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복용으로 수요가 높던 남성복 베스트(조끼)가 캐주얼용으로도 인기를 끌면서 재킷과 팬츠에 조끼까지 포함된 '3피스(스리피스)' 정장이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다.
최근 패션업계에 따르면 삼성물산 패션부문 갤럭시의 스리피스 정장의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매출은 지난해 대비 20% 가까이 늘었다. 특히 조끼는 지난해보다 3배 이상 많이 팔린 것으로 나타났다.
통상 조끼는 기성복보다는 맞춤형 정장에 함께 구성되는 탓에 MTM(Made to Measure·반맞춤) 정장 매출도 늘고 있다. 코오롱FnC에 따르면 MTM 서비스를 제공하는 캠브리지멤버스의 올해 1~4월 맞춤형 정장 매출은 지난해 동기 대비 15% 늘어났다.
LF의 남성복 브랜드 마에스트로에서도 '맞춤 정장' 매출이 지난 4월부터 주차 별로 급증했다. 지난달 둘째 주는 40%, 셋째 주는 280% 각각 직전 주 대비 매출이 올랐다.
정장의 정석은 세트로 된 조끼까지 입는 것이다. 하지만 결혼식 등 엄격히 격식을 차려야 할 자리가 아니면 양복과 세트로 조끼를 갖춰 입는 경우는 드물었다. 조끼는 한 층 더 클래식한 느낌을 주지만 자칫하면 '아재' 같은 나이 든 인상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저조한 조끼의 인기로 재킷과 바지, 조끼로 구성된 정장 타입인 쓰리피스 정장을 찾는 소비자 역시 덩달아 줄었다. 대신 실용성이 높고 간편한 투피스 정장을 구매하고자 하는 소비자는 늘었다. 근 10년 사이 비즈니스 캐주얼이 트렌드로 자리 잡은 영향도 한몫 했다.
클래식한 디자인의 오피스 코어룩이 다시금 트렌드가 되면서 스리피스도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지난 4월 말 종영한 드라마 '눈물의 여왕'의 인기가 그 역할을 톡톡히 했다. 당시 유통업 재벌가 사위 역할을 맡은 배우 김수현이 몸에 딱 맞는 맞춤형 스리피스 정장을 입고 나오면서 리피스 착장이 조명을 받기 시작한 것이다.
수트 패션에 관심이 많다는 4년 차 직장인 A(30)씨는 "셔츠에 조끼를 입으면 안정감 있어 좋아했는데 차려 입었다는 느낌이 들어 평상시에 입기엔 거부감이 들었다"며 "최근 드라마에서 조끼가 포함된 스타일을 자주 보게 됐고 정장 트렌드가 바뀐 것 같아 조만간 조끼를 구매하러 백화점에 다녀올 생각"이라고 말했다.
다만 스리피스 정장에 대한 대구 지역 내 분위기는 여전히 보수적이다. 대구 한 백화점 관계자는 "스리피스 정장은 예복을 맞추는 경우가 아니면 크게 찾지 않는다"며 "10명 중 한 두 명 꼴로 수요가 있는 편"이라고 밝혔다.
패션업계는 당분간 클래식한 복장의 인기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코오롱FnC 캠브리지멤버스는 '존 카벤디쉬 수트 콜렉션'을 통해 이전에 없던 조끼를 올해 봄·여름(SS) 시즌부터 추가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전문 테일러가 체형과 취향에 맞춘 서비스를 제공하는 '아뜰리에 디 갤럭시' 매장을 열었다. 네덜란드 남성 수트 전문 브랜드 수트서플라이도 맞춤 제작한 조끼를 포함한 3피스 정장을 내세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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