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견사서 개 수십마리 수시로 탈출…주민들 고통 호소, 동구청은 수수방관

동구 숙천교 인근 견사, 개 수십 마리 풀어 키워
짖고, 쫓고, 도로 뛰어들고…통행자 공포감 호소
동구청 “제재 근거 없다”…수년 동안 문제 해결 못 해
"사고방지, 적극적인 해결 나섰어야” 구청 책임론

14일 오전 대구 동구 숙천교 하부 도로 인근 견사. 개 수십 마리가 목줄이나 울타리 없이 사육되고 있다. 남정운 수습기자.
14일 오전 대구 동구 숙천교 하부 도로 인근 견사. 개 수십 마리가 목줄이나 울타리 없이 사육되고 있다. 남정운 수습기자.

지난 14일 오전 대구 동구 숙천교 하부도로. 2차선 도로에 접한 자투리땅에 견사 서너 개가 들어서 있었다. 폐건축 자재로 만든 듯한 가건물에서는 개 수십 마리가 동시에 짖는 소리가 울려퍼졌다.

도로와 견사 사이엔 울타리나 담장 등 별다른 분리 장치가 없었다. 견주가 견사 문을 열자 40여마리의 개가 뛰쳐나왔다. 일부는 견주의 제지에도 아랑곳하지 않은 채 도로로 뛰어들었다. 도로 건너편에 있던 기자가 견사 쪽으로 걸어가자, 개 10여 마리가 순식간에 달려들었다. 개들은 소리치는 견주를 뒤로한 채, 한동안 포위망을 풀지 않았다.

대구 동구 숙천교 인근 견사에서 사실상 '방목'식으로 사육된 개 수십 마리가 수년간 통행자들을 위협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그동안 "해결책이 마땅찮다"며 사태 해결에 소극적이었던 동구청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크다.

이날 견사 인근에서 만난 주민들은 풀려 있는 개들 때문에 불안했던 경험을 쏟아냈다. 50대 김모 씨는 "개 몇 마리가 짖으며 쫓아와 빠른 걸음으로 도망간 적이 있었다"며 "도로 건너 보행로를 걷고 있었는데도 개들이 도로를 건너 달려와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인근 게이트볼장을 자주 이용한다는 70대 손모 씨는 "평소 차를 타고 이 길을 지나가는데, 개들이 도로까지 뛰쳐나오곤 해 교통사고가 걱정된다"고 했다.

동구청은 그동안 다방면으로 해결책을 모색해 왔지만, 마땅한 방법을 찾을 수 없었다는 입장이다. 사유지에서 개를 키우는 것을 법적으로 제재할 근거를 찾기 어렵단 이유에서다.

반면 일부 주민들은 동구청이 더 적극적으로 문제 해결에 나섰어야 했다고 비판했다. 견사 이전‧철거는 어렵더라도 울타리‧표지판 설치 등 최소한의 안전장치는 마련됐어야 한다는 취지다.

손씨는 "개를 풀어놓는 걸 막을 수 없다면, 울타리라도 두르도록 구청이 강제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수년 동안 구청이 해결을 안 하는 건지 못 하는 건지 모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문가들은 뚜렷한 제재 규정은 찾기 어려울 수 있다면서도, 동구청에게 적극적인 문제 해결 의지가 있었던 것인지에 대해선 마찬가지로 의문을 제기했다.

김태연 태연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는 "통상적인 관점에서, 주민 불특정 다수가 긴 기간 위협을 당했다면 관할 구청에 해결 의무가 있다고 봐야 한다"고 짚었다.

최종민 계명대 교수(행정학과)는 "강제 이전‧철거는 어렵더라도 울타리‧표지판 설치 등은 주민 안전 보장, 공익 보호 등을 근거로 구청에서 행정처분을 고려해 볼 수 있었을 것"이라며 아쉬움을 표했다.

동구청 관계자는 "지속적으로 현장을 방문해 견주에게 관리 의무를 고지했고 사육두수를 점차 줄여왔다"며 "견사 이전 등 본질적인 문제 해결은 관련 규정이 없어 어려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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