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가 추진하는 '맑은 물 하이웨이' 사업의 추정 사업비가 당초보다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면서 예비타당성 조사(예타) 면제가 불투명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먹는 물은 주민 생명과 직결된 문제인 만큼 더이상 경제성만으로 판단할 수 없다며 예타 면제로 갈 수밖에 없다고 제언했다.
◆'맑은 물' 사업비 대폭 증가할 듯…예타 통과 불투명
대구시의 '맑은 물 하이웨이' 사업 적정성 여부를 따져보기 위한 환경부의 검토 용역이 막바지에 접어들고 있다. '맑은 물 하이웨이' 추진안은 사업비 1조원 규모로 안동댐 직하류에서 취수한 물을 대구 문산·매곡 정수장까지 총 연장 110㎞ 길이의 도수관로를 연결하는 게 핵심이다.
하루 취수량은 63만 톤(t)으로 문산·매곡 정수장에서 취수하는 낙동강 표류수 전량을 대체 가능한 규모다. 대구의 하루 필요 수량은 약 57만t 정도다.
오는 7월 용역 결과가 발표될 예정인 가운데 현재 환경부가 추산한 사업비는 당초 대구시의 방안보다 크게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건설 단가 상승, 추가 취수시설 설치 등의 이유로 당초 1조원 보다 5천억원 이상 늘어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또 하루 취수량 규모도 당초안과는 차이가 클 것으로 보인다. 환경부는 대구시의 추진안인 하루 취수량 63만t보다 다소 줄어든 규모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맑은 물 하이웨이' 사업이 정부 사업으로 추진되려면 용역 결과 발표 이후 지자체 합의에 따른 최종안이 확정돼야 한다. 이어 '낙동강유역 물관리심의위원회의' 의결과 예타를 거쳐 국가수도기본계획에 반영돼야 한다.
그러나 대구시 추진안에 대해 구미 등 낙동강 수계 8개 지자체가 농업용수 부족 등을 이유로 우려 의견을 정부에 제출한 바 있어 난항을 지속하고 있는 상황이다.
◆"생명 직결 문제에 경제성 논리 비현실적"
전문가들은 안전하고 깨끗한 물을 마시는 것은 시민의 당연한 기본 권리이자 국가와 지자체의 의무이기 때문에 예타를 면제 시킬 정도의 시급성이 인정된다고 판단한다.
남광현 대구정책연구원 환경안전연구실 선임연구위원은 "물 문제는 생명권과 연결돼 있다. 대구만의 문제가 아니라 부산과 울산 등 낙동강 유역 전체의 문제"라며 "경제성을 따져 타당성을 보는 것 자체가 비현실적이고, 먹는 물 가치를 비용으로 추산하는 것 자체가 어렵다"고 강조했다.
남 선임연구위원은 "물 문제를 수도권 논리로 경제적 타당성만 보면 해결하기 어렵다"며 "물복지와 지역균형발전 차원에서 접근해야 하고 예타 면제로 갈 수밖에 없다. 특별법 제정을 통해 예타 면제로 가는 방안이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페놀 사고 30년, 낙동강 물 전쟁은 현재진행형
'안전하고 깨끗한 식수 공급'은 대구시민의 30년 숙원사업이다. 낙동강 유역에 있는 대구·경북·부산·경남·울산 등 5개 광역단체 1천300만명 주민은 낙동강 물을 상수원으로 사용한다.
대구 수돗물의 67%를 낙동강에서 취수하는 대구시 상수도의 구조적 문제로 시민들은 수질오염 사고에 시달렸다. 대구는 1991년 낙동강 페놀 유출 사고부터 2018년 과불화화합물 수질사고까지 9차례 수질오염 사고를 겪으며 수돗물에 대한 불신이 높아졌다.
현재 환경부가 추진하는 '낙동강 취수원 다변화 사업'은 대구의 취수원을 구미 해평취수장으로, 울산의 취수원을 운문댐으로 옮기고, 경남 합천 황강 복류수와 창녕 강변여과수를 개발해 부산에 공급하는 계획이다.
앞서 2021년 6월 환경부는 이러한 내용의 취수원 다변화 대책을 골자로 한 '낙동강 통합 물 관리 방안'을 확정했고, 이에 따라 2022년 4월 대구시와 구미시, 국무조정실, 환경부, 한국수자원공사는 '맑은 물 나눔과 상생발전에 관한 협정'을 체결했다. 협정에 따른 '낙동강 유역 안전한 물 공급체계 구축사업'은 2022년 6월 예타를 통과하면서 정부 사업으로 확정됐다.
하지만 지방선거 이후 구미시가 협정 재검토를 주장하면서 물 갈등은 반복됐고, 결국 대구시가 협정 해지를 통보하면서 사실상 파기 수순을 밟았다.
대구시는 다시 2022년 11월 안동시와 '안동·임하댐 맑은 물 공급과 상생 발전을 위한 협약'을 체결하고, '맑은 물 하이웨이' 사업을 환경부에 공식 건의한 상황이다.
부산도 낙동강 원수 취수 비율이 90%에 달하지만, 낙동강 하류 지역에서 추진 중인 '취수원 다변화 사업'이 제자리 걸음에 머물고 있다.
지난달 부산시와 경남 의령군이 맺은 낙동강 유역 맑은 물 공급을 위한 상생 협약은 지역 주민들의 반발로 협약 2주 만에 해지됐다.
앞서 2022년 여름의 경우 낙동강 녹조 발생으로 부산 시민에게 58일간 공업용수 이하 수질 수돗물이 공급됐다는 주장(박재호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나온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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