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저녁 나는 친구 둘과 함께 산책하러 나갔다. 해가 질 무렵이었고, 나는 피곤하고 아픈 느낌이 들었다. ‧‧‧ 해가 지고 있었고 구름은 피처럼 붉은색으로 변했다. 친구들은 계속 걸었지만 나는 혼자서 공포에 몸을 떨었다. 그때 나는 거대하고 무한한 자연의 절규를 느꼈다. 실제로 그 절규를 듣고 있는 것 같았다. 나는 진짜 피 같은 구름이 있는 이 그림을 그렸다. 색채들은 비명을 질러댔다.' (뭉크의 일기 중)
강렬한 색채와 뒤틀린 듯한 선들, 그리고 화면 가운데에서 무언가 끔찍한 것을 목격한 듯이 귀를 막고 절규하고 있는 에드바르트 뭉크(Edvard Munch, 1863-1944)의 '절규'는 수많은 패러디와 인용으로 작가가 누구인지는 몰라도 그림은 알 수 있을 정도다.
선천적으로 병약했고, 소중한 가족인 어머니와 누나를 병으로 잃어 항상 자신 곁에 죽음이 있었다고 생각하면서도 평범하지 않은 사랑과 연애로 인간에 대한 믿음도 잃은 그의 삶을 들여다본다면, 왜 이런 그림을 그리게 되었는지 조금은 이해할 수 있다.
뭉크의 대표작으로 언급되는 다른 작품들도 모두 조금은 기괴하고 무섭고 섬뜩한 느낌이 든다. 죽음을 두려워했고, 상실감과 외로움을 예술로 승화시킨 작가로 알려진 그는 평생 이러한 그림만 그렸을 것 같지만, 그의 후기 작품 중 대표작인 '태양'에는 오히려 밝고 희망찬 느낌이 가득하다.
뭉크가 태어나고 활동했던 노르웨이는 북극에 가까워 여름에는 백야가, 겨울에는 반대로 해가 뜨지 않는 날이 잦다고 한다. 그는 긴 겨울의 끝에 마침내 봄이 찾아와 모습을 보인 태양을 그렸다. 겨울잠을 자고 깬 듯한 태양은 찬란하고 밝은 빛으로 세상 곳곳에 생명력을 부여한다.
사실 이 그림은 그가 정신병원 퇴원 후 그려졌다. 불안한 심리와 연인과의 불화 그리고 과도한 음주 등으로 뭉크는 정신병원에 8개월가량 입원하게 된다. 그 안에서 그는 어쩌면 자신과 비슷하다고 느꼈을 반 고흐에 대해 알게 되고 힘든 삶 속에서도 희망적이고 밝은 그림을 그리는 그에게 감명 받아 이러한 그림을 그렸다고 알려져 있다.
이후로도 그는 태양을 주제로 몇 개의 작품을 더 남겼고, 찬란한 빛에 대한 표현은 여전했다. 죽음에 대한 극심한 공포, 정서적으로 불우한 어린 시절, 처참한 인간관계 등과 더불어 각종 사건 사고에 시달렸지만, 삶에 대한 희망을 잃지 않고 뭉크는 80세까지 살았다.
혼란스럽고 무서운 '절규'가 끝내는 세상을 비추고 어루만지는 '태양'이 됐듯, 지금은 춥고 어두운 시기를 보낼지라도 어둠에 굴복하지 않고 나처럼 다시 한번 힘을 내보라고 뭉크가 이야기하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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