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 중대재해처벌법 확대 시행의 무리수

김석 대한전문건설협회 대구시회장(경영학 박사)

김석 대한전문건설협회 대구시회장
김석 대한전문건설협회 대구시회장

근로자 1만 명당 산재 사망자가 1999년 통계 작성 이후 처음으로 0.3대를 기록했다고 한다. 고용노동부가 4월 30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산재보험 유족급여 지급이 승인된 사고 사망자는 812명으로 전년보다 62명 감소했다.

일각에서는 2022년 1월부터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후 전반적인 안전의식이 향상됐다는 평가를 내놓기도 하지만, 아마도 지난해 사망사고가 감소한 직접적 원인은 건설업을 중심으로 한 경기 위축으로 공사 자체가 줄어든 영향이 아닐까 여겨진다.

주목할 점은 지난해의 사망사고를 사업장 규모별로 보면 2022년부터 중대재해처벌법이 적용된 50인 이상 사업장에선 전년 대비 8명이 오히려 증가(175명)했고, 올해 1월부터 적용 대상이 된 50인 미만 사업장에선 70명이 감소(637명)했다는 사실이다. 이 사실을 놓고 보면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이 곧 사망사고와 같은, 중대재해 감소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2022년 1월 27일 50인(억) 이상 기업을 대상으로 우선 시행에 들어갔고, 5인 이상 50인(억) 미만 기업에 대해서는 2년간 시행을 유예한 바 있다. 건설업의 경우 건설공사 금액 제한이 없어져 이제는 제조업 등 다른 업종과 동일하게 상시근로자 수 5인 이상이면 중대재해처벌법을 적용받는다. 5인에는 본사는 물론이고 모든 현장의 상시근로자가 포함된다.

중대재해로 인한 사망 시 사업주는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 벌금은 물론, 양벌 규정으로 해당 법인까지 50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소규모 전문건설 사업주들에게는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밖에 없는 충격적인 법률이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영세 중소기업, 중소 건설사 및 소상공인이 현실적으로 지극히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그 의무를 과도하게 규정하고 있을 뿐 아니라 용어 자체도 모호하다. 법률 전문가들도 '1년 이상 징역' 등 무자비한 처벌로 죄형법정주의에 따른 '명확성원칙' '과잉금지원칙' '평등원칙' 위배 등 위헌 소지가 있다는 의견이 다수를 보이고 있다.

전문건설협회와 중소기업중앙회 등 중소기업계가 함께 청구한 헌법소원심판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전원재판부에 회부하기로 결정했다. 헌재의 이번 결정은 중소기업계의 심판 청구가 적법한 것으로 중대재해처벌법 내용이 헌법에 합치하는지 여부를 적극적으로 살펴보겠다는 취지다. 중대재해처벌법의 의무와 처벌 규정에 대해 헌재의 본안소송이 이뤄지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한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사업주에게 지나치게 광범위하고 불명확한 의무를 부과하면서도 책임에 비해 과도한 처벌을 규정하는 바람에 극도로 과중한 부담을 지우고 있다. 징역형의 하한을 법정형으로 하는 것은 책임에 비례하지 않고 사업주 혹은 경영 책임자라는 이유로 사고의 직접 행위자보다 더 큰 처벌을 받게 하는 것은 분명 부당하다. 처벌에 중점을 두기보다는 중소기업의 체질을 바꿀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지속적인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기업의 체질 개선은 하루아침에 이뤄질 수 없기 때문이다.

사업주와 근로자 역시 중대재해 예방을 위해 다 함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기업 없는 근로자를 생각할 수 없고 근로자 없는 기업 역시 마찬가지다. 특히, 건설업종은 일자리와 일거리를 단기간에 가장 많이 창출하는 업종이다. 경제는 어렵고 일자리 한 개가 아쉬운 마당에 사업주 처벌만이 능사는 아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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