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사뒷담] 대구경북 통합하면 '인구 3위 훌쩍, 전국 유일 자치시·군·구 보유, 도쿄도와 닮은꼴?'

대구광역시 지도. 국토지리정보원
대구광역시 지도. 국토지리정보원
경상북도 지도. 국토지리정보원
경상북도 지도. 국토지리정보원

'대구경북(TK) 행정통합' 구상이 대구와 경북의 두 수장, 홍준표 대구시장과 이철우 경북도지사의 입에서 나왔다.

17일 대구 수성구 호텔수성 컨벤션홀에서 열린 매일신문 주최 '제22대 국회의원 당선인과 함께하는 대구경북 발전결의회'에서다.

군위군을 경상북도로부터 가져온 대구광역시가 경북의 나머지 22개 시·군(10개 시, 12개 군)도 흡수하는 맥락이다.

▶홍준표 시장이 대구경북 행정통합의 대략적인 '디테일'을 언급해 시선이 향한다.

이날 홍준표 시장은 "대구경북 전부를 통합해서 대구광역시로 통합해야 한다. 그래서 안동에는 대구광역시 북부청사, 포항에는 대구광역시 남부청사를 두는 게 어떤가 하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기존 경북도청 소재지를 따져 안동과 포항을 대구광역시의 두 부속 청사 소재지로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 경북도청 본청이 안동시 풍천면에, 동부청사가 포항시 북구에 있다. 이걸 그대로 경북도청 본청→대구광역시 북부청사, 동부청사→대구광역시 남부청사로 치환해 이해하면 되는 셈이다.

▶홍준표 시장은 "대구경북특별자치도로 해서는 별 의미가 없다"며 기존 대구광역시라는 명칭을 고수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이는 2006년 제주특별자치도, 2023년 강원특별자치도, 올해 전북특별자치도로 '특별'이라는 이름을 붙인 다른 광역자치단체들과 차별화하는 맥락은 아닌지 눈길이 향한다.

기존 서울특별시와 세종특별시(특별자치시로, 서울특별시와 다른 개념)까지 더하면 17개 시·도 중 특별이라는 명칭을 단 곳이 3분의 1정도(5곳)나 된다. 여기에 향후 경기도에서 분도하는 경기북부특별자치도도 추가될 예정이다.

특별이라는 단어의 진하기가 과거보다 점점 옅어지고 있는 셈이다.

또 이철우 지사는 "국회의원들이 법을 만들어 주시고 22대 국회에서 첫 대구경북 통합 법안을 통과시킬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대구경북은 당장 태스크포스(TF)팀을 만들어서 통합을 추진하겠다"고 대구경북 행정통합에 강한 추진력을 불어넣겠다고 밝혔다.

17일 오후 대구 수성구 호텔수성 수성스퀘어 컨벤션홀에서 매일신문 주최
17일 오후 대구 수성구 호텔수성 수성스퀘어 컨벤션홀에서 매일신문 주최 '제22대 국회의원 당선인과 함께하는 대구경북 발전결의회'가 열렸다. 지역 총선 당선인과 광역 및 기초자치단체장, 경제계 및 공공기관 관계자 등이 대거 참석했다. 홍준헌 기자 hjh@imaeil.com
제 22대 국회의원 당선인과 함께하는 대구경북 발전결의회 당선인들에게 바란다

▶그러면서 이제 2년여 남은 2026년 6월 9회 지방선거까지, 또한 3년 조금 안 되게 남은 2027년 3월 21대 대통령 선거까지, 두 사람 모두 자신을 주목시키는 어젠다로 삼으려는 맥락도 엿보인다.

이를 감안한듯, 이날 홍준표 시장은 "저야 임기가 2년여 밖에 안 남아있지만 이철우 지사는 지금 6년이 남았으니까(다음 9회 지선에서 3선에 성공하라는 덕담으로 해석, 참고로 자치단체장은 임기가 4년이며 연속 3선까지로 제한, 따라서 '6년이 남았다'는 재선 남은 임기 2년과 다음 3선 성공시 임기 4년을 더한 표현) 통합하면 대구경북 전체가(에서) 이철우 지사가 제일 유리한 위치에 올라서게 된다"고 뼈 있는 농담을 하기도 했다.

▶대구경북 행정통합의 이유로 인구도 중요하게 거론됐다. 인구가 곧 힘이라는 얘기, 그리고 뭉치면 산다는 얘기다.

