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뉴스In] 여성 국회의원 60명 역대 최다…여성할당제 성과

◆22대 국회 여성 당선자 비율 20%…역대 최고
◆17대 본격 시행된 여성할당제…여성 정치 참여에 큰 역할
◆지역구 여성의원 지속적 증가…여성 지도자로 거듭나야

2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여야가 일부 내용을 수정하기로 합의한 뒤 재발의한
2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여야가 일부 내용을 수정하기로 합의한 뒤 재발의한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 특별법'이 통과되고 있다. 연합뉴스

여성할당제 시행 20년 만에 여성 국회의원 비율이 20%를 기록했다. 1948년 제헌 국회 개원 이래 가장 높은 여성의원 비율이다. 여성 국회의원은 1988년 민주화 이후 한 자리 수에 머물다가 제16대 총선에서 처음으로 두 자릿수인 16명(5.9%)이 당선됐다. 이후 꾸준히 증가했다. 17대 총선부터 본격 시행된 여성할당제 덕분이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최근 '여성할당제 도입 20년' 관련 보고서를 통해 여성할당제를 '제한적 성공'이라고 평가했다.

◆17대 국회부터 시행된 여성할당제

지난 4·10 총선 결과 총 300인의 당선자 중 여성이 60명(20%)을 차지했다. 과거에 비해 크게 늘어난 수치다. 여성할당제는 1990년대 중반부터 여성계를 중심으로 꾸준히 도입 필요성이 제기됐다. 제16대 총선을 앞두고 최초로 30% 여성할당제가 명문화됐다.

하지만 공천순위 강제 조항 부재 등으로 제대로 시행되지 못했다. 17대 총선에서는 비례대표 후보자 여성 할당 의무 비율 50%, 지역구 후보 30% 할당 권고제가 도입됐다.

17대 총선 결과 총 39명(13%)의 여성의원이 당선돼 최초로 여성의원 비율이 10%를 넘었다. 이후 18대 41명(13.7%), 19대 47명(15.7%), 20대 51명(17.0%), 21대 57명(19.0%), 22대 60명(20.0%)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이 기간 비례대표 여성의원은 지속적으로 감소했다. 비례의석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비례의석은 18·19대 54석에서 20·21대 47석, 22대 46석으로 감소했다. 비례대표로 당선된 여성의원 수는 17대 29명으로 가장 많았고, 22대 24명으로 오히려 감소했다

비례의석 감소에도 여성의원이 꾸준히 증가한 배경은 지역구 여성의원이 지속적으로 늘어나서다.

지역구 여성의원은 17대 10명에 불과했지만 18대 14명, 19대 19명, 20대 26명, 21대 29명, 22대 36명으로 증가했다. 20년 만에 지역구 대표로 당선된 여성의원의 규모가 3배 이상 증가했다.

국민의힘 여성의원들이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보호출산제 도입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여성의원들이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보호출산제 도입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역구 여성의원 비율 꾸준히 증가

여성할당제가 본격 시행된 2004년 이후 20년 동안 총 6차례의 총선이 치러졌다. 17대 총선에서 비례대표 여성의원 비율은 74.4%로, 지역구 여성의원 비율의 3배가량이었다.

하지만 20·21대 총선에서 비례와 지역구 여성의원 비율은 거의 1:1로 격차가 좁혀졌다. 22대 총선에서는 오히려 비례대표:지역구 의원 비율은 2(24명):3(36명)으로 역전됐다. 여성할당제 도입 초기에는 비례대표로 배지를 다는 여성의원이 대부분이었지만 점차 지역구에서 당선되는 여성의원이 증가하고 있다.

지역구에서 당선된 여성의원들이 주로 수도권에 몰려 있는 것도 확인된다. 전체 의석 중에서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의 의석비율은 45~48% 정도이지만, 여성의원이 당선된 지역구 중 수도권 비율은 70~89%에 이른다. 여성 당선자 중 수도권 지역구 비율은 20대 총선에서 가장 높은 88.5%였고, 22대 총선에서는 69.4%였다.

17~22대 총선까지 약 20년 동안 강원과 제주 지역에서는 지역구 여성의원이 한 명도 없었다. 22대 총선에서는 최다선 의원이 여성인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으로 6선 고지에 올랐다.

◆할당제를 넘어 여성 지도자로 성장해야

여성할당제는 여성이 제도권 정치에 발을 들여놓기 위한 첫 관문인 '정당 추천'을 용이하게 하는 제도다. 이를 통해 여성의원을 증가시키는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국회의원의 5%도 안 됐던 여성의원이 20여 년 만에 20%로 증가한 것은 전적으로 여성할당제 덕분이다.

더 큰 의미는 여성할당제로 배지를 단 여성의원이 경험을 바탕으로 4년 후 지역구에서 당선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여성의 정치 참여뿐만 아니라 한국 정치의 발전을 위해서도 바람직한 현상이다.

여성할당제 도입 이후로 여성의원 중 초선의원 비율은 감소 추세지만 재선 이상 여성의원이 증가하고 있다. 재선의원은 17대 7명에 불과했지만 22대 30명으로 증가했다. 이는 여성의원이 지역구에서 꾸준히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다른 선진국과 비교하면 여성의원 비율은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여성의원 비율은 OECD 회원국의 평균 비율 33.8%보다 낮은 수준이고, 국제의원연맹(IPU) 회원국의 평균 여성의원 비율인 26.9%(2023년 기준)에도 미치지 못한다.

여성계는 현행 '공직선거법'에 규정돼 있는 지역구 후보자 추천에서 30% 권고적 할당제를 각 정당이 준수한다면 여성의원 비율은 크게 높아질 것으로 기대한다. 22대 총선 의석수를 기준으로 여성의원이 지역구 30%(76석)·비례의석의 50%(23석) 당선되면 여성의원은 총 99명으로 늘어난다. 이 경우 여성의원은 OECD 회원국 평균에 근접한 전체 의석의 33%를 구성하게 된다.

인구의 절반을 차지하는 여성이 국민의 대표기관인 의회에서 일정한 영역을 확보하는 건 상식적인 일이다. 의회의 다양성과 민주성 확보를 위해서도 여성의원이 늘어나는 게 바람직하다.

하지만 여성의원이 현실 정치에서 의제 설정이나 입법에서 성과를 내는 것도 숙제다. 진영 간 싸움이 일상화된 한국 정치에서 여성의원들이 얼마나 소신을 갖고 정치를 할 수 있느냐에 회의적인 시각도 없지 않다.

여성할당제를 넘어 여성의원이 한국 정치에서 지도자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치열한 노력이 수반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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