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각과 전망]경북형 자치경찰

엄재진 북부지역취재본부장

엄재진 북부지역취재본부장
엄재진 북부지역취재본부장

제2기 경상북도 자치경찰위원회가 지난 20일 출범했다. 2021년 많은 기대와 우려 속에 자치경찰제가 시행된 지 3년이 지났다. 당시 '행정자치'와 '교육자치'에 이은 지방자치, 지방분권의 완결체로 '경찰자치'에 거는 기대감이 상당했다. 자치경찰제는 국가와 함께 지방정부가 치안 사무의 공동 책임자로 역할을 하도록 한 것. 국가 중심의 천편일률적 치안이 아닌 지역 맞춤형 치안 서비스 제공을 목표로 도입됐다.

하지만, 시행 3년이 지난 지금 기존의 국가경찰제와 달라진 것이 없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자치경찰관 한 명 없는 불완전한 제도 도입, 간접 지휘를 통한 운영 체계, 인사권 부재 등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다. 심지어 주민들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지역 안전을 지키는 지구대, 파출소 경찰관마져 자치경찰 사무 인력이 아니라 하니, 그동안 1기 자치경찰위원회가 얼마나 열악한 환경 속에서 운영됐었는지 알 수 있다.

이 때문에 새롭게 출범한 제2기 경북자치경찰위원회의 어깨는 더욱 무겁다. 거는 기대감도 크다. 제도적 한계 극복에 나서야 한다. 동시에 주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치안 정책을 본격적으로 펴야 할 시점이다. 치열하게 주민 속으로 들어가 그들이 느끼는 생활 속 불안감을 경청해야 한다. 이를 해소하려는 적극적인 자세와 의지가 필요하다. 다행히 새롭게 진용을 갖춘 제2기 경북자치경찰위원은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로 구성돼 기대가 크다.

민주 국가에서 자치경찰을 시행하지 않는 나라가 없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도 평소 '경찰 분권은 민주국가의 징표'라고 강조한다. 선진화될수록 자치경찰을 확대한다고도 주장해 왔다. 지난해에는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장 자격으로 정부에 제대로 된 자치경찰을 요구하기도 했다. 시·도지사의 자치경찰에 대한 권한과 책임을 일치시켜야 한다고 했다. 자치경찰 교부세 신설, 과태료·범칙금의 지방 예산 이관 등 자치경찰 사무와 관련한 내용을 연대 서명 받았다. 이를 대통령에게 건의했다.

이철우 지사는 2기 출범식에서 제도적 한계를 뛰어넘어 제대로 된 자치경찰의 역할을 주문했다. 특히, 경북도가 추진하는 '저출생과의 전쟁' 성공을 위해서는 안전 돌봄, 민생 치안 등 자치경찰위의 지역 수요에 맞는 치안 행정이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손순혁 2기 경북자치경찰위원장은 '경북형 자치경찰제 안착' '정책 중심 자치경찰제 본격화'에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치안 사무의 공동 책임자로 이철우 도지사의 자치경찰 철학에 화답한 것. 그는 '경청하는' '협업과 상생하는'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는' 경북형 자치경찰제를 만들어 갈 것을 약속했다. 현장의 목소리를 잘 듣고, 도민들이 일상에서 마주하는 불안감을 없애고, 사회적 약자 보호를 통한 치안 복지를 이루는 데 노력할 각오다.

이를 위해 위원회와 경찰청을 중심으로 도청·교육청·시군청·민간 전문가를 아우르는 치안 거버넌스 구축으로 능동적 치안 수요에 대응해 나간다는 의지다. 아무쪼록 경북형 자치경찰의 민주적, 혁신적 역할을 통해 2기 임기 내에 인력과 예산 등이 독립된 완전한 자치경찰제가 제도화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우리 동네를 더 안전하게, 우리 동네 자치 경찰'이라는 슬로건처럼 도민들이 가장 가까운 곳에 자치경찰이 있다는 든든함으로 일상을 지낼 수 있는 날을 상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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