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수능서 '언어와 매체'·'미적분'이 무조건 유리?…자신에게 적합한 과목 찾아야

표준점수 높다고 무조건 선택해선 안돼…과목별 특성 파악해야
선택과목 지정 폐지한 대학 많아…영역별 가산점 부여 방식 확인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인 지난해 11월 16일 오전 대구여자고등학교에 마련된 제14시험장에서 수험생들이 시험 시작 전 막바지 공부를 하고 있다.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인 지난해 11월 16일 오전 대구여자고등학교에 마련된 제14시험장에서 수험생들이 시험 시작 전 막바지 공부를 하고 있다.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에서 고득점을 받기 위해서는 과목 선택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현재 수능은 국어와 수학은 '공통과목+선택과목' 구조로, 탐구영역은 과학탐구와 사회탐구에서 2과목을 선택하도록 돼있다.

학생 모두가 같은 과목 시험을 치르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선택과목에 따른 수능 점수 유불리 현상은 매년 논란이 돼왔다. 같은 원점수를 받더라도 선택과목에 따라 더 높은 혹은 더 낮은 표준점수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어떤 과목을 선택해야 나에게 유리할지 고민이 깊어질 수험생들을 위해 수능 선택과목 시 고려해야 할 점에 대해 진학사와 함께 알아봤다.

◆국어 '언매', 수학 '미적' 선택 증가

2022학년도부터 세 번의 통합수능을 거치면서 수험생들 사이에서 국어는 '화법과 작문'보다 '언어와 매체'가, 수학은 '확률과 통계', '기하'보다 '미적분'이 더 유리하다는 인식이 증가하고 있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 따르면, 2022학년도 국어 영역의 선택 비율은 화법과 작문 70.0%, 언어와 매체 30.0%였다. 그러나 매년 화법과 작문 선택자는 줄고 언어와 매체 선택자는 늘면서 2024학년도에는 화법과 작문 선택자가 59.8%로 10%포인트 넘게 감소하고, 언어와 매체 선택자는 40.2%까지 늘었다.

이러한 현상은 과목별 표준점수로 인한 유불리 영향으로 분석된다. 표준점수는 수험생이 받은 원점수가 평균에서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를 나타내는 점수다. 통상 시험이 어렵게 출제돼 평균이 낮아지면 표준점수는 높게 나오고 반대로 시험이 쉽게 출제돼 평균이 높아지면 표준점수는 낮아진다.

2024학년도 수능에서 언어와 매체 만점자가 받는 표준점수 최고점은 150점으로 화법과 작문(146점)보다 4점 높았다. 언어와 매체 만점자가 화법과 작문 만점자보다 4점 유리하다는 의미다. 두 과목 간 격차는 2022학년도에는 2점(언어와매체 149점, 화법과 작문 147점)이었으나 2023학년도부터 4점(언어와 매체 134점, 화법과 작문 130점)으로 벌어졌다.

수학 영역의 선택과목 역시 표준점수 최고점 격차가 크다. 2024학년도 수능에서 미적분 표준점수 최고점은 148점으로 확률과 통계(137점)보다 11점이나 높았다. 기하는 142점이었다. 이러한 경향을 반영하듯 확률과 통계 선택자는 2022학년도 51.6%에서 2024학년도 45.0%로 줄었고, 미적분 선택자는 같은 기간 39.7%에서 51.0%로 늘었다. 기하는 8.7%에서 4.0%로 떨어졌다.

◆과목별 특성 정확하게 파악해야

그렇다면 국어는 언어와 매체, 수학은 미적분을 응시하는 것이 무조건 좋은 선택일까? 그렇지 않다. 수능에서 높은 표준점수를 받을 수 있다고 해서 언어와 매체, 미적분을 선택하는 것이 모든 학생에게 유리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과목마다 특성이 다르기 때문에 자신에게 더 적합한 과목을 파악해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국어의 경우 언어와 매체는 화법과 작문에 비해 문제를 푸는데 걸리는 시간이 더 짧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문법을 포함해 학습해야 할 개념의 양이 많아 화법과 작문보다 난도가 높은 편이다. 주로 예측 가능한 범위 내에서 문제가 출제되기 때문에 암기에 자신 있는 학생에게 유리하다. 반대로 화법과 작문은 기본 학습량은 상대적으로 적지만 꾸준한 연습이 필요한 과목이다. 다양하고 복잡한 지문을 다뤄야 하는 경우가 많아 평소 독서량이 많고 독해력이 좋은 학생이 선택하면 좋다.

수학의 경우 미적분은 확률과 통계에 비해 학습량이 상당하다. 동일한 원점수를 받았을 때 미적분의 표준점수가 확률과 통계보다 높을 가능성이 크지만, 이는 말 그대로 동일한 원점수일 때를 말한다. 시험의 난도와 학습량을 고려하면 미적분을 응시할 때 훨씬 더 낮은 점수를 받을 가능성이 크다. 또 미적분을 공부하는데 상당히 많은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다른 과목에 투자할 시간이 상대적으로 적어진다는 것도 유념해야 한다. 따라서 대학의 인문계열 학과를 희망하는 학생은 표준점수 때문에 미적분을 선택하는 것에 대해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대학별 가산점 부여 방식 확인

올해 대학 입시에서 눈여겨볼 점은 수능 선택과목 지정을 폐지한 대학이 많아졌다는 것이다. 2025학년도 대입전형 기본계획에 따르면, 자연계열의 수능 선택과목을 수학 미적분·기하와 과탐으로 지정한 대학은 33곳으로 2024학년도 52곳보다 크게 줄었다.

그동안 주요 대학들은 이공 계열 모집단위에서 수학 미적분·기하, 과탐을 응시하지 않은 수험생들의 지원을 제한했다. 반면 인문계열 지원엔 별다른 제약을 두지 않아 이과생들이 상위권 대학 인문계열에 교차지원하는 이른바 '문과 침공' 현상이 문제로 지적돼왔다.

이에 교육부는 지난해 각 대학에 수능 필수 응시과목 폐지를 권고했고, 건국대, 경희대, 동국대, 연세대, 이화여대, 한양대 등이 자연계열의 수능 선택과목 지정을 폐지했다. 고려대는 과탐 지정은 유지하고 수학 영역 선택과목만 폐지했다. 연세대, 중앙대, 한양대는 확률과 통계 및 사탐 응시자도 의대에 지원할 수 있게 했다.

다만 선택과목 지정을 없앤 대신 일부 과목에 가산점을 주는 방식을 적용한 곳도 있어 각 대학의 모집요강을 잘 살펴봐야 한다. 광운대, 국민대, 동국대는 미적분·기하에 3% 가산점을, 숭실대는 미적분·기하에 5% 혹은 7% 가산점을, 서울대는 과탐II에 최대 5점의 가산점을 부여한다. 경희대, 서울과기대, 서울시립대, 연세대, 중앙대 등에서는 인문계열 사탐 선택자에게 가산점을 부여하고 있다.

대학별로 선택과목에 주어지는 가산점 비율이 다르므로 수험생들은 지원을 희망하는 대학의 가산점 부여 방식을 꼼꼼히 확인한 후 과목을 선택해야 한다.

우연철 진학사 입시전략연구소 소장은 "과목별 성적, 공부 성향 등 학습 상황이 각자 다르기 때문에 남들 따라 과목을 선택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표준점수나 등급에 유리한 과목보다는 과목별로 충분히 공부해 본 후 모의고사나 기출문제를 통해 자신에게 유리한 과목을 파악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