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웨일스에서 진행된 연구에 따르면 아동기와 청소년기에 부정적 경험을 한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4배 더 건강에 문제가 있으며, 일반의 진료를 2배 더 받고, 병원 입원 횟수가 3배 더 많았다."
우린 아프면 대개는 병원부터 찾는다. 의사는 증상에 따라 해당 현상 만을 치료할 뿐이다. 염증이 있으면 항생제를, 알러지에는 항히스타민제를, 불면증에는 수면제를, 불안증세에는 신경안정제를 처방한다. 하지만 그것으로 끝일까? 그렇게 병은 낫는 듯싶다가도 다시 또 찾아와 우리를 괴롭힌다. 우리 몸에 숨어있는 병의 근원적인 문제가 다른 곳에서 유발됐을 가능성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이 책의 저자인 프랑스 임상심리학자 시릴 타르키니오는 "어쩌면 우리 몸이 끊임없이 아픈 이유가 트라우마 때문일 수도 있다"고 말한다. 트라우마가 PTSD나 우울증 같은 마음의 병을 일으킨다는 이야기는 흔히 들어봤지만, 저자는 깊은 마음의 상처가 몸까지 망가뜨리는 주범일 수 있다고 지목한다.
저자는 '이유 없는 병은 없다'에서 우리가 미처 떠올리지 못했던 트라우마의 영향을 깊이있게 파헤친다. 이르게는 태아 때부터, 유아기부터 청소년기, 그리고 성인이 되어서까지 우리가 인생을 살아가면서 겪은 부정적 사건이 현재의 우리 신체와 정신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찬찬히 살피면서 트라우마와 우리 몸의 관계를 규명한다.
최근 수많은 의료계, 심리학계 논문들을 통해 마음과 신체 건강의 연관관계에 대해 조명하고 있는 것도 이런 까닭이다. '건강한 신체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는 오랜 유벨날리스의 명언이 실제 과학으로 증명되는 시대다.
타르키니오는 이러한 과학적 결과물들을 토대로 트라우마가 어떻게 형성되는지부터 트라우마가 우리 마음과 몸을 어떻게 망가뜨리는지를 드러낸다. 몸과 마음의 고통에서 벗어나고 싶다면 우리 모두 한 번쯤 단순히 의료적 외상이 아닌 우리 내부의 목소리를 들어봐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렇다고 세상 누구도 부정적 사건을 겪지 않고 인생을 살아갈 수는 없다. 결국 우리 모두에게 심리적 외상, 트라우마는 피할 수 없는 것이 된다. 각자에게 트라우마의 종류와 원인은 모두 다르지만 말이다. 그리고 이 트라우마는 우리 자신이 알아채지 못해도 우리의 뇌에 모두 저장되고 기억된다. 그것이 성인이 된 우리에게 PTSD 같은 심리적 문제와 동시에 두통, 소화문제, 당뇨, 비만, 크게는 암이나 수명까지 영향을 미치는 신체적 문제로 불거지는 것이다.
다만 타르키니오는 다양한 병과 고통의 원인으로 트라우마를 지목하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트라우마를 다스려야 방식을 크게 세 가지로 제안한다.
첫 번째는 우리 스스로 마음의 적응력을 키우는 방법이다. 트라우마가 문제로 발현하느냐는 각자의 적응력에 따라 달린 문제기도 하다. 적응은 트라우마를 피할 수 없는 우리가 반드시 거쳐야만 하는 과정인데 같은 강도의 트라우마를 겪었더라도 사람마다 그에 대한 적응력은 다르다. 이는 '대처'라는 메커니즘으로 드러나는데 이를테면 문제를 회피하는 방식으로 대체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정서적으로 대처하는 사람, 또 문제 자체를 해결하려 나서는 사람이 있다. 보통 문제 중심 대처가 적응력 강화에 가장 효과적이라는 연구 결과가 있다.
두 번째로 등장하는 개념이 회복탄력성이다. 우리가 어떻게 회복탄력성을 키울 수 있는지 다양한 사례를 전하면서, 사랑이나 자기연민, 유머를 포함한 긍정적 감정을 트라우마에 적응력을 키우고 우리 몸을 치유할 수 있는 심리 도구로 소개한다.
마지막으로 적극적인 심리치료 역시 우리의 병증에 적극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다. 아무리 병원을 찾아도 이유를 알 수 없는 병이 계속된다면 마음 속 깊게 새겨진 상처부터 들여다보고 이를 인정하고 치유하는 과정에서 질병의 치료가 시작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280쪽, 1만9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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