방 배정은 관례에 따라 선수, 나이, 당직 순으로 이뤄지며 재 당선자의 경우 기존방에 계속 머무를 수 있는 우선권을 준다고도 설명했다.
실제로 선수가 높을수록 '명당'이라 불리는 의원회관 구관 앞쪽 로열층(5~9층)에 이미 자리를 잡고 있는 경우가 많다. 멀리는 한강, 가깝게는 본관 앞 잔디밭이 내려다보이는 이곳은 총 35개 호실에 불과해 전체 국회의원 300명 중 약 10%만이 입주가 가능하다.
당내 최다선인 주호영 의원(6선·대구 수성구갑)이 대표적으로, 명당으로 꼽히는 현 704호를 21대 국회에 이어 22대 국회에서도 계속 사용할 예정이다. 김상훈 의원(4선·대구 서구) 역시 현 944호에 남을 생각이다.
국민의힘 소속의 한 보좌관은 "재 당선에 성공하면 좋은 기운이 있다고 생각해 방을 옮기지 않는 경우가 많다. 특히 다선의 경우 이미 명당을 선점했기에 더욱 옮길 이유가 없다고 보는 것 같다"고 전했다.
반면 김 의원과 같은 선수임에도 초선들과 나란히 서북향의 710호에 있었던 윤재옥 의원(4선·대구 달서구을)은 이번에 방을 옮길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원내 사령탑에 오른 추경호 원내대표(3선·대구 달성)의 이사 여부는 당내 관심사다. 추 원내대표 측은 미정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주요 당직자임을 고려하면 동선이 노출되는 현 328호를 떠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반면 초·재선들은 다선이 선점한 명당을 제외한 호실을 두고 옥석을 가려 입주한다. 특히 초선 당선인의 경우 화장실과 구두수선실 앞, 접근성이 떨어지는 최고층 10층 등으로 밀리기 일쑤다. 초선에다 나이까지 어리다면 "가장 마지막 남는 방에 그냥 들어갈 수밖에 없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과거에는 유력 정치인을 중심으로 같은 당 의원들이 이웃사촌이 되기도 했다. 지난 19대 국회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은 620호에 입주했는데, 그 주변으로 이한구(618호)·남경필(619호)·진영(622호) 전 의원이 포진했었다.
더불어민주당을 중심으로 호실 숫자에 정치적 의미를 부여하는 의원들도 있다. 권칠승 민주당 의원은 문재인 전 대통령이 사용했던 방이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일인 5월 23일을 뒤집은 현 325호를 계속 사용할 계획이다.
4년 만에 국회에 재입성한 같은 당 박지원 당선인은 자신이 직접 실무 작업에 참여했던 6·15 남북공동선언의 의미를 되새겨 615호에 입주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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