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장수 연재만화 '열혈강호'가 올해 말 또는 내년 초 완결된다.
1994년 만화 잡지 영 챔프 창간과 함께 시작한 '열혈강호'는 신세대 무협이라는 수식어와 함께 선풍적인 인기를 끈 작품이다. 이 만화는 단행본만 850만부가 팔렸고, 무려 30년째 연재되며 최장수 연재만화 기록을 세우고 있다.
작품을 쓴 전극진(56)·양재현(54) 작가는 16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장기간 작업 과정에 대해 "서로가 없었다면 연재를 못 했을 거"라고 공을 돌렸다.
스토리를 쓴 전 작가는 "연재를 시작할 당시만 해도 무협은 아저씨나 보는 것이라는 인식이 있었다"며 "그래서 일종의 반발심이라고 할까, 무협도 얼마든지 재미있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그림을 맡은 양 작가도 "기존에 있는 룰(규칙)을 지키지 않고 멋대로 하는 무협을 해보고 싶었다"고 떠올렸다.
청년층을 겨냥한 만화 잡지 시장이 태동하면서 형성된 자유로운 분위기도 작품의 신선함에 한몫했다.
전 작가는 "만화 잡지 초창기에는 마치 웹툰이 처음 나왔을 때처럼 어떤 자유로움이 있었다"며 "'열혈강호' 1권부터 10권까지는 깊이 생각하지도 않고, '당연히 이런 것 아니냐'하고 본능적으로 이야기가 나왔다"고 했다.
이렇게 탄생한 것이 여자를 밝히고, 싸울 일이 생겨도 도망부터 치고 보는 주인공 한비광이다.
전 작가는 "한비광은 제가 쓴 스토리와 재현이의 해석이 뭉쳐진 캐릭터"라며 "나와 되게 닮았지만 완벽하게 나 같지는 않은, 그러니까 자식 같기도 한 존재"라고 애정을 드러냈다.
처음 연재를 시작할 당시에 두 작가는 모두 20대였다.
1990년 애니메이션 동호회에서 처음 만난 두 작가는 각자 데뷔했다가 1994년 '천부신검 무사귀'라는 SF 무협 장르 만화를 함께 만들었다.
이 작품이 출판사에서 거절당하자 이를 악물고 만들어 낸 작품이 '열혈강호'다.
이렇게 탄생한 '열혈강호'는 세이브(비축) 원고 하나 없이 실시간으로 연재됐다. 전 작가가 스토리를 넘기면 첫 번째 독자인 양 작가가 피드백하며 그림을 그리는 식으로 함께 만들었다.
양 작가는 "예전에 형(전 작가)이 다른 선배랑 작업하던 것이 있었는데 스토리를 한 번 봤더니 너무 재밌더라. 모든 장면이 눈앞에서 다 펼쳐지고 목소리도 들리는 것 같았다"며 함께 작업하게 된 계기를 되짚었다.
전 작가도 "저희가 제대로 만화를 배운 사람들이 아닌데 둘이 치고받고 작품을 만들면서 하나의 '류'가 생긴 것 같다"며 "이제는 어떻게 써도 재현이가 알아서 그린다"고 했다.
양 작가는 "혼자서 연재하다가 슬럼프가 오면 아마 포기를 했을 것"이라며 "서로 다른 시기에 슬럼프가 오다 보니, 상호 보완 작용을 하면서 서로 끌어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연재가 30년간 이어지면서 두 작가도 작품과 함께 나이를 먹었다.
양 작가는 "'열혈강호' 20주년 행사도 불과 며칠 전에 한 것 같다"며 "흘러가는 시간을 느낄 수 있는 것은 건강 상태뿐이다. 지난해에는 몸이 극한까지 다다랐는지 입원하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전 작가는 "원래는 30주년에 맞춰 끝내려고 했다"면서도 "무 자르듯이 '턱' 끝낼 수는 없고, 지금은 그동안 쌓아왔던 이야기를 차곡차곡 마무리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전에도 완결 예고를 여러 번 했던 터라 거듭 묻자 "이번에는 진짜"라고 강조했다.
첫 연재 후 30년이 흘렀지만 '열혈강호'는 여전히 새로운 시도로 다시 태어나고 있다. 최근에는 세로 스크롤 방식으로 재편한 '열혈강호 리마스터'가 네이버웹툰에서 새로 연재되고 있다.
30년 전에 처음 만들어진 만화임에도 온라인 만화·웹툰 플랫폼에서 '원피스'에 이어 가장 인기가 좋은 만화라는 점에 착안해, 요즘 독자들이 선호하는 세로 스크롤 방식으로 재편한 것이다. 현재 670여화 가운데 초반 250화까지 연재됐다.
실사 드라마로도 만들어질 예정이다.
전 작가는 "원래는 영화화가 계획됐지만, OTT(동영상 스트리밍) 드라마로 나오게 될 것 같다"며 영화 '변호인'의 양우석 감독이 메가폰을 잡는다고 귀띔했다.
양 작가는 "'열혈강호'가 드라마로 나온다면 원작의 느낌은 들어가 있지만 오롯이 감독님의 세계를 펼쳐 보여주셨으면 하는 욕심이 있다"며 "자연스럽고, 과장되지 않은 오리지널 드라마였으면 한다"고 말했다.
'열혈강호'의 세계관을 여러 창작자가 다양한 방식으로 즐기길 바란다는 기대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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