홍준표 시장은 "인구가 국력인 세상이 다가오고 있다. 대한민국도 마찬가지"라고 말했고, 이철우 지사는 좀 더 나아가 "국민들이 지방에서 잘 살 수 있는 지역을 만들고 대구경북뿐만 아니라 부산울산경남, 호남, 충청 다 합쳐서 500만 인구 이상 되는 도시를 만들어야 수도권과 경쟁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올해 2월 기준 대구광역시 인구는 237만2천8명, 경상북도 인구는 254만8천440명으로, 합치면 492만448명이다.

대구경북 행정통합이 지금 당장 이뤄질 경우, 통합된 대구광역시 인구는 경기도(1천363만9천616명)와 서울특별시(938만6천705명)에 이어 전국 3번째가 된다. 그 뒤를 부산광역시(328만9천401명)와 경상남도(324만4천232명), 인천광역시(300만3천150명)가 잇는다.

▶그러면서 대구광역시는 31개 시·군·구로 전국에서 가장 많은 기초자치단체로 구성된 광역자치단체가 될 전망이다. 현재 경기도가 28개 시와 3개 군 등 31개 기초자치단체로 구성돼 있어 동률인데, 경기도 분도가 이뤄지면 경기도(또는 경기남도)는 21개 시·군, 경기북도가 10개 시·군으로 나눠지게 된다. 이어 서울특별시가 25개 구로 구성돼 있다.

면적으로 따지면 기존 경상북도가 전국에서 가장 넓은 광역자치단체이기 때문에, 경상북도를 더한 대구광역시 면적은 전국에서 두번째로 면적이 넓은 강원도와 격차를 더 벌리게 된다.

아울러 자치시, 자치군, 자치구를 모두 보유한 유일한 광역자치단체 기록도 세울 전망이다. 광역시들은 보통 자치구와 자치군으로 구성돼 있고(자치시 없음), 광역도들은 자치시와 자치군으로 구성돼 있다(자치구 없음). 광역도에서 일부 인구가 많은 자치시가 구를 여럿 두고 있기는 하나, 이들 구는 구청장이 선거로 선출되지 않고 임명되는 게 특징인 행정구(일반구)이다. 자치구는 특별시와 광역시에만 설치된다.

가령 경북 포항시의 경우 자치구가 아닌 행정구(일반구) 2개 구(남구, 북구)로 구성돼 있다. 따라서 통상 경상북도를 두고 시·군·구로 구성돼 있다고 표현하지는 않는다.

도쿄도 구부 지역(오른쪽)과 타마 지역(왼쪽) 지도. 도쿄도 홈페이지
도쿄도 구부 지역(오른쪽)과 타마 지역(왼쪽) 지도. 도쿄도 홈페이지
도쿄도 도서 지역 지도. 도쿄도 홈페이지
도쿄도 도서 지역 지도. 도쿄도 홈페이지

▶이 경우 미래의 대구광역시는 우리나라 사례보다는 일본 도·도·부·현(都·道·府·県, 우리나라의 시·도) 가운데 도쿄도, 오사카부, 아이치현(현청 소재지 나고야시) 등 대도시권과 농촌이 한데 모인 일본의 일부 광역자치단체와 닮은 모습으로 구현될 전망이다.

도쿄도를 예를 들면, 23개 구, 26개 시, 그리고 우리나라의 '군'과 닮은 격인 5개 정 및 8개 촌으로 구성돼 있다.

또한 지도를 보면 도쿄도는 우리가 흔히 얘기하는 도쿄 도심 '대도시권' 지역이 동쪽에 치우쳐 있고(23개 구가 밀집해 있어 '구부'로 표현, '도쿄특별구'로도 표현), 반대편 서쪽으로는 일명 '타마' 지역이라고 하는 배후지가 넓게 펼쳐져 있다. 여기에 26개 시, 3개 정, 1개 촌이 있다. 이들 지역은 원래 도쿄도 남쪽 가나가와현에 속했다가 도쿄도에 편입됐다.

그리고 도쿄도 남쪽 태평양 바다에 2정 7촌이 있다. 이들을 '도서' 지역으로 분류한다.

이처럼 도쿄도는 동쪽 구부 지역, 서쪽 타마 지역, 그리고 도서 지역으로 구성돼 있는데, 향후 경상북도를 흡수할 대구광역시 역시 지도상 남쪽에 기존 대구 지역이 자리하게 되는 점, 그리고 울릉도와 독도 등 도서 지역도 보유한 점 등이 닮은 모습이 될 전망이다.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